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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에서 좀 엽기적인 오락 프로그램 하나를 선보였다. 바로 '내 딸의 남자' 다.
프로그램의 내용은 이렇다. 장모가 직접 자신의 딸(외모와 배경이 출중한 엄친딸)에게 가장 잘 어울릴만한 사위를 직접 선택한다는 설정이다.
물론 오래전부터 우리나라에 '중매'라는 풍습이 있긴 하다. 이유는 여러가지다. 집안간의 합의된 정략결혼이기도 했고, 혼기를 놓친 미혼 남녀의 만남이기도 했다. 그리고 최근에 이르러서는 '결혼정보회사'의 등장이 이를 대신하고 있기도 하다.
물론 결혼이라는 것이 단순하지 만은 않기에 현실적인 부분의 조건을 안따질 수가 없다. 어쩌면 그야말로 감정만으로 배우자를 선택하는 것은 그저 '이상'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아마 방송이 아니더라도 장모가 될 딸의 어머니가 결혼정보회사를 통하여 서너명의 적당한 사위감 후보를 살펴보고 맞선 상대를 찾는 일은 얼마든지 있을 수 있다. 또 연륜있는 어머니이기에 딸과는 좀 다른 시각으로 남자를 관찰하고 평가할 것이기 때문에 좀 더 나은 남자를 선택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결혼이란 우선은 당사자들의 문제다. 장모가 사위를 데리고 살 것은 아니지 않은가? 또 장모는 아무리 딸을 생각해도 자신의 중심에서 사위를 보게 된다. 즉, 조건을 따져 남자를 선택했지만 딸과는 잘 맞지 않을 수 있다는 얘기다.
어디까지나 장모는 부모 입장에서, 어떤 사위가 들어오든 만족하지 못하더라도 딸을 위해 이해하고 받아들여야하는 것이 정상 아닐까 싶다.
그런데 '내 딸의 남자'는 장모가 사위를 직접 고른다. 솔직히 어떻게 보면 그리 좋아보이는 풍경은 아니다. 마치 남자들은 쇼윈도의 상품처럼 진열되어 있고, 예비 장모는 자신의 마음에 드는 상품을 고르는 듯 한 느낌도 받는다.
과연 이 프로그램이 재미있을까?
MBC에서는 '우리 결혼했어요', '스타의 친구를 소개합니다' 등의 가상 리얼 쇼를 편성하며 재미를 보고 있는 중이다. 물론 이들 프로그램들의 평가가 항상 좋았던 것은 아니다. '우결'은 시트콤식 설정에, '스친소'는 연예인 지망생들의 데뷔 장으로 전락했다는 혹평을 받기도 했다.
그리고 결혼생활과 소개팅에 이어, 이젠 '중매'를 소재로 한 프로그램이 등장한 것이다.
과연 제작진은 어떤 시청층의 타깃으로 제작했을까?
아마도 딸을 둔 부모나 포괄적인 여성 시청자층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사실 딸 가진 부모라면 한 번쯤 해봤을 고민이고, 해보고 싶은 일일 것이다.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눈만 잡아도 전체 가정의 절반이 해당될 것이라 판단했을지도 모르는 일이다.
그런데 방송 내용이 진짜 '리얼'이든, 가짜 '쇼'이든 어쩌면 시청자들에겐 관심 밖일지도 모른다. 세상의 모든 딸들의 조건이 그렇게 좋을리 없고, 방송처럼 사위를 고를 일도 없으며, 혹여 고를 수 있다고 해도 방송에 나온 남자가 내 사위가 될 일은 없기 때문이다.
결국 눈요기를 위한 방송이 될 수밖에 없고, 미리 대본으로 짜여진 코믹한 요소가 터져주지 않는 이상, '내 딸의 남자'는 '남의 집 딸의 남자' 이야기가 될 수 밖에 없다.
그저 배만 아플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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