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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돋보기/방송 돋보기

'쾌도 홍길동' 의 정체는 뭘까?

by go9ma 2008. 1.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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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1월 2일부터 새로 시작하는 KBS2 TV 새 수목드라마 <쾌도 홍길동>!
난 도대체 이 드라마의 정체를 모르겠다.

사또의 잔치날에 현대음악에 맞추어 현대의 춤을 추는 놀이패(?). 도대체 이게 무슨 의미가 있는 것일까? 차라리 그냥 사실적인 전통 춤과 음악이 극의 사실감을 더 높여주지 않나? 의미도 없을 뿐더러 극의 사실감만 떨어뜨린다.
또 어설픈 와이어 액션. 비현실적인 와이어 액션은 차라리 안하만 못하다. 이미 눈높이가 높아진 시청자들 상대로 무엇을 기대하는 것인지 궁금하다. 과장된 와이어액션을 통한 웃음을 기대하나? 하지만 전혀 재미있지 않다.


퓨전사극 장르를 표방하며 거창하게 시작한 <쾌도 홍길동>. 하지만 이건 드라마도 아니요, 오히려 시트콤 수준에도 못미치는 듯 하다.

주인공이 퍼머 머리를 하고, 조연들이 개량 한복을 입으며, 현대 음악에 맞추어 현대 테크노 춤을 추면 퓨전인가? (- -) 그렇다면 그런 것을 통해 얻는 효과는 무엇인가?
이건 조선시대의 사실감도 떨어지고, 퓨전극을 통한 재미도 느껴지지 않는다. 이미 영화 '낭만자객'에서 보기 좋게 실패한 것들 아니던가?

그렇다면 혹시 '마당놀이'를 기대한 것인가?
'마당놀이'에 등장하는 절묘한 현대와의 퓨전과 배꼽이 빠질 듯한 해학. 그것은 마당놀이만의 것이기에 재미가 있고 가치가 있는 것이다. 태어나 처음 만나는 유머와 해학. 그것이 마당놀이의 가치를 높여준다.

하지만 <쾌도 홍길동>은 어떠한가?
드라마 속 대부분의 장면들은 이미 어디선가 만났던 것들이다. 한량 모습의 주인공 홍길동도 주몽에서 보았던 캐릭터이고, 저작거리에서 홍길동이 바람을 일으키며 해치우는 동네 패거리는 영화 '품행제로'에서 보았던 장면 아닌가. 어디 그 뿐인가. 수 많은 우연의 남발, 그나마 그런 설정과 상황들도 이미 다른 작품에서 접했던 것들이 대부분이라 새로운 재미가 없다.

극(드라마)이란, 작가만의 이야기가 있어야 하고, 작가만의 세계와 캐릭터가 그려져야한다. 하지만 <쾌도 홍길동>은 퓨전사극이라는 광고만 그럴 듯 했지 작품으로의 가치와 재미가 전혀 없었다. 퓨전사극이라고 해서 기본적으로 '극'이 갖추어야할 내용이 다를까... 아니다. 똑같다. 오히려 시청자들을 설득하고 웃겨야하니 더욱 어려운 것이다.


차라리 이럴 거면 배경을 현대로 하고, 과거의 홍길동 이야기를 퓨전시켜 현대의 '홍길동' 이야기를 하는 것이 훨씬 더 재미있고, 사실감도 함께 얻을 수 있지 않았을까 싶다. 또는 조선시대와 현대를 왔다갔다(상상하는 식으로) 하거나 말이다. 그럼 최소한 시트콤만큼의 재미는 얻지 않았을까? ('쾌걸춘향'처럼 말이다)

이건 절대 시청자들이 드라마를 이해 못하는 게 아니다. 오히려 제작자들이 시청자들의 눈높이를 못 맞춘 것이다. 요즘은 3류 만화에서도 나오지 않는 유치한 장난과 유머들을 <쾌도 홍길동>에서는 하고 있다. 더군다나 이 작품은 '작품'이라고 하기에도 뭣한 그런 작위적인 억지 드라마다. 홍길동 이야기는 원작에서 가져오고, 드라마 내 설정이나 캐릭터, 에피소드 대부분 이미 다른 작품이나 만화에서 본 듯한 것들이다.

역시 이 드라마의 작가 홍자매가 시트콤의 한계를 넘지 못했다는 생각이다. '환상의 커플', '쾌걸춘향' 등에서 시트콤식 유쾌한 웃음은 선사했으나 이번에는 드라마가 갖추어야할 드라마틱하고 정교한 극적인 이야기는 만들어내지 못했다. 더군다나 이번엔 전 작품에서 보여주었던 시트콤식의 신선한 웃음도 느낄 수 없다.

차라리 퓨전사극이 아닌, 정극 코믹 사극이 훨씬 더 재미있었겠다는 생각이다.
부디 이런 작품이 후에 '신선한 시도'였느니, '좋은 작품이었으나 시청자들로부터 외면받았다'느니, '동시간대 다른 작품과 잘못 만난 불행한 명작'이라는 평가는 없었으면 좋겠다.

쾌변처럼 시원한 드라마를 기대했는데, 이건 오히려 변비만 더 깊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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