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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돋보기/방송 돋보기

한국 사회의 썩은 부분을 도려낸다 - 추적자 THE CHASER

by go9ma 2012. 5.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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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대하지 않았던 드라마가 의외의 재미를 선사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SBS의 월화드라마 '추적자'가 바로 그런 경우입니다.

 

이 드라마를 기대하지 않았습니다. 솔직히 제목부터 촌스러웠거든요.

더군다나 주연 배우들도 그다지 끌리지 않았고요. 물론 손현주, 김상중, 류승수씨 등은 연기력을 인정받는 배우들이고요, 또 김성령, 고준희, 박효주씨는 연기력뿐만 아니라 미와 매력을 뽐내는 그런 여배우들입니다만...

 

사실 박효주씨와 강신일씨가 또(?) 형사로 나오는 건 그다지 반갑지 않습니다. 자꾸 전작을 떠올리게 하고 배우의 이미지를 고정시키기 때문이죠.

류승수씨가 검사로 나오는 건 신선하지만 손현주씨와 김상중씨가 연기하게 될 캐릭터 역시 그들이 출연했던 다른 작품들과 좀 중복되는 느낌이 강해서 뻔한 드라마가 아닐까 하는 오해를 만들어냅니다.

 

그런데 이 드라마, 물건이 될까 싶습니다.

이야기 전개가 심상치 않습니다. 뺑소니 사고에, 그 운전자는 재벌의 딸, 그리고 그 딸의 남편은 대권에 도전하는 정치인입니다. 그리고 손현주씨가 연기하는 백홍석 형사는 힘 없고 빽없는 우리 서민을 대표하지요.

 

경찰이라면 공권력이 있는데도 자신보다 더 강한 권력에 의해 딸을 잃게 된다는 설정이 충격적입니다. 뻔해보이는 설정 같아도 플롯구조의 탄탄함은 인정해주어야합니다.

 

또한 우리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유전무죄, 무전유죄' 를 정면으로 비판하는 것이어서 시청자와 사회에 강렬한 메세지를 전달할 것으로 예상됩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에는 몇 가지 '옥의 티' 가 있습니다. 

 

백홍석의 딸을 친 지수와 PK준... 그런데 죽지도 않은 아이를 자동차로 왔다갔다하며 죽이려고 합니다.

 

 

 

 

이것은 상식에 맞지 않는 행동입니다.

아무리 사고 직후라 정신이 없다고 해도 왜 아이를 죽이려 하나요? 아이가 PK준 얼굴을 본 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보통 이런 경우, PK준은 차에서 내려 다른 곳으로 몸을 피하고, 지수가 아이를 차에 태우고 병원으로 향하는 것이 맞습니다.

또는 함께 뺑소니를 결정하게 되면 자동차로 도망가다가 공중전화를 이용해 사고가 났음을 익명으로 제보하기도 하지요.

이것이 실제 현실에서 이루어지는 대응입니다.

 

만약 너무나 놀란 나머지 위와 같은 방법을 생각하지 못했다고 칩시다.

하지만 운전자는 지수입니다. 단지 PK준은 그녀와 부적절한 관계 때문에 언론 노출이 두려운 것인데 그렇다면 사고 현장을 떠나면 그만입니다. 어차피 사고 책임은 지수에게 있으니 사고 후 대책도 지수가 책임지는 것이 맞는 것이죠. 그리고 지수에게 자신과 함께 있었음을 이야기 하지 말아달라고 부탁하고 말입니다.

 

분명 목격자도 없습니다. 혹여 CCTV가 있다고 해도 영상으로는 PK준임을 확신할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PK준은 병원이나 경찰서 노출 없이 그 자리를 떠나면 그만인 겁니다.

 

더군다나 아이가 살아있습니다.

아이가 죽은 것과 살아 있는 것은 처벌부터 다릅니다. 그러므로 이런 경우 아이를 쉽게 죽이지 못합니다. 왜냐하면 나중에 뺑소니 한 것이 탄로날 수 있기 때문에 그것에 대해서도 대비를 해야하기 때문이죠. 그래서 아이가 다른 차에 치이지 않도록 인도쪽으로 옮겨 놓고 공중전화 등을 이용, 익명으로 사고를 알리고 도주하는 것이 일반적인 행동입니다.

 

그런데 PK준은 차로 아이를 죽이려 합니다.

처음 사고는 '과실'이었지만 두번째는 의도적인 '살인'입니다. 당연히 처벌 자체가 하늘과 땅차이로 큽니다. 연쇄 살인범이 아닌 이상 그런 상황에서 아이를 죽이진 못할 겁니다.

 

하지만 PK준은 너무나 쉽게 아이를 죽이려 합니다. (- -)

너무 억지스러운 설정입니다.

 

 

이런 억지스러운 설정은 2회에도 있습니다.

흔히 작위적인 설정이라고 하죠.

 

 

 

강동윤(김상중)이 PK준에게 입을 닫는 댓가로 회사를 넘겨주겠다고 제안한 것입니다.

 

이 역시 매우 비현실적입니다.

자신의 야망을 위해, 30억을 주면서까지 여고생을 죽인 동윤입니다.

그런데 PK준에겐 회사를 하나 넘겨주겠다고요?

 

글쎄요... 제가 동윤이라면 PK준을 자살로 위장해서 죽이겠습니다.

어차피 자살하는 연예인이 많으니 자살로 위장하기가 쉽습니다. 또 휴대폰으로 녹화까지 한 PK준입니다. 자칫 자신의 정치적 야망에 치명적일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당연히 쥐도 새도 모르게 죽이는 것이 상식에 맞습니다.

 

그렇게 되면 동윤은 지수와 자신의 장인에게 더욱 강한 압박을 넣을 수 있습니다. 뺑소니를 공모한 PK준이 죄책감에 자살했다는 식으로 몰아가면 사건을 공모한 지수의 죄는 더욱 커지기 때문이죠.

 

 결국 PK준은 동윤이 자신을 죽이지 못할 확실한 장치를 마련해뒀어야 시청자를 설득할 수 있는데 드라마에선 그렇지 못했던 것입니다.

 

녹화를 했다고 해도 전문킬러는 PK준이 영상을 인터넷에 올리는 시간보다 훨씬 빨리 사람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죠.

 

 

하지만 이런 억지스러운 작위적인 이야기 전개에도 불구하고 이 드라마는 분명 볼만하다는 것입니다.

 

앞으로 이야기가 어떻게 전개될지 궁금해지는 드라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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