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종말 시나리오 중 대표적인 소재 한 가지가 바로 '좀비 이야기' 다.
'28일 후', '나는 전설이다' 등 좀비 영화들이 있는데 과연 '월드워Z'도 그 대표 반열에 오를 수 있을까? (개인적으로 요건은 충분히 갖추고 있다고 본다)
이 영화는 알 수 없는 좀비 바이러스의 확산에서 시작한다.
서로 물리면 감염이 되고, 엄청난 속도와 힘으로 건강한 숙주를 찾아 돌진을 한다.
왜 한국과 예루살렘인가?
영화를 보면 바이러스가 처음 시작된 곳으로 한국이 거론된다. 한국에서 처음 '좀비'라는 단어가 나왔다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좀비 바이러스의 근원지가 한국이라는 인상을 심어준다.
그렇다면 왜 하필 한국인가?
더군다나 그 다음 목적지는 바로 예루살렘이다.
유일하게 정보를 미리 알고 예루살렘을 방호벽으로 둘러 친 것이다.
그렇다면 왜 한국 다음이 예루살렘인가?
세상의 종말이 온다면 바이러스도 가능성이 있지만 그보다는 실제적으로 '세계 3차 대전' 즉, 핵전쟁이 직접적인 위협이 된다.
그렇다면 '세계 3차대전'은 어디서 시작될 것인가?
바로 세계 최대의 화약고인 한반도다.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들은 전쟁 가능성을 낮게 생각하고 있지만 외국인들의 생각은 그렇지 않은 듯 하다. 그들 눈에 한반도는 세계를 핵전쟁의 위협으로 몰고 갈 수 있는 그런 공포스러운 지역이다.
아마도 대중의 그런 공포심을 최대한 자극하고 현실적으로 느끼도록 하기 위해 '한국'이 거론된 듯 싶다.
그리고 그 다음이 '예루살렘'이다.
예루살렘 또한 중동의 절대적 화약고다. 이 지역 역시 '세계 3차대전'이 시작될 수도 있는 그런 위험 지역에 속한다.
아마 감독이나 작가는 이런 상징적인 의미 때문에 '한국'과 '예루살렘'을 거론한 것으로 보인다.
(물론 예루살렘의 경우 성벽의 역사적 의미 때문에, 또 한국은 최근 한류의 영향 때문에 선택되었을 수도 있지만 어쨌든 내가 느낀 작가의 의도는 그런 것이 아니었을까 하는)
물론 '한국 비하' 발언 아니냐는 주장도 있다.
왜 하필 남한의 탈영한 병사가 좀비 바이러스에 감염 되었으냐는 것이다. 이것은 마치 한국이 좀비 바이러스의 근원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 한국이 마치 더럽고, 위험한 국가인 것처럼 선입견을 전세계 사람들에게 세뇌 시킬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 영화 속에서 한국이 등장하는 건 반갑지 않다.
특히 한국이 '사스' 같은 전염병으로부터 유난히 청정국가로 알려졌기에, 혹시나 의도적으로 우리나라를 비하하기 위한 목적이 아닌가 하는 생각도 든다.
그런 시각에서 접근하면 마치 작가는 한국인이나 유태인에게 열등감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이런 민족적 차별 역시 가능성 중에 하나다.
현실은 영화처럼 극적이지 않다
이 영화가 대단한 것 중 하나가 바로 '아이러니' 다.
아이러니하게도 영화 초반, 세상을 구할 바이러스 박사는 비행기에서 내리기도 전에 실수로 넘어져 사망하고 만다. 이 얼마나 황당한 일인가?
(실제로 현실 역시 이렇게 불확실성으로 돌아간다. 하지만 대중은 이런 황당한 결말 보다는 두 사람이 함께 바이러스의 원인을 찾아가길 바란다. 그래서 이런 설정은 오히려 영화를 비현실적으로 느끼게 한다. 가장 현실적인 설정이 오히려 관객에겐 비현실적인 작위적 설정으로 느끼게 하는 것이다)
하지만 이것은 영화 초반, 브래드피트의 불길한 예감을 말해준다. 우리 빵형님은 처음엔 가족들을 떠나려 하지 않는다. 왜 세상을 구하러 가기 싫었을까? 이미 그는 이런 황당한 결말을 느낀 것인지도 모른다. 바이러스 박사는 죽고, 브래드피트만이 작전 수행을 위해 살아 남는다.
더군다나 좀비들은 소리에 민감한데 우리 빵형님은 비행기로 연료를 넣으러 가던 도중에 휴대전화가 울리고 만다. 그리고 그 때문에 평택기지의 미군 대장이 죽는다. 이 얼마나 아이러니한가? 목숨을 건 작전에서 휴대폰을 끄지 않은 실수 때문에 많은 사람들이 죽게 되는 것이다.
암울했던 원래 결말
개인적으로는 재촬영 전의 원래 시나리오가 훨씬 좋지 않았나 싶다.
물론 우리 빵형님이 바이러스의 확산을 막을 방법을 찾아내 세상을 구하고 가족과 해피엔딩으로 재회를 한다. 하지만 이것은 전문 시나리오 작가에 의한 그야말로 '뻔'한 해피엔딩이다. 바로 대중이 원하는 희망적인 미래의 결말인 것이다.
하지만 원래 결말은 이런 것이 아니었다고 한다.
빵형님은 예루살렘에서 러시아로 가게 되고, 그곳에서 몇 개월간 연락이 두절된 상태로 좀비 사냥꾼이 된다. 그 때문에 빵형님의 와이프와 아이들은 섬 지역으로 옮겨지게 되고, 빵형님의 와이프는 그곳에서 살아 남기 위해 몸까지 판다는 이야기다.
그것을 알게 된 빵형님은, 가족을 구하기 위해 배를 타고 섬으로 향한다는 이야기다.
결말은 희망적이지 않고 좀 암울하다.
하지만 대규모 좀비와의 전투씬이 있고, 또 2탄을 시리즈로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개인적으로 오히려 재촬영 전의 이야기가 더 나은 듯 싶다.
아마도 국민적인 취향 차이 때문일까?
개봉된 이야기는 확실히 미국인들 취향에 맞춘 그런 교과서적인 해피엔딩을 보여주고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 사람들은 오히려 원래 촬영분을 더 선호하지 않을까?
그래서 원래 재촬영 전의 감독판을 보고 싶다.
이 영화는 좀비 바이러스에 의한 세상의 종말이 어떻게 올 것인지를 잘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주인공의 영화 속 실수들 또한 꽤나 현실적으로 다가온다. 그리고 빵형님이 죽은 것으로 되자 섬으로 옮겨지는 가족들. 극한 상황 속에서 인간이 얼마나 잔인한지도 알게 된다. 그런 면에서 우리는 이 영화를 보면서 많은 것을 느낄 수 있다.
나는 감독판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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