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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돋보기/영화 돋보기

건축학개론 - 서연은 선배와 잤을까?

by go9ma 2012. 6.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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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건축학개론'이 관객 410만 명을 찍으며 막을 내렸네요.

 

제작비와 홍보비 등 손익분기점이 국내관객 150만 명으로 알려졌었는데요, 그 2배를 훌쩍 넘는 성적으로 흥행에 성공했습니다.

 

전쟁영화나 SF영화처럼 꼭 막대한 제작비를 투자하지 않아도 좋은 시나리오와 좋은 배우로, 좋은 영화를 만들 수 있음을 이 영화는 증명하고 있습니다.

 

저 역시 박수를 보내주고 싶은, 아주 잘 만든 영화입니다.

이 영화는 정확히 말하자면 슬픈 결론의 '비극'이죠?

그런데 영화 속에서 서연(수지)이 선배와 잠을 잤느냐, 안 잤느냐로 말이 많지요?

 

결론부터 말하자면 저는 처음엔 '잤다'라고 생각했습니다.

그것은 영화 속 몇 가지 단서로 추론할 수 있는데요...

 

 

첫째, 그 부자집 선배는 여자 꼬시는 법을 이야기하죠? 먼저 여자에게 술을 먹이고, 술에 취하면 어찌어찌한다... 승민(제훈)은 그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멍청하게... 자기가 좋아하는 여자라면 그 상황에 뛰어들어 선배를 방해하던지, 아니면 종강날 학교에 갔어야지... 결국 얄궂은 운명이 이 둘을 갈라놓네요)

 

둘째, 승민이 현관문 앞에서 귀를 대고 있을 때 '딸깍'하고 스위치 내리는 소리가 납니다.

 

셋째, 서연은 아침에 집을 나서며 버려진 건축모형을 보고 승민이 어제밤 왔다갔음을 눈치챕니다. 그런데 서연의 표정이 매우 좋지 않습니다. 아주 복잡하죠.

 

넷째, 만약 그날 밤 아무 일 없었고, 그것이 승민의 오해라면 서연은 승민에게 이야기 했을 겁니다. 너 왜 왔다가 갔냐고... 혹시 오해하는 거 아니냐고 말이죠. 또 태웅과 가인으로 다 커서 만난 후에라도, 서로 고백했을 때 서연이 승민에게 물었겠죠. 너 왜 그날 왔다가 그냥 갔냐고 말이죠. 왜 그 모형만 버려두고 갔냐고... 하지만 이 꼭 필요한 질문은 수지 때나 가인인 때나 하지 않습니다.

왜일까요? 서연 자신이 그날 무슨 일이 있었는지 잘 알기 때문입니다. 그날밤 선배와 잤기 때문에 승민에게 이야기할 수 없었던 거겠죠.

 

다섯째, 승민은 서연에게 쌀쌀맞게 대합니다. 서연은 승민이 그날 밤 왔다갔음을 알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서연은 분명 승민이 왜 그러는지 알고 있을 겁니다. 만약 상황이 오해라면 승민에게 이야기 했겠죠. 너의 상상은 오해라고... 하지만 그런 변명을 하지 않습니다.

 

여섯째, 승민(태웅)은 자신의 첫사랑을 '썅년'이라고 표현하죠. 그리고 서연(가인)이 묻습니다. 그 썅년이 자기냐고... 태웅은 아니라고 합니다만, 왜 서연이 그렇게 물었을까요? 바로 선배와 그날밤 잤기 때문이죠. 서연은 나중에라도 왜 자기를 썅년이라고 그랬는지 묻지 않습니다. 승민이 왜 자기를 썅년이라고 부르는지 알기 때문이죠.

 

 

그런데 여기서 몇 가지 단서를 다르게 해석해보면 완전 다른 결론이 납니다.

서연이 선배와 아무일 없었던 거죠.

 

첫째, 위에서 말한 '딸깍'하는 소리를 여러번 반복해서 소리를 크게 들어보면 스위치를 끄는 소리가 아니라 따귀 때리는 소리가 납니다. '짝' 하고 따귀 때리는 소리와 함께 누군가 '쿵'하고 떨어지는 소리가 나죠. 즉, 서연이 선배에게 따귀를 날린 겁니다. 그 정도로 의식이 없었던 건 아닌 거죠.

(하지만 그 이후에 어떤 일이 벌어졌을 가능성도 있습니다)

 

둘째, 서연은 왜 승민에게 자세하게 변명하지 않은 걸까요? 어쩌면 여자의 자존심 상, 자신을 그렇게 의심하는 승민이 원망스러웠을지도 모르죠. 또는 서연 역시 승민처럼 사랑에 미숙해서, 그런 오해를 어떻게 풀어야하는지 몰랐을 겁니다. 또는 오해조차 눈치채지 못했을테죠. 자기가 술에 취해 선배를 자기 방에 들인 건 사실이고, 서연은 그것만으로 승민에게 죄책감을 느꼈을지 모릅니다.

 

 

자, 이 영화는 현실의 우리 삶에 아주 중요한 교훈을 남겨줍니다.

'남자와 여자 사이에 친구는 없다' 입니다.

선배를 믿었던 서연은 결국 선배 때문에 인생을 망쳐버립니다. 

 

또 하나...

'여자는 술을 조심해야한다' 죠.

여자들은 보통 남자보다 술에 약합니다. 간기능이 떨어져 남자보다 2배 이상 빨리 술에 잘 취하죠. 그런 약점을 노리고 영화와 같은 사고가 아주, 매우 많이 일어납니다.

 

결국 '남자'와 '술' 조심을 하지 못한 서연은 이혼녀가 되어 고향으로 돌아왔고, 순진했던 승민은 가인보다는 예쁘지 않지만 그래도 어리고 귀여운 여자와 신혼여행을 떠나며 영화는 끝이 납니다.

 

그리고 '용기있는 남자가 미녀를 얻는다' 입니다.

승민이 용기가 있었다면 예쁜 우리 서연을 아내로 맞이했겠죠.

 

 

아, 또 한가지가 더 있군요.

승민과 결혼한 여자친구집 역시 부자집입니다. 그런데 승민은 그런 여자친구를 부담스러워하지요.

 

참, 인생 얄궂죠?

서로 사랑했으나 헤어진 두 사람은 공교롭게도 똑같이 부자집 배우자를 맞이합니다.

과연 잘된 것일까요?

 

우리 모두의 '기억의 습작'을 떠올리게 해주는 영화,

'건축학개론'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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