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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돋보기/영화 돋보기

'6년째 연애중' 표절과 우리 영화계 현실

by go9ma 2009. 9.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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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략 사건의 정황은 이렇습니다.
'연애 7년차'라는 작품으로 원작자가 영화 제작사와 2004년 계약하고 영화 기획작업에 들어갑니다.
하지만 원작자는 시나리오 작업에서 감독 등과 마찰이 생겨 영화사에서 나오게 됩니다.

그런데 영화 '6년째 연애중'에서는 원작자의 이름을 넣지 않았나 봅니다. 이에 원작자는 소송을 냈고, 1심에서는 표절이 아니라고 했으나 2심 항소에서는 제작사의 표절을 인정했습니다. 이에 제작사는 대법원에 상고하겠다고 한 상태입니다.

기사로 보도된 상황만 보자면 감독과 영화 제작사는 '연애 7년차'라는 작품을 바탕으로 '6년째 연애중'이라는 영화를 만들었으므로 원작자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았다면 표절이 확실합니다. 모든 걸 바꾸어 그저 비슷하게만 만들었다고 해서 다른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법적으로 아이디어에 대하여 저작권을 잘 인정하지 않지만 국제적인 관례에 의하면 엄연히 표절인 것이 상식입니다.

그런데 감독과 영화 제작사는 무엇이 표절이 아니라고 버티는 것일까요? 표절인 걸 알고도 자존심 때문일까요? 아니면 그것이 표절인지 정말 모르고 있는 것일까요? 제목만 봐도 누구든지 표절인 걸 짐작할텐데 말입니다.

혹여 2004년 이전부터 '6년째 연애중'이라는 작품을 기획하고 있었다고 해도 '연애 7년차'라는 작품을 보게되었다면 이 작품의 저작권을 인정하고 구입해야하는 것이 역시 원칙입니다.

그런데 이런 사건은 영화계뿐만 아니라 방송 드라마에서도 종종 발생되는 문제입니다. 작품 기획단계나 제작 과정에서 작가와 감독이 마찰을 일으켜 작품이 엎어지는 경우는 허다하고 종종 이렇게 비슷한 작품을 발표하여 표절 시비가 붙는 것이죠.

그런데 우리나라 감독과 영화제작사들 권위주의 때문인지, 아니면 우리의 교육에 문제가 있는 것인지, 무엇이 표절이고 표절 아닌지 개념이 잘 안 잡혀 있는 듯 합니다. 또한 우리나라의 사법권에서 법적으로 아이디어에 대한 권리가 비교적 약하다보니 의도적으로 일을 꾸미는 경우도 있는 듯 합니다.

영화계나 방송계처럼 창작이 제일 중요한 분야에서는 개인의 창작에 대한 권리가 매우 중요합니다. 그리고 개인의 아이디어 보호가 무엇보다 우선되어야 하지요. 그래야 좋은 컨텐츠가 기획되고, 그것을 바탕으로 영화계와 방송계가 발전할 수 있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렇게 개인의 권리를 권위주의로 무시하고, 표절을 일삼아 개인의 권리 보호에 소홀해진다면 과연 누가 귀한 아이디어를 제공하겠습니까? 감독 같은 권력자들은 적당히 아이디어 베끼기에만 몰입할 것이고, 정말 능력 있는 창작자들은 창작을 포기하고 업계를 떠나게 될 것입니다. 그렇게 되면 누가 컨텐츠를 생산하겠습니까?

제일 중요한 것은 바로 '인재'입니다.
그런데 영화제작사는 물론이고 정부와 사법권 조차 개인의 창작 능력이나 아이디어에 대한 재산권 보호에 개념이 둔합니다.

지금까지 세상을 바꾼 미디어 창작품이나 디자인 공산품들 모두 개인의 창조적인 아이디어에서 시작되었습니다. 그것이 세상을 정복하고, 망해가는 대기업을 살리고, 역사에 남을 영화를 만든 것입니다.

과연 이런 현실에서 '한류'가 지속될 수 있을까요?
아니, 과거 '한류'의 시작도 혹시 아이디어 베끼기에서 시작된 것은 아닐까요?

문화 산업은 아이디어가 생명입니다.
그런데 그런 아이디어의 권리를 인정하지 않는다면 스스로 자멸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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