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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돋보기/방송 돋보기

'꽃누나'가 '꽃할배'보다 밍밍한 이유

by go9ma 2013. 12.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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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는 솔직히 '꽃보다 할배' 보면서 굉장히 심심하다고 느꼈습니다.

할배들이 점잖은 남자들이라서 사실 그다지 수다스럽지도 않고요, 그래서 그닥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안 나오는 거 아닌가 했습니다.

물론 보면서 할배들의 인간적인 모습도 보고, 또 무엇보다 이서진씨가 할배 네 분 챙기는 모습이 재미있었죠. 잘 모시기도 했고요. 그런데 솔직히 크게 재미있는 예능이라고는 느끼지 못했습니다. 그냥 유럽 배낭 여행을 TV를 통해 간접 체험하는 느낌 정도?

 

그래서 제작진은 이번엔 '누나' 시리즈에 도전해 본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과연 여자들과 함께 떠나면 어떤 모습이 될까? 뭐 그런 걸 기대한 듯 싶어요.

아무래도 수다도 더 있을 것이고, 색다른 에피소드가 생길지 모른다는 기대가 있었겠죠.

 

 

'꽃보다 누나' 1편에서는 캐릭터를 소개하고 중간 경유지에서의 이야기를 다루고 있는데요.

왈가닥 미연씨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김희애씨의 천사 같은 모습이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습니다. 승기 모르게 챙겨줄 뿐만 아니라 승기가 못하더라도 비난하지 않고 감싸줬기 때문이죠. 아마 많은 미혼 남성 분들이 이런 여성과 결혼해야겠다고 생각했을 겁니다. 외모도 아름답지만 정말 마음씨와 인품은 더 아름다운 분 같습니다.

 

어쨌든 그렇게 1회는 기대할만 했습니다. 특히 2편 '터키 팽이의 저주'는 큰 기대를 가지게 할만 했지요. 예고편만 보면 아주 엄청난 에피소드가 있을 거 같습니다. 하지만...

예고편만 흥미로웠습니다. (-_-)

2회 땐 별 내용이 없었죠. 그저 팽이를 산 이후에 김희애를 놓치고, 전화가 있음에도 서로 전화 한 통만 하면 해결될 일이 뭔가 엄청난 일이 벌어진 것처럼 편집을 했습니다.

이들의 일상은 그저 평범했습니다. 관광지를 돌아보고, 어쩌다가 길을 잃고, 다시 만나고, 맛 없는 음식을 먹고... 누구나 여행지에서 겪었거나 겪을 만한 그런 평범한 일상의 연속입니다.

그나마 이야기의 초점이 되는 것은 바로 가이드로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헤매는 승기네요.

 

그나마 꽃할배보다 기대했던 것이 '여자들의 수다' 였습니다.

아무래도 여자들의 수다가 훨씬 재미있지 않을까 기대를 했습니다만, 뭔가 안 맞는지 그녀들의 수다 또한 너무나 그들만의 것입니다. 특별히 시청자들까지 터뜨려주기엔 좀 모자랐죠.

여정과 자옥은 승기 놀려 먹기 바쁘고요, 또 윤여정이 성인용 유머까지 섞어가며 분위기를 리드하려고 하지만 막상 팀 분위기는 윤여정의 기대만큼 따라와주지 않습니다. 윤여정이 뭔가를 던지면 그 농담을 적당히 받아쳐주는 맛이 있어야 하는데요, 그런 것이 없었던 거죠. 최소한 뭔가 예능에 걸맞는 리액션이라도 승기가 해줘야하는데 승기의 센스나 유머 감각이 거기에 따라가질 못하고 있습니다.

 

보면 확실히 분위기는 꽃할배보다 아기자기하고 좋습니다.

수다도 더 많고요. 꽃할배를 떠올려보면 남자들이 그저 말 없이 걸어가는 장면들이 많습니다.

반면 꽃누나는 확실히 조용하지 않습니다. 어떤 때는 말이 좀 너무 많이 나오기도 할 정도지요.

 

분명 분위기도 좋고, 캐릭터도 확실하고, 기대했던 수다도 나오고, 승기는 실수 연발이고 그러는데 왜 꽃할배보다 더 밍밍하게 느껴지는 걸까요?

 

 

3회에서도 보면 잘잘한 에피소드가 펼쳐지고요, 또 여행 내용도 충실하고, 윤여정 선생님은 기대에 부흥하여 적절한 농담을 마구 터뜨려 주십니다.

보면 제작진이 기대하고 예상했던 모든 것들이 적절하게 나와주고 있지요. 내용을 하나하나 보면 분명 꽃할배보다는 내용이 많아보이는데 왜 꽃할배보다 싱겁게 느껴지는 걸까요?

 

저는 그 이유로 궁합 혹은 배합의 문제가 아닐까 하는 의문을 가집니다.

