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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돋보기/방송 돋보기

과장된 김태호PD 능력은 거품이다!

by go9ma 2009. 9.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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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한도전'을 연출하는 김태호PD에 대한 인기는 그야말로 거의 광신도적입니다. 팬들은 '무한도전'과 그를 거의 동일시 하고 있으니까요. 그는 곧 '무한도전'이고, 무한도전은 곧 '그'입니다.

그리고 이번에 좋은 상을 두 개나 수상했습니다.
그가 분명 재능있는 예능 PD임을 부정할 수는 없을 겁니다. 그런데 여기저기서 그에 대한 예찬론이 쏟아져 나옵니다. 제가 보기엔 분명 이것은 너무 OVER라는 생각이 듭니다. 그리고 이번에 상을 수상한 '봅슬레이 특집' 도 과연 상을 수상할 만한 것인지 의문이 드는 부분도 있습니다.



처음 '무한도전'을 시청하던 때가 생각납니다.
그 때는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처음엔 한자릿수 시청률로 시작하였고, 시청자들이 보내온 도전 아이템으로 황당한 도전을 매주 이어나갔습니다.
저는 그 때가 참 좋았습니다. 바로 진정한 '리얼'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그들이 혹여 짜여진 각본에 의해, 혹은 의도적으로 상황을 만든다고 할지라도 그들이 도전하는 상황은 정말로 리얼이었으니까요. 그야말로 '무모한 도전'이었습니다.

하지만 이것이 김태호PD의 순수 아이디어는 아니었던 걸로 기억합니다. 당시 KBS 등 다른 방송사에 이와 비슷한 도전 프로그램이 있었고, 역시 그런 프로그램을 이끌던 MC로 유재석씨가 유명했었지요. '출발 드림팀'부터 시작된 도전 프로그램의 히트는 이후 '도전' 유행을 만들어내며 비슷한 류의 아류 프로그램들을 쏟아냈었습니다. 바로 '무한도전' 역시 그런 아류 프로그램 중 하나였습니다.


도전이 이어지면서 '무한도전'은 어느새 하하를 포함한 6인조 고정 구성을 형성하게 되었고, 그와 함께 고정 팬층을 확보하게 됩니다.

그렇게 무한도전 방송이 2~3년 정도 방송하였을 때 쯤, 무한도전에 위기가 찾아옵니다. 무한도전의 인기를 견인했던 것은 시청자들이 보내온 도전 아이디어 힘이 컸는데 이것이 바닥난 것입니다.
'무한도전'의 탄생과 무한도전이 자리를 잡을 때까지의 도전아이디어는 김태호PD의 순수한 창작은 아니었다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런 '무한도전'은 수 년에 걸쳐 업그레이드가 됩니다. 그 과정에 6인조 시스템을 발견하였고, 멤버들의 캐릭터들이 자리를 잡게 된 것입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고정 팬층도 굳어집니다.
('1박2일'에서 자신들이 어렵게 발견한 6인조 시스템을 따라한다고 불만을 이야기하던 김태호PD의 인터뷰가 생각납니다. 원조격인 KBS의 도전 예능 프로그램들이 없었다면 '무한도전' 자체가 탄생하지 못했을텐데 도대체 누가 누구에게 따라한다는건지 황당했더랬습니다.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라는 모양이었죠)

하지만 아이디어가 바닥나니 여러가지 문제점이 발생합니다.

이런저런 시도를 한 끝에, 그 다음 '무한도전'이 발견한 것은 바로 '패러디'입니다.


사실 예능프로그램에서 아이디어를 제공하는 인력은 매우 중요합니다. 주로 작가를 많이 고용하여 이 부족한 아이디어 부분을 채워나가야하는데 우리나라의 경우 제작여건상 그렇지 못합니다. 미국의 경우 시트콤 제작에 최소 수십 명에서 1~2백명 단위의 작가가 동원된다는 것을 생각해보면 우리나라의 방송제작 환경이 얼마나 협소한지 알 수 있을 것입니다. (미국의 그 재미난 시트콤들의 황당한 대사와 상황이 그냥 만들어진 것은 아니랍니다)

'무한도전'도 마찬가지입니다.
재미있는 예능을 제작하기 위해서는 아이디어가 나와주어야합니다. 하지만 이젠 더 이상 아이디어가 나올만한 곳이 없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 문화 산업이 발전하면서 재미있는 콘텐츠가 쏟아져 나옵니다. 외국의 인기 영화나 드라마까지 하면 영화나 드라마 콘텐츠는 정말 샘이 마르지 않는 아이템 우물 같은 것입니다.

'쉘위댄스'편부터 시작된 무한도전의 패러디 감동과 웃음은 이후 에어로빅이나 봅슬레이편으로 이어지게 됩니다. (물론 로스트와 프리즌 브레이크, 슬럼독밀리어네어 등 패러디 한 작품은 아주 많습니다)


뭐 예능 프로그램이니 '패러디'로 웃기는 것은 어쩌면 당연한 것입니다. 그리고 영화가 아닌, 실제 도전으로 이어진다는 점도 '무한도전'만의 리얼 감동을 담기 때문에 '무한도전'은 다른 프로그램들이 따라올 수 없는 자기들만의 영역을 구축하게 됩니다. 그리고 결국 이것이 '무한도전'매니아와 '무한도전' 월드를 탄생시키게 되지요.

하지만 우리는 여기서 '무한도전'의 성적표를 냉정하게 살펴볼 필요가 있습니다.

