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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가정부'와 '직장의 신'이 '여왕의 교실'에서 만나다

by go9ma 2013.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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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교롭게도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중년 여배우 3인방이 비슷한 캐릭터의 드라마 주연을 하였습니다.

고현정은 '여왕의 교실' 에서 마여진을, 김혜수는 '직장의 신' 에서 미스 김을, 그리고 최지우는 최근 '수상한 가정부' 에서 박복녀 역을 연기하고 있네요.

 

그런데 이들 배역에 재미난 공통점이 있습니다.

 

 

 

 

 

저는 운이 좋게도 이 세 드라마를 모두 시청하였는데요, 이 세 명의 여인들에겐 공통점이 있습니다.

 

우선 셋 모두 성격이 차갑습니다. 시크하면서도 차가운 면을 가지고 있지요.

마여진은 아이들 앞에서 엄격하면서도 비웃는 듯한 태도를 보이고, 미스 김은 칼처럼 정확하면서도 코믹합니다. 그리고 박복녀는 절대 웃지 않지요.

 

또한 셋 모두 '비밀'의 과거 때문에 그렇게 변했다는 설정도 비슷합니다.

마여진은 자신의 아이를 잃고 이혼 후 자신이 가르치던 아이와의 사건 때문에, 미스 김은 과거 비정규직 선배의 죽음 때문에, 박복녀 역시 알 수 없는 어떤 이유로 웃음을 잃고 가정부를 하며 살아갑니다.

 

그러고 보니 능력과 맞지 않는 직업도 눈길이 갑니다.

물론 마여진은 교사지만 자신의 모든 능력 이상으로 아이들을 가르치고 돌봐주려합니다. 직장의 신 미스 김은 정규직 제안이 들어오지만 당당하게 거부하고 6시 칼퇴근을 지키는 계약직으로 살아가죠. 박복녀 역시 서울대는 충분히 나왔을 거 같은 능력의 소유자지만 가정부 일을 하고 있습니다.

 

참, 그리고 세 드라마 모두 일본 드라마가 원작인 리메이크 작품입니다.

 

일본은 물론 우리나라까지 왜 이런 차가운 여성 캐릭터 열풍이 불고 있는 걸까요?

 

 

 

드라마는 그 시대의 사회상을 보여주는 거울입니다.

그녀들이 차가운 것은 '인간성의 상실' 을 상징합니다. 더군다나 남자보다 더 마음이 따뜻하고 인정이 넘쳐야할 여성의 인간성이 상실된 것이죠.

 

혹시 우리는 마여진이나 미스 김, 박복녀처럼 기계적으로 살아가고 있지는 않나요?

인간관계도 의무적으로 적당한 선만을 유지하며, 사회 생활 혹은 가정에서 조차 우리는 인간적인 교류를 거부합니다. 결국 점점 사람 사이의 '정(情)'이 메말라 갑니다.

 

교사란 특별한 무언가를 더 요구하는 직업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우리 선생님들은 단순히 직업이 되어버렸습니다. 더 이상 '사랑의 매'는 존재하지 않지요. 결국 마여진은 그런 현실 앞에서 스스로 기계적으로 변해버린 것은 아닐까요? 그녀는 그것이 아이들을 변화시킬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 생각한 거죠.

 

미스 김 역시 회사 내에서 인간적인 교류를 하던 동료를 잃은 후 수 많은 자격증을 딴 뒤 스스로 기계적인 인간이 되어 버립니다. 인간적인 교류가 사라진 회사는 더 이상 정을 나눌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그저 사람은 시급으로 측정받는 하나의 도구일 뿐이죠. 결국 미스 김은 스스로 잘못된 사회의 모순과 대결하기 위한 방법으로 전문 자격증을 이용한 비정규 계약직을 선택한 거죠.

 

박복녀도 비슷할 겁니다. 그녀에겐 어떤 상처나 사연이 있어 보이고, 그녀는 그렇게 웃지 않고 가정부라는 직업을 선택하게 됩니다. 그녀 내부의 인간성이 상실되어버린 것입니다. (아마도 그것은 분명 가족의 상실일 것입니다)

 

가족과 인간적인 교류를 하지 못하면 우리 모두 박복녀처럼 됩니다. 또 직장에서도 마찬가지로 비정규직이면 미스 김처럼 기계적인 인간이 되어 버립니다. 마여진 역시 우리 스스로 잘못된 현실을 교정하려고 하면 스스로 부러지게 됩니다.

 

또 그녀들의 직업도 눈여겨봐야 합니다.

미스김과 박복녀는 시급을 받는 비정규직입니다. 능력은 충분히 정규직을 하고도 남을만한데 일부러 시급을 받는 비정규직을 합니다. 이것은 마치 어쩔 수 없이 비정규직을 해야만 하는 현실의 우리 모습과 비교가 됩니다.

또 마여진은 정규직 교사지만 언제 짤릴지 모릅니다. 학부모들 눈 밖에 나거나 사고에 휘말리면 옷을 벗어야합니다. 정규직이라도 눈치를 보며 살아가야합니다.

 

차가운 그녀들의 모습.

어쩌면 바로 우리들의 모습 아닐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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