 

분명 윤여정은 스타트 역할을 훌륭하게 해냅니다. 농담도 적절한 타이밍에 터뜨려 주고, 분위기를 살려보려 하지요. 그러면 주위에 다른 멤버들이 어떤 리액션을 하느냐에 따라 달라지는데 그걸 잘 못하고 있습니다. 김희애와 이미연은 윤여정이 어렵기만 하고요, 자옥은 여정의 농담에 리액션을 잘 해줄 그런 캐릭터는 아닙니다. 승기 역시 눈치가 모자라 적절한 리액션을 구사하지 못하고 있죠. 즉, 서로 궁합이 잘 안 맞아보입니다. 개별적으로 보면 정말 개성 강한 그런 캐릭터인데 문제는 이들이 모여서 한 박자를 내지 못합니다. 뭔가 쿵짝쿵짝 이가 맞아 잘 돌아가야하는데 서로 따로 노는 느낌인 거죠.

 

꽃할배가 그랬습니다. 서로 말도 없고 에피소드도 그저 그런데 참 이상하리 만큼 뭔가 잘 맞아 떨어지는 느낌이 든다는 거죠. 재미없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이상하게 재미가 있다는 말입니다.

그런데 꽃누나는 그 반대입니다. 재미있는 사람들이 모였는데 이상하게 재미가 없다는 거죠.

 

서로 개성 강한 캐릭터들이고, 자신의 이야기를 충분히 해내지만 각 캐릭터들이 모여 뭔가를 이루어내지 못하는 느낌입니다.

 

그 다음은 에피소드인데요, 승기가 실수하는 것 외엔 특별한 에피소드가 없습니다. 그저 평범한 일상적인 배낭여행일 뿐입니다. '썰전'에서 평가한 대로 그저 '지구촌 여행' 교양 프로와 별만 다를 게 없습니다. 아마도 제작진은 우연히 발생할 에피소드를 기대했겠지만 그런 게 딱 맞춰서 일어나지는 않지요.

 

그렇다고 대본으로 에피소드를 만들어서 연기를 할 수는 없습니다. 그렇게 된다면 확실히 리얼 분위기가 많이 떨어지겠죠. (설마 지금 이 내용들이 각본에 의한 것은 아니겠지요?)

 

또 하나는, 이미 꽃할배의 배낭여행기를 거치면서 배낭 여행 방송에 대한 식상함이 나타난다는 것입니다. 터키나 크로아티아의 여행지 모습을 구경하는 건 좋은데 뭔가 특별한 예능은 터져주지 않는다는 것이죠. 그냥 그저 우리가 예상했던 분위기? 그런 식?의 여행이 펼쳐집니다.

 

어떤 조합을 어떻게 맞출 것이냐가 상당히 중요해 보입니다.

저 개인적으로는 가이드 역할로 이승기씨가 아니라 20대 아이돌 중에 여자 연예인을 선택했어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승기보다 훨씬 더 어리숙하고 순진하던지 아니면 훨씬 더 노련미가 있는 그런 캐릭터였음 어땠을까 싶습니다.

 

또 누나 멤버들도 한두명쯤은 윤여정 할머니의 농담을 잘 받아치고 적절한 리액션을 구사해줄 수 있는 그런 예능감 터지는 캐릭터가 필요하다는 거죠.

그리고 김희애씨를 보면서 느낀 건데요, 멤버들 중 한 두명 정도는 미리 대본 같은 것을 숙지해서 의도된 에피소드로 다른 멤버들을 유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다는 생각도 들었습니다.

 

어찌보면 배낭여행기의 한계인지도 모릅니다.

사실 내용이나 에피소드는 제한적입니다. 가이드의 실수, 교통이나 숙박 관련 에피소드, 관광지 구경... 정도? 결국 그런 것들이 반복될 수 밖에 없죠.

문제는 캐릭터인데, 꽃할배와는 완전 반대되는 캐릭터들을 꽃누나에서 구축했음에도 기대했던 범주 외의 수확을 올리지 못했다는 것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엔, 다음 여행기에서는 캐릭터별 궁합을 어느 정도 맞춰보고 떠나야하지 않나 싶습니다. 문제는 이게 여행 떠나기 전엔 모른다는 것인데요. 꽃할배는 어떻게 해서 적당히 맞아 떨어졌지만 꽃누나는 사실상 실패했다고 봐야죠. 정말 캐스팅을 누굴 하느냐에 따라 많은 것이 달라지지 않나 싶습니다.

그 다음은 여행기인데요, 여행 내용도 마찬가지로 뭔가 좀 아기자기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뒤따라줘야 할 것으로 보입니다만... 문제는 각 캐릭터들이 다니면서 사고를 쳐주지 않는 이상 리얼을 깰 수 밖에 없다는 것이죠.

 

아무튼 제작진의 고민은 무엇일지 모르겠네요.

시청률은 아주 잘 나오고 있는데 과연 앞으로 시청률이 어떻게 될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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