정말로 김태호PD의 능력이 그렇게 대단하다면 우리는 항상 '무한도전'이 재미있어야 하고, 시청률 역시 언제나 꽤 높게 나와야할 것입니다.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물론 최고 시청률은 40%대(맞나요?)를 찍었었지만 무한도전의 평균 시청률은 10%대입니다. 그리고 재미없는 내용일 때에는 10%대 초반까지도 갑니다. 시청률이 이렇게 춤을 춘다는 것은 분명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또 시청자 층이 젊은 층에 국한된다는 것도 문제입니다. 나이 있는 분들은 '무한도전'의 개그와 재미를 이해 못하거나 공감하지 못합니다.

물론 대박난 코너도 있습니다. 쉘위댄스나 봅슬레이. 에어로빅 편 등이 그랬지요. 아주 오랜 기간 혹은 어려운 고생 끝에 도전을 성공시킨 편들이 그랬습니다. (거의 뭐 예능이 아니라 희극인들이 펼치는 한 편의 다큐였지요) 그리고 프리즌 브레이크 패러디 편 등도 좋은 인기를 끌었습니다.

하지만 무한도전은 망한 코너들이 더 많습니다.
유치하고 따분한 진행, 억지 웃음을 유발하기 위한 몸개그 작렬 등... 심지어 전파 낭비라는 비난도 많았으니까요. 몇 개의 대박을 위해 희생되는 수 많은 방송횟수였습니다.

생각해보면, 정말 무한도전을 보면서 감동 받았던 것은 출연 멤버들의 다큐 도전이 있었을 때였고, 정말 재미있었던 것은 무한도전의 기획보다는 출연 멤버들의 개그 본능이 터져나와 재미있었던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것을 편집하는 김태호 PD의 감각이 있었죠.

솔직히 제가 김태호PD의 능력을 의심하는 것은 바로 '봅슬레이'편 때문입니다.


이것은 영화 '쿨러닝'의 패러디였지요. 거기에 정말 다큐 도전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이 봅슬레이라는 스포츠가 '쉘위댄스'처럼 일반인들도 쉽게 취미로 접근할만한 종목이 아니라는 것에 있었습니다. 또 에어로빅보다도 더 위험했지요.

운전을 전문 선수가 한다지만 방송에 나온 것처럼 출연 멤버들은 썰매에 익숙하지 못해 '사고'가 발생하기도 했습니다.
다행히 운(?)이 좋아 작은 부상에 그쳤지만 만약 썰매가 뒤집히기라도 했을 때 또 그 당시 전문 선수가 아닌 멤버들이 돌발행동을 하거나 잘못 되었을 경우 탑승한 무한도전 멤버들은 아주 심각한 상황을 맞이할 수도 있는 것입니다.

물론 모든 것은 다 위험합니다. 에어로빅하다가도 부상을 당해 목뼈를 다쳐 불구가 될 수도 있지요. 하지만 '위험한 상황'은 일종의 확률 문제입니다. 봅슬레이 같은 썰매는 종종 국제 경기에서도 선수들이 경기 도중 사고를 내는 좀 위험한 종목입니다. (개인적인 생각엔 떡 먹다가 기도가 막히는 확률과 별반 차이가 없어 보입니다)
김태호PD 말대로 멤버들은 정말 사지로 내몰린 것이지요.

우리는 웃고 감동을 느끼며 보았을지 모르지만 당사자들은 정말로 목숨을 걸고 타야했을지 모를 그런 방송이었던 것입니다.
그런데 그런 방송을 잘 만들었다며 이번에 상을 주었습니다. 솔직히 저는 좀 '아니다'라는 생각입니다. 단지 운이 좋았을 뿐이지, 만약 봅슬레이편에서 멤버 중 한 사람이 아주 큰 사고를 당했다면 과연 지금처럼 상을 받았을지 의문입니다. 아마 김태호PD에겐 상이 아닌 징계가 내려졌겠지요.


물론 김태호PD가 호흡이 잘 맞는 6인조 MC 시스템을 구축하고, 종종 재미있는 패러디 도전을 잘 만들어내지만 무한도전에서 그의 비중이 지금처럼 절대적인 우상 수준은 아니라고 봅니다. 물론 그의 감각에서 무한도전이 최종 편집으로 탄생하지만 무한도전의 팬들을 이끄는 것은 역시 무한도전의 MC 멤버들 캐릭터 비중이 크다고 할 수 있겠죠.

생각해보면 몇몇 대박 패러디 외에도 재미있는 것들이 많았습니다. 특히 저는 멤버들이 리얼로 서울 도심에 나타나 일반인들과 함께 하는 것도 재미있었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언젠가부터 무한도전은 '노른자'편을 위해 시간 때우기용 '흰자' 방송이 너무 많아졌습니다. 고정 시청팬 층에겐 별 상관 없을지 몰라도 일반 시청자들에겐 너무 짜증나는 것입니다.

 
물론 김태호PD 역시 아이디어 고갈에 대해 고충을 토로한 적이 있지만 지금의 이런 '김태호PD 만세' 분위기는 오히려 타성에 빠지게 하는 것은 아닌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누구나 정상에 서면 나태해지기 마련입니다. 그리고 오만해지지요. 사람이 오만해지면 자신의 단점은 보이지 않게 됩니다.

저는 오래전부터 이런 단점에 대해 계속 지속적으로 지적을 했었는데 해결이 되지는 않더군요. 왜 그럴까 생각했었는데 개인적인 생각엔 역시 김태호PD의 능력이 우리 기대치에 미치지 못한다는 것이었습니다.

나름 김태호PD는 감각도 있고 능력도 있는 연출가입니다.
하지만 우리는 그의 능력을 너무 과대평가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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