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고구마의 세상돋보기 go9ma 2008.10.12 00:13
우연히 옆 동네 골목을 걷다가 너무 목이 말라 작은 분식집 안으로 들어갔습니다. 목적은 따뜻한 물 한 컵이었지만 그것을 위해 저는 김밥 한 줄을 주문했지요. 김밥의 가격은 겨우 천 원.

천 원짜리 김밥 오죽할까 싶었습니다. 거리에 흔한 김밥 전문점들이 떠오르더군요. 그런 곳들의 기억이 별로 좋지 않고, 또 잘 알지 못하는 식당이나 분식집에서 음식을 쉽게 먹는 성격도 아니기에 별 기대 없이 천 원짜리 김밥 한 줄만 주문했습니다.

드디어 나온 김밥 한 줄.
그런데 김으로 두룬 몸뚱아리가 아주 매끈한 것이, 고소한 기름 위에 깨들이 간신히 달라 붙은 채 놀고 있더군요. 뭔가 범상치 않았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입 안으로 한 조각을 넣어 씹는데... 와우, 이런 김밥 맛은 정말 처음이었습니다.

그동안의 일반 분식집에서 맛 보았던 그런 맛이 아니었습니다. 식당의 잡내도 나지 않았습니다. 이것은, 이것은.... 소풍 때 어머니가 정성껏 싸주시던 바로 그 김밥 맛이었습니다~!

내용물도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밥에, 단무지, 시금치, 햄, 계란 등 아주 기본적인 재료 뿐이었습니다.

주인 할머니에게 김밥이 참 맛있다고 하자, '예전에 어머니가 싸주던 맛과 비슷하다'며 김밥을 찾는 단골이 꽤 된다고 하더군요.
할머니는 특별한 비법이 없다고 합니다. 그저 예전에 자기 아이들 학교 다닐 때처럼 김밥을 싸주듯이 만든다고 했습니다.

그렇습니다.
맛의 비밀은 특별한 것이 없었습니다. 그저 내 가족에게 먹이는 것처럼 정성스럽게 만드는 것이 그 비밀이었던 겁니다. 얕은 꽤를 쓰지 않고, 좋은 재료로 정성껏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진짜 '맛의 비밀'이었던 것이죠.


그런데 그런 기본적인 '상식' 조차 모르는 식당들이 우리 주위엔 꽤 많습니다.

오늘은 어느 규모있는 식당에서 갈비탕 2인분을 포장해왔는데, 1인분에 7천원이라는 적지 않은 돈을 받으면서 고기는 뉴질랜드산을 쓰더군요. 심지어 어떤 음식 중엔 미국산 고기를 사용하는 요리도 있었습니다.

고기의 안전성은 무시하더라도, 이렇게 외국산 고기를 사용하는 것은 전적으로 재료비 때문입니다. 생산 원가를 낮추고 이익을 크게 하기 위해 값 싼 재료를 선택하는 것이죠.

하지만 그 식당 사장님에게 묻고 싶었습니다. 진정 그럴 수 밖에 없었냐고.... 한우도 산지에서 낮은 등급의 고기를 직송 받으면 그렇게 비싼 가격은 아닙니다. 물론 식당 사장님 이익이 좀 줄어들겠지만 그래도 과연 그런 생각은 해보셨었는지 묻고 싶더군요.

그 식당엔 한참 주말 저녁이었지만 찾는 손님은 그리 많지 않았습니다.
그 많은 메뉴들 중에 한우는 찾기 어려웠고 대부분이 호주산 아님 국내산 육우였습니다. 그리고 뉴질랜드산과 미국산이 하나씩 섞여 있었죠.
물론 우리나라 한우 유통구조에 많은 문제가 있긴 합니다만, 많은 업체들이 스스로 유통 단계를 줄이면서 경쟁력을 갖추는 것을 볼 때 이 곳 사장님은 정성이 좀 부족한 것은 아닌가 싶었습니다.

생각해보면, 그 수 많은 대박난 맛 집들의 비밀은 특별한 레시피가 있어서가 아니라 단지 '좋은 재료와 정성'이 그 비밀 아니었을까요?

음식 장사 하시는 분들은 혹시나 얕은 꾀로 속임수만 쓰려고 하는 것은 아닌지, 정성보다는 이익만 남기려는 생각만 가득한 채 손님만 오기를 기다리는 것은 아닌지 생각해 볼 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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