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고구마의 세상돋보기 go9ma 2011.08.19 06:30

한예슬씨가 촬영장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사람들은 지옥같은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성토했다. 심지어 노동자의 권리에 대한 이야기도 나왔다. 모두 맞는 말이다.

현재의 열악한 드라마 제작 시스템을 바꿀 수 있는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문제는 그 방법이 법으로 강제되어야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이 문제 해결에 정부나 국회의 관여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우리도 미국이나 일본처럼 주1회 방송을 하면 좋겠지만 이미 주2회 시스템이 자리잡은 상황에서 주 1회 방송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현재 70분 방송을 다른 대부분의 나라들처럼 45~50분 방송으로 줄이고, 50부 미만 드라마는 전체 대본이 나온 후 촬영, 50부 이상의 드라마는 전체 대본 중 50%가 나온 후 촬영을 아예 법으로 정한다면 쪽대본이나 스케줄 문제에 따른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가장 좋은 것은 사전제작이지만 그것이 그리 쉬운 것이 아니다. 물론 방송국에서 마음만 먹는다면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 미리 제작비를 투입해서 작품을 완성한 다음 방송하면 되는 일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번 한예슬씨 도피사태를 단순히 열악한 드라마 제작 여건과 연결시키는 것은 문제가 있다.

무엇보다 이번 드라마의 경우 우리가 흔히 말하는 쪽대본은 없었다고 한다. 쪽대본이란, 배우와 스텝들이 촬영장에서 대기하면서 그때 그때마다 찍을 대본이 쪽단위로 전달되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작가까지 나서서 일주일 전에 대본을 넘기고, 분명 제본되었다고 하니 이는 쪽대본이 아니다.
그리고 에릭씨 또한 쪽대본은 없었음을 증언했다.

그렇다면 한예슬씨의 촬영 환경이 열악했나?
하지만 배우와 스텝들의 공동 성명서를 보면 그렇지 않은 듯 하다. 연출팀은 물론 에릭씨 역시 한예슬씨를 위해 촬영 시간을 조절하는 등 분명 배려를 했다.
또 메인 PD 또한 배우들에게 존대하면서 최대한 인격을 배려한 것으로 드러났다.

물론 이렇게 여주인공이 원톱으로 가는 드라마는 여주인공의 촬영분량이 절대적으로 많다. 그런데 그 와중에 한예슬씨는 CF까지 촬영했다고 하니 분명 체력적으로 한계에 왔을 것이다.

그런데 한예슬씨는 예전부터 소문이 좋지 않았다. 
그리고 이번 배우와 스텝들의 성명문을 통해 일부는 확인할 수 있었다.
한예슬씨는 연출(PD)이 배우들 말 잘 듣게 하기 위해 단체 촬영 거부를 건의했었다고 한다. 또 PD 교체를 요구하기도 했다. 그녀의 주장에 따르면 '여배우 대우를 제대로 해주지 않았다'는 것이 이유다. (절대 촬영 스케줄이 힘들어서가 아니다)

그렇다면 과연 한예슬씨는 감독(PD) 대우를 제대로 했을까?

한예슬씨는 스케줄 조정을 요구하고 심지어 대본 수정까지 요구했다. 물론 스케줄 조정이야 서로의 사정에 따라 조절될 수 있는 것이지만 대본 수정은 분명 제작진의 권리를 침해한 것이다. 이것은 요구될 수 없는 부분이지만 여주인공의 권력으로 수정한 것이다.

톱스타가 주연인 드라마인 경우, 톱스타 주인공들은 권력을 남용하기도 한다. 드라마 제작이 자신 중심으로 돌아가다보니 왕처럼 군림하며 많은 것을 요구하는 것이다.

하지만 제작진 역시 지옥같은 드라마 제작 현실이 싫긴 마찬가지다. 그들 역시 더 힘들게 드라마를 촬영하고 있는데 주연 여배우만이 자신의 권리를 주장한다면 다른 스텝들이 희생되어야한다.
힘 없는 약자는 한예슬씨가 아니라 다른 제작 스텝들인 것이다.

