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KBS, SBS 모두 경영난으로 인하여 프로그램 폐지와 외부 MC 축소 등 자체 구조 조정에 들어갔습니다. 방송사들이 갑자기 경영난을 겪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경제가 좋지 않아서지만 케이블TV진출과 각종 부대사업에, 시청률 저조가 함께 맞물려 일어난 총체적인 문제로 보입니다. 또 방송사 직원들의 연봉이 상당히 높은 편에 들어가기도 하고요.
제가 보기엔 무엇보다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시청률 저조가 광고수입축소로 이어져 경영난을 가속시킨 것으로 보고 있습니다.
'대장금' 때만 하더라도 시청률 50%를 넘어가는 대박 드라마 덕에 광고수익이 받쳐주어 경영에 큰 도움이 되었을 겁니다. 이렇게 방송사에서는 이런 대박 드라마 하나에 그 해 광고 수익이 왔다갔다 할 만큼 큰 영향을 미칩니다.
이후 각 방송사들은 사극과 드라마에 집중 투자하게 되는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합니다. 예를 들어 어느 한 장르의 드라마가 뜨면 유사한 드라마들을 서로 경쟁적으로 제작한 것입니다. 사극이나 의학 드라마가 인기 있으니 그런 쪽 드라마들에 집중 투자한 것이죠. 또 물량도 역사상 최다의 작품이 쏟아지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방송국의 기대만큼 히트해주지 못했다는 겁니다. 다들 잘해야 2~30%의 시청률을 기록했을 뿐이며, 이보다 낮은 시청률을 보인 대작 드라마도 나온 것입니다. 이미 투자된 돈이 있는데 인기가 기대에 못미쳐 장사가 안되니 방송사들은 손해를 볼 수 밖에 없습니다.
MBC의 경우엔 그나마 작년까지 예능 쪽에서 '무한도전' 등이 시청률 40%를 돌파하는 등 광고수익에 효자노릇을 했던 것이 전부입니다. 최근에 들어서는 무한도전마저 시청률이 20%를 넘지 못하면서 경영난이 더욱 심화된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MBC는 '대장금' 이후 특별히 크게 히트한 대작이 없었습니다. '내이름은 김삼순'만이 30%를 넘었을 뿐이고, 그 이후 제작된 '주몽'이나 '태왕사신기'가 2~30%대의 기대에 못미치는 성적을 보이면서 MBC는 경영난에 봉착한 것으로 보입니다.
물론 이것은 MBC뿐만 아니라 KBS나 SBS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들도 MBC와 같은 실수를 하여 똑같은 경영난에 봉착하게 되었습니다. 이런 방만한 경영의 이면에는 어떤 문제가 있었을까요?
우선 방송사는 자신들의 능력을 너무 과대 평가했습니다. '대장금'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사극을 기획하면 똑같이 성공할 것이라 계산한 것이죠. 하지만 그것은 잘못된 계산이었습니다. '대장금'에서는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내는 능력 있는 보조작가가 있었고, 또 그 동안 사극에서 볼 수 없었던 이영애씨만의 독특한 매력과 사극 연출에는 도가 튼 훌륭한 연출가가 있었습니다. 이렇게 세박자가 맞아 삼합을 이루니 이보다 더 좋을 순 없었던 것이죠.
하지만 보면 '주몽'이나 '태왕사신기', '이산' 모두 삼합에서는 완벽하다 할 수 없었습니다. 특히 '태왕사신기'나 '이산'의 경우를 보면 결국 훌륭한 드라마란, 능력있는 작가의 신선한 이야기가 우선이라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능력 있는 작가와 연출가를 뽑아 배출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방송사를 보면 그런 시스템과는 거리가 멀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PD 공채의 경우 이젠 학력은 안본다지만 그래도 시험 점수에 의하여 당락이 결정됩니다. 과연 영어나 공채 시험 점수가 좋은 사람이 연출도 잘한다는 보장이 어디에서 나오는 것인지 묻고 싶습니다.
작가의 공모 시스템도 문제가 많습니다. 해마다 방송사는 5~7명 정도의 신인 작가를 공모전을 통해 발굴하는데 공모전 심사 시스템을 보면 어처구니가 없습니다. 일선의 PD들이 총 출동하여 1차 심사를 하는 것입니다. 위에서 이야기 했지만 그저 시험 점수로 뽑힌 PD들이 과연 능력있는 작가를 분별해낼 수 있는 능력이 있는지 궁금한 것이죠. 결국 이런 작가 공모전에서는 '운이 좋아야 공모전에 뽑힌다'는 말이 나돌고 있을 정도입니다. 이러니 결국 해마다 방송국과 장기 계약하는 작가는 1~2명 불과하며, 좋은 작품이 나올 가능성은 계속 줄어드는 것입니다.
물론 이것은 예능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좋은 작품을 만들어낼 능력이 없는 사람들이 훌륭한 능력을 가진 천재를 알아볼리가 없습니다.
배우도 마찬가지입니다. 지속적으로 신인배우들을 발굴하고, 육성해야하는데 그 작업을 일부 대형 연예 기획사들이 독점하고 관리하다보니 작품에 알맞는 배우 공급이 원활하지 않습니다. 결국 이런 환경은 일부 스타 배우의 몸값만 올리고, 드라마나 예능 프로그램의 제작비를 상승시켜 경영을 더욱 악화시키고 있는 것입니다.
결국, 결론은 이렇습니다.
방송사들은 잘 나갈 때에 작가나 PD, 배우의 등용과 관리에 신경써야 했는데 결국 단막 등을 폐지하면서 그 씨앗을 없애버리는 결과로 지금의 상황에 봉착하게 된 것입니다.
방송사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습니다. 좀 더 상황을 멀리 보고 신인 작가나 PD, 배우의 발굴에 새로운 잣대로 능력 있는 인재들을 찾아내어 그 씨앗을 키울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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