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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돋보기/영화 돋보기

영화 <버닝> 결말 해석

by go9ma 2019. 2.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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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내용의 <스포>가 될 수 있으니 영화를 보고 난 후에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아마도 영화를 보고 나서 검색을 통해 이 글을 보러 오겠지만 말입니다)


이 영화는 마치 문학소설 같은 작품입니다.

여기저기 <메타포>가 넘치고 있죠.

그래서 재미가 있고, 이창동 감독이 왜 대단한지를 알 수 있는 영화입니다.


영화 내용 해석에 대한 좋은 글들이 많기 때문에 (사실 저도 그런 글들을 보고 영화를 다시 생각하게 되었습니다만) 저는 오직 영화의 결말에 대한 것만 이야기 하겠습니다.


<해미>는 <벤>이 죽였을까요?


벤은 두 달에 한 번 비닐하우스를 태운다고 했습니다. 낡은 비닐하우스. 그건 마치 해미나 해미처럼 가족이 없는 외로운 여성을 뜻하죠. 그리고 태운다는 것은 곧 <살인>을 의미합니다. 시신을 태워서 없애면 증거가 남지 않죠. 만약 그냥 사귀다가 지겨워져서 헤어지는 것이라면 다른 은유를 하지 않았을까요? 저는 이것을 벤의 <연쇄살인>으로 이해했습니다.


그리고 벤의 집에서 발견되는 해미의 손목시계. 없었던 것이 해미 실종 후 나타나죠. 그리고 그 안에서 발견되는 수많은 다른 여성의 소지품들. 그리고 없던 고양이가 나타납니다. 해미의 집에선 고양이가 사라지죠. 이런 것을 보면 벤이 해미를 죽인 살인마로 보이고, 종수는 그런 이유로 벤을 죽인 거 같습니다. 


그런데 뭔가 이상합니다.


마지막 장면에서 벤은 종수에게 해미와 만나자고 해서 나왔다고 하죠. 그리고 해미를 찾습니다.

자, 만약 벤이 해미를 죽였다면 벤은 그 장소에 나오지 않았을 겁니다. 또는 어떤 대비를 했겠죠. <해미는 내가 죽였는데 해미가 날 기다린다고?> 그럼 벤은 어떤 대비를 할까요? 자신을 보호해줄 다른 누구가와 함께 가거나 또는 방어를 할 수 있는 무기 같은 걸 준비하지 않았을까요?

또 벤은 종수가 자신을 미행한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만약 벤이 진짜 살인마라면 이미 그 때부터 종수를 경계했을 겁니다. 살인마들의 당연한 직감인 거죠. 아무리 살인을 밥먹듯이 하는 연쇄 살인마라도 누군가 자신을 잡으러 하면 대비하고 경계하기 마련입니다. 그런데 벤은 그런 것이 없습니다. 종수를 경계하지도 않고, 외진 곳으로 혼자 대비없이 나오기까지 합니다. 이것은 벤이 해미를 죽인 범인이 아니라는 의미가 됩니다.


그래서 다시 생각해보면, 고양이 역시 해미가 기르던 고양이가 아닐 수 있죠. 그리고 손목시계 역시 단순히 벤이 사귀었던 여자와 헤어지면서 그 증표로 악세사리 하나를 받아 놓은 것일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벤의 화장실에는 다른 여성의 악세사리로 보이는 물건들이 많은 거죠.

또 낡은 비닐하우스를 태운다는 것도 <살인>이 아닐 수 있습니다. 낡은 비닐하우스, 그것도 종수와 아주 가까이에 있는 비닐하우스는 분명 해미를 의미합니다. 그런데 태운다는 것이 <살인>을 의미한다는 확실한 근거는 없습니다. 다양하게 해석될 수 있죠. 감정의 태움, 즉 <이별>을 뜻할 수도 있고요.


그런데 종수는 벤이 해미를 죽인 것으로 생각하고 벤을 살해합니다. 

그렇다면 단순히 이 이야기는 종수의 <오해>에서 비롯된 살인 사건인 것인가.

어쩌면 종수는 벤이 해미를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고 있지 않았을까요?


만약 종수가 벤이 해미를 죽인 범인이라고 알았다면 종수는 벤을 불러낼 때 해미를 언급하지 않았을 겁니다. 벤이 해미를 죽였는데 종수가 해미와 같이 만나자고 했다면 벤은 종수의 말을 의심하고 다른 준비를 했을 수 있으니까요. 또는 나오지 않았을 수도 있죠. 

그런데 종수는 벤에게 해미를 언급합니다. 해미가 나올 거라고 이야기하죠. 왜 그랬을까요? 해미를 언급한 것 때문에 궁금하여 벤이 나올 거라고 확신한 걸까요? 아니면 해미를 벤이 죽이지 않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해미를 언급한 것일까요? 생각이 복잡해집니다.


그래서 종수는 벤이 해미를 죽인 범인이 아님을 알고도 죽였을 수도 있다고 봅니다. 그럼 종수는 벤을 왜 죽인 것일까요?


종수는 벤에게 해미를 좋아한다고 고백하죠. 그런데 벤은 웃고 맙니다. 저는 그게 무시하는 걸로 보이더군요. 

그러니까 이런 거죠. 종수는 벤에게, <난 해미를 좋아하니 해미가 날 떠나지 않도록 잡아줘.> 라고 부탁하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런데 벤은 웃죠. 아니, 비웃죠. 마치 <해미는 널 떠날거야.>라는 의미 같습니다.

결국 해미는 사라지고, 자신을 도와주지 않았다는 이유로 종수가 벤을 죽인 거 아닐까하는 생각도 들었습니다만... 이건 너무 나간 거 같네요. ^^;


그냥 보자면, 종수는 벤이 해미를 죽인 것으로 오해하였고, 그래서 벤을 불러서 벤을 죽이죠. 하지만 벤은 해미를 죽인 살인자는 아니었던 거죠. 해미를 죽였다면 그렇게 허무하게 종수에게 죽지는 않을 테니까요. 


영화 속에는 캐릭터를 상징하는 많은 장치들이 있습니다. 그런 것들을 해석하면서 따라가면 종수와 벤, 해미라는 캐릭터가 더욱 분명해지죠. 결국 영화는 그런 분석을 통해 캐릭터를 분석하고, 그에 따라 영화 내용을 해석해야하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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