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영화의 줄거리는 간단하다.
중년의 유부녀와 유부남이 우연히 만나서 눈이 맞아 바람이 나고,
결국 동반 자살을 하게 된다는 이야기다.
실락원.
'낙원'을 잃어버린 거다. 인간에게 낙원이란 무엇일까?
돈? 아니다. 그것은 두번째 정도다.
인간에게 낙원이란 바로 서로 사랑하는 이성과 함께 하는 것을 말한다.
사주팔자에서도 인간의 최대 대운은 '결혼' 아닌가.
이들은 왜 바람이 났을까?
여주인공 린코의 남편은 차갑다. 다정하지 않은 거다. 린코에겐 사랑 없는 결혼생활이다.
더군다나 린코의 아버지 역시 다른 여자와 바람이 나서 집을 나갔다고 한다.
린코가 왜 과감하게 외도를 할 수 있었는지 이해되는 부분이다. 린코는 아버지의 그런 외도성향을 물려받은 것이다.
남주인공 구키는 좌천된다.
남자들의 경우 바쁘게 일하지 못하고 시간이 남게 되면 여자에게 눈이 돌아간다.
이건 어쩔 수 없는 남자들의 본능이다. 여자들은 이해할 수 없겠지만 남자들은 본능적으로 계속 다른 여자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되어 있고, 그런 이유 때문에 인류가 멸망하지 않고 지금까지 온 것이다.
혹여 아내가 완벽한 이상형이라고 하더라도 이미 중년의 그들에게 신혼 때의 열정이 남아 있을리 없다.
구키가 한눈을 판 건 어쩔 수 없는 '본능'인 것이다.
그래. 두 사람이 어쩔 수 없는 사랑에 빠졌다고 치자.
이들은 왜 미리 이혼하지 못한 걸까?
이혼은 현실적인 어려움이 많다.
우선 친인척이나 사회에서의 인간관계 모두 결혼을 통해 이루어져 있다.
이혼이란 이 모든 안정된 관계를 파괴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가족과 친척들은 물론 사회에서의 따가운 시선을 견뎌야한다.
또 남자들에겐 재산분할의 부담도 있으며, 무엇보다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해줄런지가 의문인 거다.
이유가 명확하지 않은데 배우자가 이혼에 동의해줄리 없다. 결국 이혼 요구는 두 사람의 외도 사실만 알리는 꼴이 되어버리는 것이다.
그래도 두 사람의 동반자살은 이해하기 힘들다.
이들은 왜 자살을 해야만 했을까?
구키는 좌천되지만 그렇다고 실업자가 된 것도 아니다. 무엇보다 수입이 생긴다는 게 중요하지 않은가? 물론 사회생활에서 밀려났지만 사랑을 선택하기 위해선 포기해야만 하는 것도 있다.
가장 중요한 건 린코와의 사랑 아니던가?
(만약 구키가 회사에서 짤렸다면 이해가 더 쉬워졌을 거다)
또 린코와 동거하기 위해선 구키가 아내와 이혼해야함은 당연하다. 아내가 이혼을 요구하니 구키는 이혼해주는 것이 맞다. 관계를 정리해주면 된다.
린코 역시 남편이 이혼을 안 해주면 어떤가. 집을 나와 구키와 함께 살면 된다.
(하지만 린코의 남편은 계속 소송 등을 통해 구키와 린코를 괴롭혔을 것이다)
그래도 그것이 '죽음'의 이유는 되지 않는다.
어쩌면 회사에서의 좌천 역시 이젠 끝이라는 생각이 들었을 거다. 남자에게 일할 자리를 빼앗는 건 의외로 심리에 심각한 타격을 준다. 거기에 아내와 이혼은 안정된 가정이 파괴되는 느낌이었을 거다.
또 린코 역시 남편에게 벗어나기 위한 최후의 방법으로 자살을 선택한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반대로 각 주인공의 배우자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그나마 구키의 아내는 현실적이다. 이혼을 먼저 요구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린코의 남편은 왜 이혼해주지 않은 걸까? 아내에 대한 미련 때문일까? 아니면 복수? 아마도 '복수심' 때문일 거다.
왜 복수심을 불태우는 걸까? 어차피 마음이 떠난 사람이다. 더군다나 아내가 외도를 한 건 배우자의 무관심이라는 책임도 있다. 배우자의 행복을 위해선 이혼해줘야하지 않을까?
이혼해주지 않는 건 어쨌든 본인이야 배신이라고 느끼겠지만 따지고 보면 '짝사랑' 아니던가?
이미 배우자의 마음은 떠났으니 '짝사랑'은 정리해주는 것이 맞다.
구키의 회사 역시 이해될 수 없다.
외도했다고 해서 좌천을 시킨다. 단순히 회사의 명예를 더렵혔기 때문인가?
린코의 남편이 뭘 어쩔 수 있겠는가? 어차피 외도는 당사자들의 문제인데... 외도했다는 이유만으로 구키를 좌천 시킨 건 이해할 수 없다. (어쩌면 정말로 외도와는 상관 없는 좌천일지도 모른다. 그냥 외도를 핑계로 나이 든 직원 하나 계열사로 밀어내려는 욕심일지도)
이 영화의 소설이 히트한 이유.
이 이야기는 너무나 현실적이기 때문이다. 누구나 경험했거나 경험할 수 있을 법한 이야기.
과연 당신이 구키이고 린코의 입장이라면, 또는 그들의 배우자라면 당신은 어떤 선택을 하겠는가?
아름다운 외도란 당사자들 뿐이다.
버려진 배우자들은 '배신'을 당했다는 분함에 평생을 분노로 살아가기도 한다.
그런 면에서 이 영화가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우리는 과연 어떤 결정을 내릴 것인가?
당신은 배우자를 소유물로 생각하고 있는가?
또 내 배우자는 어떤 사람인가?
운이 좋아 배우자와 끝까지 함꼐 한다면 다행이지만 그렇게 되지 못한 커플들은 어떻게 해야할까?
당신에게 질문을 던지는 영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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