'왕따'도 마찬가지다. 수 많은 사람들 인격이 모두 같을 순 없다. 한예슬씨가 스스로 성실했다면 모든 사람들이 한예슬씨를 왕따시킬 순 없다는 이야기다. 한예슬씨가 촬영장에서 다른 동료배우나 스텝들로부터 왕따를 당했다면 분명 그녀의 언행에 뭔가 문제가 있었기에 그런 것이다. (설마 혼자 원톱 주인공이고, 너무 예뻐서 왕따 당했을까?)

그나마 배우들은 스텝들에 비하면 나은 편이다.
촬영을 위해 이동하거나 촬영 준비 시간 동안 쪽잠이라도 잘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배우들은 큰 밴 차량을 선호한다) 
하지만 스텝들은 다르다. 이동할 때 빼곤 잠을 잘 시간이 없으며, 연출은 촬영하지 않는 때엔 편집에도 관여하기 때문에 배우들 보다 훨씬 더 잠자는 시간이 적다. 

그런데 한예슬씨는 그런 연출(PD)의 교체를 요구하며 촬영 거부를 한 것이다. 드라마 시청률도 저조하고, 연출이 자신의 요구를 100% 들어주지 않자 심통이 났었나보다.
또 이번 작품을 마지막으로 결혼 후 연예계를 은퇴할 생각이었는데 모든 것이 자기 마음대로 돌아가지 않으니 사고를 친 것이다.

결국 한예슬씨는 미국으로 출국했고 한국에선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다.

하지만 드라마 제작사와 방송사가 수백억 대의 소송설이 제기되자 한예슬씨는 얼른 돌아와 사과하고 촬영에 복귀했다.

왜 이런 일이 생긴 것일까?
드라마 제작에서 탑배우 의존도를 빼놓을 수 없다. 스타시스템에 너무 의존하다보니 한예슬 같은 철없는 여배우들이 마치 자신이 정말 절대 권력자가 된 것처럼 행동하는 것이다. 미국 출국 역시 자신이 절대권력자이고, 드라마의 방영권 또한 자신이 원하면 끝낼 수도 있다는 오만한 착각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만약 드라마 제작 여건이 정상적이었다면 한예슬씨가 미국으로 도피하지 않았을까? 하지만 내 생각은 다르다. 드라마 제작 여건과 한예슬씨의 미국 도피는 연관성이 적어 보이기 때문이다. 어디까지나 이번 사태의 본질은 한예슬씨 개인의 인성과 성실성에 관한 문제다.

자신에게 절대권력이 있다고 믿고, 현실에 순응하지 않은 한예슬.
다시 사람들이 그녀를 받아주었다고 해서 문제가 모두 해결되었다고 생각할까?

하지만 여배우의 이미지는 이미 무너졌고, 그녀의 이미지를 샀던 CF 업체들은 큰 손해를 입을 처지에 놓였다. 심지어 각 업체마다 수십억씩, 수백억대의 소송이 벌어질 거란 예측도 조심스럽게 나온다.
순간적인 돌발행동이 그녀가 쌓아온 모든 것을 앗아간 것이다.

현재의 드라마 제작 현실이나 여주인공의 살인적인 촬영 스케줄이 정상적이라고 두둔하는 사람은 없다. 하지만 그것의 해결을 위해 PD교체를 요구하거나 촬영장 지각을 하고, 방송을 펑크내고 미국으로 출국하는 행동은 이해될 수 없다. 분명 다른 방법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이번사태는 스타 시스템의 부작용을 여실히 보여준다.
어린아이보다 더 철이 없는 주인공 배우의 오만함이 극에 달하면 어떤 일이 벌어질 수 있는지를 보여준 것이다.

이번 사태는 힘없는 여배우의 권리를 찾기 위한 항의가 아니다.
절대 권력을 가진 주인공의 오만함을 보여준 것이다.

 
저작자 표시 비영리 변경 금지
신고

댓글을 달아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