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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돋보기/경제 돋보기

'특허괴물'인가 '특허천사'인가

by go9ma 2009.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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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은 '칼' 안 든 강도인가?

얼마 전 MBC '시사매거진 2580' 에서는 국제적으로 문제가 되고 있는 '특허괴물'에 대한 보도가 있었다.

특허만 전문적으로 사들이는 '특허괴물' 회사들의 소송으로 인하여 우리나라 삼성이나 LG같은 대기업들이 소송에 휘말려 큰 피해를 볼지 모른다는 내용이었다.

어떻게 보면 '특허괴물' 회사가 법을 이용해 대기업들을 괴롭히는 것 같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어떤 이들에겐 '특허괴물' 이 아니라 '특허천사'인 것이다.

아이디어로 특허권을 가지고 있는 일반 개인이나 각 대학 연구소와 교수들은 특허 출원 후 (혹은 특허 출원 전에) 대기업에 해당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사라며 프레젠테이션을 통해 제안을 하게 된다. 그런데 우리나라 대기업들의 경우 이런 특허권이나 아이디어에 대하여 정당한 권리를 주고 사들이는 경우가 거의 없다. 합법적으로 특허를 냈음에도 대기업들은 그것을 무시하고 특허권을 불법으로 도용한다. 만약 특허권을 합법적으로 이용하려면 해당 기술 사용료로 수백억에서 수천억을 지불해야하지만 그보다는 훨씬 더 경제적인 '소송'의 방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소송을 진행하게 되면 경우에 따라서는 10년 이상의 긴 시간이 걸릴 수도 있으며, 그 때까지 소요되는 소송비용 또한 수십억에 달하게 된다. 또 승소하더라도 개인인 피해자는 합당한 배상을 받아내기 어렵다.
이것을 무기로 대기업은 특허권자에게 협박을 하는 것이다. 훨씬 싼 가격에 권리를 양도하지 않으면 소송으로 괴롭혀주겠다는 얘기다.

이 정도까지 보면 대기업은 그야말로 '칼 안 든 강도', 힘으로 약자를 괴롭히는 '깡패집단' 이라는 말이 절로 나올 정도다.





개인이 이런 대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진행하기란 매우 어렵다. 승소하더라도 그로인해 발생한 경제적인 손해부분은 계산하기 어려워 피눈물을 흘리기 일쑤다. 때문에 아무 힘 없는 개인이 이런 특허괴물에게 권리를 넘겨 반격을 시작하는 것은 어쩌면 당연할지 모르겠다.

이런 성향이 외국도 크게 다르지 않았나 보다. 외국에서 시작된 '특허괴물'은 많은 특허권을 사들이며 드디어 우리나라 대기업들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게 되었다.

과연 '특허괴물'이 없었다면 힘 없는 개인들의 권리는 어떻게 되었을까?
여전히 대기업에서 마구잡이로 훔치고, 착취하게 되었을 것이다. 때문에 이런 개인들에게 '특허괴물'은 '특허천사'나 다름 없다.

결국 현재 우리나라 대기업이 처한 상황은 '인과응보'요, '뿌린대로 거둔 것'이다. 개인의 권리 즉, 인재관리에 투자하지 않은 결과가 돌아오고 있는 것이다. 당장의 눈 앞에만 보이는 이익만 쫓다가 상도덕을 망각한 것이고, 그런 불량 기업에게 철퇴의 '벌'이 떨어진 결과다.

이번 방송 내용 뿐만 아니라 나는 지금까지 살아오면서 대기업들의 개인이나 중소기업에 대한 권리 침해나 아이디어 도용을 많이 봐왔다. 디자인을 하는 입장에서 나 역시 다음에 유행하게 될 휴대폰 디자인이나 제품 아이디어가 있지만 이것을 대기업에 제안한다고 해서 그들이 그대로 받아들여줄 거라 생각하지 않는다. 어떻게 하면 특허를 내서 그것을 이용하여 소송으로 돈을 벌 수 있을까만 생각하게 되는 것이다. 이것이 지금 우리 산업의 현실이다.

'특허괴물'이라고 하지 마라. 누군가에겐 '특허천사'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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