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웅과 이수근 - 친구와 형제 사이

'1박2일'의 새 멤버 엄태웅.
우리나라 어디든 그렇듯이 사회의 조직문화에서 서열은 매우 중요하다. 특히 이 서열은 보통 나이 (회사인 경우엔 경력)로 정해지는데 '1박2일'에서도 좀 민감한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 주인공은 바로 엄태웅과 이수근.

이수근은 75년 2월생이고, 엄태웅은 74년 4월생이다.

자, 그런데 이수근은 학교를 1년 일찍 갔다고 했다. 즉, 이수근은 74년생들과 함께 학교를 다닌 것이다.
그런데 어라? 방송에선 엄태웅 역시 학교를 1년 일찍 들어갔다고 했다. (그런데 수업을 따라가지 못해 고입을 1년 재수했단다)

우리나라는 나이 계산법이 약간 좀 복잡하다.
음력인 '띠'로 나이를 계산할 경우 태어난 양력 연도는 1년 차이가 나더라도 '띠'가 같아 동갑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즉, 양력으로는 1년 차이지만 음력으로는 동갑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리고 이런 경우 같은 띠의 아이들과 학교를 보낼 수 있다.

그런데 이수근은 학교를 1년 먼저 간 것을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이것은 의미가 없다. 중요한 것은 '띠'다.

포털 프로필을 보면 이수근은 토끼띠로 나오지만 만약 이수근이 양력 1975년 2월 10일에 태어난 것이 맞다면 이수근의 '띠'는 토끼띠가 아니라 '범'띠여야 맞다. 바로 음력설 전날이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이수근은 범띠이고, 74년생 범띠들과 학교를 함께 다닌 것이다.

그러므로 '띠'로 계산하면 이수근은 엄태웅과 '친구'가 된다.

문제는 엄태웅이다.
'띠'는 범띠인데 학교를 1년 일찍 들어갔다고 한다. 그런데 고입은 또 재수를 했다고 하니 복잡해진다.

자, 생각해보자.
만약 나랑 동갑인 사람이 검정고시로 고등학교를 일찍 졸업한 뒤 1년 먼저 대학을 갔다고 치자. 그럼 그 사람은 형 혹은 누나라고 불러야하는가?
또는 내가 재수를 해서 대학을 늦게 갔다고 치자. 그럼 나랑 동갑인 선배들에게 형 혹은 누나라고 부르는가?

아니다.
그들은 그저 내 선배일 뿐, 나이가 동갑이기 때문에 '형, 누나'라는 호칭이 따를 수 없다. 형, 누나, 오빠, 언니라는 호칭은 나보다 나이가 많은 사람에게 사용하는 것이다.

엄태웅 역시 마찬가지다.
아마도 엄탱웅이 1년 먼저 학교에 입학한 것은 좀 이상한 부분이다. 하지만 아무튼 1년 먼저 학교를 갔다고 해서 '형'이 될 수는 없다. 이수근이 자신도 학교를 1년 먼저 갔다고 이야기한 엄태웅에게 바로 '형'이라는 호칭을 사용한 것은 매우 잘못된 반응이다.

더군다나 결국 엄태웅은 고입을 재수했다. 고등학교부터는 이수근과 함께 학교를 다닌 것이다.

그러므로 나이를 계산하여 서열을 정할 때에는 '학교' 문제를 가지고 나오면 안 된다. 때문에 나이 계산에서 '학교' 입학 시기를 이야기한 것은 이수근의 잘못이다.

학교 입학 시기는 나이 서열에서 상관이 없다.
몇 년도에 태어났느냐의 문제인 것이다. 양력으로 계산하자면 분명 이수근씨가 75년생이므로 동생이지만 음력으로 계산하면 띠가 같으므로 엄태웅씨와 이수근씨가 동갑이 된다. 또 엄태웅 역시 고등학교부터는 재수하여 함께 다녔으므로 학교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국 두 사람은 나이 계산을 양력으로 할 것이냐, 음력으로 할 것이냐의 문제가 남는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보통 띠가 같으면 같은 나이대에 함께 학교를 다닌 친구로 보기 때문에 이수근과 엄태웅은 서로 동갑으로 보는 것이 맞다. 즉, 두 사람은 같은 범띠 동갑인 것이다.

이런 경우 당연히 엄태웅은 이수근을 동갑으로 인정하고 서로 친구로 하는 것이 맞지, 양력으로 계산하여 엄태웅이 '형'을 하겠다고 하면 보통 싸움이 난다. (- -)

그런데 지금은 이런 나이 계산 문제 때문에 양력으로만 학교를 보내는 것으로 바뀌었다고 한다.

내 친구들 중에도 나보다 1년 늦게 태어난 친구들이 많다. 양력으로 하면 분명 1살 어린 것이다. 하지만 띠는 나와 같다. 음력으로 나이를 계산하면 나와 띠가 같은 동갑 친구다.

엄태웅과 이수근 역시 마찬가지다. 태어난 양력 년도는 다르지만 '띠'가 같으므로 이수근은 엄태웅에게 '띠'를 먼저 물어봤어야한다.
그리고 '띠'가 같으니 범띠 친구로 지내자고 했어야 옳다.

그렇다면 왜 나이를 '음력'으로 계산해야하는 것인가?

우리나라의 경우 날짜의 양력 계산법이 들어와 채택되어 사용된 것은 20세기부터다. 즉, 그 이전까지 우리의 나이 계산법은 '음력'에 의한 '띠'로 계산되어졌다. 그리고 지금도 우리는 달력에서 '음력'을 함께 사용한다. 음력설을 최대 명절로 지내며, 생일 역시 음력으로 계산하여 지내는 사람들도 많다. 이것은 어떤 종교적인 문제가 아니라 문화적인 문제이기 때문에 그런 것이다.

고로 이수근씨와 엄태웅씨는 서로 음력 '띠'가 같은 동갑이므로 서로 친구를 하는 것이 현명하다. 단지 학교를 1년 일찍 들어갔다고 해서 '형'이라고 부른 이수근씨의 반응은 잘못된 것이다. 형과 동생으로 나뉘는 것은 '나이'이지, 학교를 언제 갔느냐의 문제가 아니다.

그리고 두 사람 역시 '1박2일' 프로그램 안에서도 함께 형, 동생 관계보다는 차라리 동갑 친구로 지내는 것이 훨씬 도움이 될 거라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