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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왕사신기 - 무엇이 문제인가

by go9ma 2007. 11.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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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인기만큼이나 말도 많은 '태왕사신기'.
여러분은 이 드라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1) 환타지 + 사극?

가장 많은 논란을 일으키는 것이 바로 이 드라마의 정체다.
'태왕사신기'. 이 드라마는 '반지의 제왕'과 같은 환타지극일까,
아니면 과거의 역사를 재구성한 '역사극'일까?

이 부분에서 많은 분들이 이렇게 말한다.
'어차피 드라마는 모두 상상 속의 이야기 아냐? 환타지면 어때?'

그렇다. 드라마는 모두 작가의 상상력이 만들어낸 거짓 이야기다.
하지만 '사극 - 역사재연극'이 되면 얘기는 좀 달라진다.
드라마이긴 한데 사극은 일반적인 현대극과는 다른 점이 있다.
바로 실존했던 인물과 역사를 바탕으로 한다는 것이다.


'설마 이런 드라마를 보고 실제 역사와 연결시키는 사람들이 있겠어?' 라고
생각하겠지만 그런 사람과 가정들이 꽤 많다.
꽤 많은 사람들이 실제 역사 속 인물인 광개토대왕과 드라마 속의 광개토대왕을
연결해 그 이미지를 만든다.
또 의외로 많은 가정에서 아이들의 역사교육을 위해 사극을 시청한다.

사극이 재미있는 이유, 바로 실제 존재했던 인물과 역사라는 점 때문이다.
논픽션의 재미와 감동, 거기에 역사교육까지... 드라마 제작사도 그 점을 노리며
시청자 역시 그것 때문에 남녀노소 모두 사극을 선호한다.

때문에 사극은 역사적 사실관계에 충실할 필요가 있다.
사료가 적은 역사일수록 작가는 최대한 많은 역사학자와 논문을 접하고 연구하여
역사적 사실관계에 근거, 그 시대상을 재미있게 구현해야할 의무가 있는 것이다.
사극은 단순히 극적 재미 뿐만 아니라 이 시대 역사에 대한 분석기록이라는 점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

하지만 '태왕사신기'는 이런 기준에서 많이 벗어나 있다.
비현실적인 환타지를 차용함은 물론, 몇가지 역사적 사실관계 조차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무시되고 있는 실정이다.
드라마이기 때문에 가능하다?
아니다.
사극이기 때문에 역사의 사실성 관계를 반드시 따져야하는 것이다.

나는 여기서 제작진에게 정말 묻고 싶은 말이 있다.
그럴바에야 그냥 환타지극으로 가지,
왜 실제 역사인 고구려 광개토대왕을 끌여들였는가?

나라면 차라리 그냥 '쥬신제국'을 배경으로 이야기를 만들었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어차피 환타지를 배경으로 했어도 그리 이상하지는 않으니까.
아니면 환타지 요소는 제외하고 역사적 사실 관계만을 따라 극을 구성했어도
지금보다는 훨씬 더 재미있고 역동감 있는 드라마가 되지 않았을까 싶다.

즉, '반지의 제왕' 같은 환타지극을 원했다면 '반지의 제왕'처럼 100% 픽션으로 하지,
왜 역사 속 고구려의 광개토대왕을 끌어들였냐는 것이다.
아마도 위에 말한 사극의 장점 효과를 보기 위해 그렇게 했을 것이다.

하지만 과연 그 선택은 잘한 것일까?
내 생각엔 그 선택은 오히려 이 드라마를 망치고 있다.
환타지극도, 사극도 아닌, 정체를 알 수 없는 드라마가 되었다.


2) 드라마의 완성도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시청하는 나를 황당하게 만들었다.
국적을 알 수 없는 사람들의 의복부터 기시감이 드는 장면들에서는 짜증까지 났던 것이다.

이 드라마는 분명 화면연출에 정말 많은 공을 들였다.
화려한 배경과 CG효과, 카메라 앵글 등 지금까지 사극 중 단연 최고라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그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다.

하지만,
드라마 초반 곳곳에서는 영화 '반지의 제왕'에서 차용한 듯한 연출화면이 종종 눈에 띄었다. 또 그 외에 많은 장면들이 기존의 영화 또는 만화에서 보았던 그런 장면이나 연출이다.

