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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돋보기/영화 돋보기

천만 신화가 아쉽다 - 추격자

by go9ma 2008. 10.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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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종 관객 동원 5백만. 관객은 속이지 않는다. 상업 영화의 완성도와 재미는 보통 관객 수와 비례한다.
영화 '타짜' 이후 정말 재미있게 본 스릴러 영화다. 배우들의 연기 또한 아주 훌륭했다. 하지만 이 영화가 천만 관객의 고지를 달성하지 못한 이유는 무엇일까?


실제 사건과 같은 리얼리티가 아쉽다

- 이영화는 실제 있었던 '유영철 연쇄 살인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으로 알려져 화제가 되었었다. 때문에 나 역시 그 사건의 내용을 조금은 알고 있었기에 실제 사건에 대한 재구성으로 알고 영화를 보았던 것이다. 하지만 영화 내용은 달랐다. 정말로 몇몇 모티브만 가져왔지, 사건의 진행은 영화 내용과 완전히 달랐던 것이다.

물론 실제 사건 자체가 영화화 되기엔 문제가 좀 있다. 때문에 영화적 구성의 재가공 역시 어쩔 수 없이 꼭 필요한 작업이다. 하지만 그런 과정 중에 리얼리티를 죽여버리는 결과를 가져온다면?
영화를 보면, 처음 시작은 정말 현실감 있고 손에 땀을 쥐게 하지만 뒤로 갈수록 '아, 이건 좀 자연스럽지 않다...'고 느껴지는 장면이 나오는 것이다. 그런 작위적인 장면들이 아쉽다.
복선 역시 자연스럽게 깔려야하는데 너무 껴맞추는 듯한 우연의 연결고리는 오히려 극의 현실감을 무력하게 만든다. 한 예로, 김윤석의 수하인 오좆이 산동네 집들을 뒤지다가 발견한 반지하방이, 하정우가 잠시 머물렀던 선배의 방이고, 거기서 하정우가 벽에 그린 그림을 발견하게 된다던지 하는 우연과, 하정우가 반지하방의 벽에 그린 그림이 교회의 예수상과 맞아 떨어지고, 그것을 본 김윤석이 범인의 집을 찾게 된다는 연결 고리가 어쩐지 익숙하고, 진부한 느낌을 준다. 만약 하정우의 집을 찾게 되는 과정이 완전히 새로운 어떤 것이었다면, 아니면 좀 더 현실적인 결론에 도달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또 서영희와 동네 가게 아주머니가 살해되었을 때... 경찰은 왜 동네를 뒤지지 않았을까? 하정우가 범인임이 확실하니 병력을 총 동원하여 하정우가 들른 가게부터 시작하여 서영희의 마티즈가 주차된 곳의 반경 5분 거리 이내의 모든 주택을 수색한다면 길어야 몇 시간 이내에 하정우의 아지트를 찾아낼 수 있다. 아니, 몇 시간도 안 걸릴 것이다. 같은 동네이고, 기껏 한 블럭이라고 본다면 전경 몇 개 중대로 1시간 이내라도 수색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지만 이런 현실적인 방법이 있음에도 영화 속에서의 경찰은 너무나 무력하고, 경찰 출신이었던 김윤석이 정말 놀라운 확률의 우연을 통하여 하정우의 집을 찾게 된다. 영화에서는 마치 그 과정이 필연적 과정처럼 보이지만 실제로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 하정우 선배의 반지하방이라던지, 또 그 방을 열쇠로 뒤져서 찾는다던지, 하필 그날 교회 사람들이 살해되고, 그 때문에 교회를 통해 하정우의 아지트까지 연결된다던지, 서영희 딸이 중국집 배달 오토바이에 교통사고를 당한다던지 하는 우연은 억지스러운 개연성을 부여해준 것일 뿐이지, 절대로 현실적인 것은 아니다. 또 서영희가 탈출하여 신고했는데 순찰차에서 낮잠 자던 경찰들 또한 말이 안된다. 하정우 사건 때문에 온 경찰이 비상이고, 특히나 그 동네는 용의자가 거주하는 동네다. 만약을 위해 지원팀이 대기하고 있어도 모자를 판에 지역 관할 순찰차의 경찰들은 낮잠을 청하고 있다. (물론 어쩌면 이것이 우리나라 경찰의 현주소일지도 모르지만)
그리고 도망가지 않은 하정우 또한 이해가 안된다. 자신의 집 마당에는 시체가 가득한데 가게 주인과 서영희까지 살해하고 다시 자신의 아지트로 숨어든다? 이 역시 이해되지 않는 설정이다. 마치 배우들이 작가의 생각에 의해 움직이는 듯한 느낌까지 받게 된다.

영화를 보는 사람은 김윤석이 어떻게 하정우의 집을 찾아낼까만 궁금해하며 영화에 몰입하였는데, 그 결과는 그저 그랬던 것이다.

만약 이런 후반부의 미완성도가 초반부와 같은 현실감을 전달해주었다면 관객은 분명 천만을 넘어서지 않았을까?

못내 영화의 결말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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