posted by 고구마의 세상돋보기 go9ma 2009.09.23 06:30

중학교 동창이었습니다.
2학년 때엔 같은 반이었고, 그 녀석은 반장까지 했었죠.

원래 심성이 나쁜 아이는 아니었는데 껄렁한 녀석들과 어울리다보니 잘난체도 하고, 저를 시기하며 해코지한 적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그 녀석에게 '친구'라는 표현을 사용하지 않습니다. 그냥 동창일 뿐이죠.

그 이후로 '너 이녀석, 얼마나 잘되나 보자' 하고 그 녀석이 생각날 때면 저주를 보냈습니다.

고교 졸업 후, 그 녀석은 명문(SKY)대학교에 입학했습니다.
더군다나 인기학과였죠.

잘 살겠거니 했는데 어제 꿈에 갑자기 그 녀석이 나왔습니다.
그래서 이 녀석 지금은 뭐하고 살고 있나 인터넷으로 검색을 해봤습니다. 흔하지 않은 이름이라 여기저기 검색하다보면 알 수 있겠거니 했죠. 그런데 허걱~! 제가 발견한 것은 녀석의 부고였습니다. 학교도 맞고, 학번도 맞습니다.

혹시나 싶어 다른 마당발 친구에게 녀석의 소식을 물어보았습니다.
그런데 안타깝게도 죽은 것이 맞았습니다. 그리고 더 놀라운 것은 사고가 아닌, '자살'을 했다고 하네요.

자살의 이유는 집안의 기대로 인한 스트레스 때문이었습니다.

녀석은 가난한 농부의 막내아들로 태어났습니다.
위로 형제 둘 있었는데 모두 똑똑하고 공부를 잘했다고 합니다. 하지만 가정형편이 어려워 대학진학을 포기하고 오직 막내동생에게 모든 기회를 내주었다고 합니다. 그리고 그 막내 동생은 보란듯이 명문대학교 인기학과에 입학을 합니다.

하지만 그런 녀석에게 집안의 기대는 컸나봅니다.
부모님은 물론이고, 대학진학을 하지 못한 형들까지 녀석에게 큰 기대를 했겠지요.  명문대학에 갔으니 오죽했을까요.

하지만 녀석은 공부보단 동아리 활동에 치중을 했나봅니다.
여기저기 시위현장을 찾아다니느라 졸업 후엔 가족의 기대에 부흥할 수 없었던 거 같습니다.

결국 그 스트레스를 이기지 못하고 녀석은 자살을 선택했다고 하네요.

종종 생각날 때면 얼마나 잘사는지 두고보자고 저주를 보내던 녀석이었는데 갑자기 자살했다고 하니 참 기분이 이상합니다.
생각해보면 마음이 약해서 그렇게 겉으로는 강하고 잘나려고 했는지 이해 될 듯도 하고요...

오늘은 친구들에게 안부 전화를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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