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고구마의 세상돋보기 go9ma 2007.12.03 16:30

'달마야놀자', '조폭마누라', '두사부일체' 등등.... 이 영화들의 성공은 영화계에 '조폭미화'라는 씁쓸한 히트공식을 남긴다.
조폭 세계는 결코 이 영화들처럼 멋진 의리로 뭉쳐있지 않다. 배신과 암투, 치사한 폭력만이 난무하는 범죄세계일 뿐이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우리는 영화 속에서 현실과 동떨어진 조폭세계와 대면하게 된다. 얼마 전 이런 영화 속의 조폭 모습을 동경해 조직에 들어갔다가 구타와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조직을 뛰쳐 나온 젊은이들은 이런 영화의 부작용인 것이다.

하지만 반대로 이런 조폭세계를 정확하게 묘사하여 조폭을 '까는' 영화들이 있다. 똑같이 조폭을 소재로 했지만 이런 영화들은 오히려 관객들로 하여금 위와는 정반대의 반응을 불러온다. 폭력의 잔임함. 조폭은 이 사회에서 꼭 사라져야할 대상으로 묘사하는 것이다.

그래서 여기 세 영화를 소개한다. <우아한 세계>, <해바라기>, <거룩한 계보>.
이 영화를 통해 조폭영화가 가야할 길을 모색해보자.


우아한 세계...
조직의 중간보스인 송강호. 그의 삶 모습은 결코 우아하지 않다.
나이 마흔에 힘들게 폭력을 휘두르고 다녀야하며, 살고있는 낡은 아파트는 물도 제대로 나오지 않는다. 또 이권 관계로 심지어 같은 편에게 조차 칼을 맞을 뻔 하거나 또 아파트 공사장 인부들을 상대로 '접대'까지 해야하는 정말 치사한 삶이 바로 조직 중간 보스 송강호의 인생이다.

공사장 인부만도 못한 폭력조직의 중간보스... 과연 이 영화를 보고 누가 건달이 되고 싶어할까?
그것만으로도 이 영화는 충분히 박수를 받을만 하다.

또 영화 중간중간 뿌려주는 코믹한 요소들. 박장대소하기엔 뭔가 2% 부족한 유머지만 그래서 더욱 현실감이 느껴지기도 한다. 물론 그것은 곧 폭력 조직 세계에 대한 감독의 비아냥 웃음거리이기도 한 것이다.

이 영화에서도 여느 조직영화가 그렇듯 정말 아련한 '의리'가 나온다. 바로 송강호의 조직보스에 대한 충정이다. 하지만 이 영화 후반부에선 코믹한 반전을 통해 주인공 스스로 그 의리를 깨버린다. 어떤 식으로든 그 세계에선 '의리' 같은 게 존재할 수 없다는 작가의 무언 시위처럼 느껴지는 부분이다.

단란하게 마당있는 집에서 가족과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기 원하는 주인공.
과연 그가 꿈꾸는 '우아한 세계'는 그에게 올 것인가.



김래원이 주인공이라는 것만으로도 조폭 미화 영화라는 오해를 받아야했던 영화 '해바라기'.
하지만 이 영화 역시 조폭을 '까는' 영화다.

철 없던 시절, 오직 자신의 힘만 믿고 다니다가 살인을 하게 되는 주인공.
주인공은 폭력 세계에서 벗어나고 싶지만 세상은 그를 쉽게 놓아주지 않는다.

모든 더러운 방법을 동원해 조직을 키워나가던 조직 보스도, 폭력세계에 한 번 발을 들여놓았던 주인공도 결국 그들은 폭력의 굴레를 벗어나지 못한 최후를 맡게 된다.

이 영화에서 아쉬웠던 점은 마지막 클라이막스 장면. 주인공이 일당 백으로 싸우는 장면은 좀 비현실적으로 느껴졌다. 이런 아쉬움은 영화 '달콤한 인생'에서도 엔딩에서 똑같이 느꼈던 점이다.
그리고 영화 '레옹'의 엔딩 오마주인 엔딩 장면 역시 마음에 들지 않는다. 굳이 그럴 필요가 있을까? '해바라기'는 자기만의 매력만으로 자기만의 엔딩을 가질 자격이 있는데 자기만의 엔딩 장면이 없어 아쉬웠다.

그리고 역시 모호한 엔딩.
나중에 감독 편집컷으로 주인공이 사고 현장에서 나오다가 경찰의 총에 사망하는 장면이 있다. 이 장면은 실제 개봉에선 빠졌는데 역시 아쉬운 부분이다. 개인적으로 주인공 김래원을 죽일 생각이었다면 좀 더 현실적인 엔딩도 가능했을 거 같다. (아님 해피엔딩으로 가던가)

어쨌든 이 영화 역시 폭력의 결과는 결코 아름답지 않다는 것을 관객에게 전달하고 있다.



다음은 장진의 영화 '거룩한 계보' 다.
군데군데 칭찬을 많이 해줄만한 영화임에도 결국 이 영화는 조폭미화 영화가 되었다.
물론 정확히 따지면 조폭을 '까는' 영화이기도 하다. 주인공 셋의 의리는 조직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닌 어릴적 우정으로 연결되어 있는 것들이다. 하지만 이 영화에서 보여주는 세 명의 우정은 뭔가 영화 '친구'하고는 다른 느낌이다. 그다지 감동적이지 않다고 할까?

이 영화는 많은 헛점을 보이고 있는데 가장 큰 문제점은 주제다. 도대체 이 영화는 무엇을 얘기하고 싶은 걸까?
결국 마지막에는 우정을 이야기하지만 영화의 시작은 그것이 아니다. 주인공 정재영의 탈옥이 이 영화 이야기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탈옥을 위한 필사적이면서 코믹한 노력... 주인공의 탈옥 목적에는 조직의 배신이 있다.
하지만 영화는 중간에 생뚱맞게도 친구들 우정 이야기로 흘러가버린다. 그러더니 탈옥수들끼리의 거룩한 계보가 만들어지더니 또 친구 정준호의 조직에 대한 계보 이야기도 나온다. 마치 서로 다른 서너개의 이야기를 마구 뭉쳐 놓은 느낌이랄까?

이 영화를 보면 왜 작법공식에 의해 이야기가 만들어져야하는지를 알 수 있다.
분명 재미있는 요소들을 많이 갖추고 있지만 이 영화는 끝내 관객에게 감동을 주지 못한다. 왜냐하면 주인공이 탈옥수들과의 인연과 우정, 그리고 감옥 밖 정준호와의 우정 이야기가 얽혀있기 때문이다. 결국 관객은 그 사이에서 왔다갔다만 하다가 영화가 끝이나 버린다.

차라리 통쾌한 복수를 통해 폭력 조직의 암울한 최후를 보여줬어도 훨씬 좋지 않았을까 싶다.
즉, '거룩한 계보'란, '대단한 조직이 아닌, 탈옥수들처럼 그런 상황의 우정이 만들어낸 것이다' 같은 메세지를 담았으면 훨씬 좋지 않았을까?





조폭 소재가 무조건 나쁘다는 것이 아니다. 앞으로는 재미와 함께 사회적인 영향까지도 생각하는 그런 영화들이 나와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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