한 예로 최민수씨가 연기한 대장로의 캐릭터 자체가 무협만화에서 빠지지 않고 등장하는 악의 인물이다. 어찌나 만화의 연출과 똑같던지 어이가 없었다.
(재미있어하는 분들도 계시겠지만 난 좀 황당했다)
또 일부 배우들의 의복은 어떤가. 이게 과연 중세시대, '반지의 제왕' 아닌지 착각할 정도의 그림을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게 왜 문제가 되는 것인가?
작가(감독)에게 창작품은 말 그대로 그 작가의 창작세계를 보여주는 것이다.
그 창조 작업 자체가 쉽지 않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을 '작가'라고 불러주는 것이며
그런 어려운 작업을 통해 작품이 탄생하기 때문에 우리는 창조된 작품에서
재미를 느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연출 장면에서 다른 작품의 연출기법과 영상을 그대로 차용한다면
당연히 그 작품을 보는 시청자는 그 작품만의 고유한 세계를 그리는데에 방해를
받게 된다. 즉, 드라마가 재미 없어지는 것이다.

어쩌면 이 드라마의 30% 전후의 시청률을 예로 드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드라마가 재미없다면 30%라는 시청률은 무엇이란 말인가.
하지만 430억이라는 천문학적인 제작비와 화려한 캐스팅, 광고홍보를 생각해본다면 이 드라마의 시청률은 기대에 못미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혹시 인터넷 같은 다른 매체의 등장 때문이 아니냐고?
하지만 2004년 '대장금'은 60% 가까운 시청률을 달성하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부 연출이 차용된 화면은 감독의 오마주는 아니었을까?
글쎄, 아무리 관대하게 생각해도 그 모든 것을 오마주로 생각하기엔 무리다. (- -)


편집도 문제다.
마치 36부작 드라마를 24부로 압축한 느낌. 사건과 사건, 장면과 장면 사이가
시청자가 충분히 받아들이고 느끼기도 전에 바뀌어버린다.
예를 들어 5~6박자 후에 바뀌어야할 장면이 3~4박자만에 바뀐다고 해야하나?
처음부터 드라마 호흡 자체가 맞지 않았다.
(하지만 후반부로 갈수록 점점 더 나아지고는 있다)

그리고 무엇보다 내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이 드라마의 주제가다.
이 드라마의 음악은 일본의 유명 작곡가 '히사이시조'가 맡았다.


어쩐지.
'태왕사신기'의 음악에서는 고구려의 기상 같은 것은 느껴지지 않는다.
당연하다. 일본인 음악가가 우리민족만의 고구려 기상에 대해 이해할 수 있었을까?
드라마의 주제가를 눈을 감고 듣다보면 일본의 사무라이 영화가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것은 나 뿐인가 싶다.

또 일부 배역에 대한 캐스팅도 마음에 안든다.
문소리씨와 오광록씨. 특히 문소리씨는 많은 분들이 미스캐스팅으로 지적한다.
나 역시 왜 문소리씨가 캐스팅되었는지 그 이유가 궁금하다.
(소문에는 일본 수출을 위한 캐스팅이라는 얘기도 있다)


3) 결론

많은 분들이 이 드라마에 대해 다음 회가 기대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 역시 그렇다. 종종 보다가 졸거나, 다음 회가 궁금해지지 않는다.
왜 그럴까?

무조건 돈을 많이 들이고, 유명 배우를 캐스팅하고, 화려한 영상을 만든다고 해서
좋은 드라마, 재미있는 드라마가 되는 것은 아니다.
그것은 단지 재미있는 드라마가 되기 위한 부차적인 요건 중 하나에 불과하다.

어쩌면 이 드라마는 처음부터 단추가 잘못 끼워진 것일지도 모른다.
기획단계부터 표절시비, 환타지와 사극 사이에서 오락가락하는 드라마의 정체성,
또 감독의 연출 창조성에 대한 문제, 배경음악과 배우의 미스캐스팅까지...

30%의 시청률을 달성하고 있지만 그것은 '대단한' 30%가 아닌,
씁쓸하게 만드는 30%다.

내가 기대했던 화려한 CG영상은 사신들의 환타지 영상이 아닌,
고구려 시대 실제 전쟁장면의 재연이다.

도대체 이 드라마는 무엇을 말하려고 하는 것인가.
이 드라마를 보고 우리는 과연 고구려의 기상과 광개토대왕의 정신을
이해할 수 있을까?

역사는 그 어떤 이유로든 절대 왜곡되어선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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