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시청률 7%를 넘어서며 큰 인기를 얻고 있는 '응답하라 1994'.
공중파도 아닌, 케이블 방송의 드라마가 7%를 넘어간다는 건 정말 굉장한 일입니다.
그 인기비결은 무엇일까요? ^^
이우정 작가는 우리가 잘 알고 있는 '꽃보다 할배', KBS '1박2일' 등을 집필한 예능 작가입니다. 방송 보면 종종 얼굴이 익숙한 여자 작가분 나오시죠? ^^ '1박2일'에서도 종종 나오셨던... 그 분이 바로 이우정 작가입니다. ^^
예능 작가가 드라마를 집필한다?
좀 생소하신 분들도 계시겠지만 방송계에선 그다지 보기 드문 일도 아니랍니다.
홍정은, 홍미란 자매 작가도 예능 작가 출신이고요, '나인'의 송재정 작가도 '순풍산부인과'와 '거침없이 하이킥'을 집필한 유명 시트콤 작가 출신이죠.
드라마와 시트콤 사이
'응답하라 1994'는 과연 장르가 뭘까요?
드라마?
우리가 흔히 알고 있는 드라마들은 갈등 구조가 있고, 선악 구조가 존재합니다.
주인공은 어떤 목표를 향해 달려가지요. 비밀이든, 복수든 주인공의 마지막 엔딩을 위해 모든 이야기가 짜여지는 것입니다.
그런데 '응답하라 1994'는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주인공은 나정(고아라)이 누구와 결혼하느냐라는 '비밀'이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드라마의 전체 스토리가 꼭 그것만을 향해 나아간다고는 볼 수 없죠.
오히려 '응답하라 1994'는 시트콤에 더 가깝습니다.
형식은 20부작 드라마를 취하고 있지만 내용은 매 회 코믹한 에피소드가 펼쳐지는 시추에이션 코미디극인 것이죠.
단지, 기존의 시트콤과 다른 것이라면, 세트에서 촬영이 진행되는 것이 아니라 야외에서 진행 되며, 그 때문에 드라마틱한 분위기가 연출된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깐 '응답하라 1994'는 시트콤인데, 드라마처럼 만드는 시트콤인 것이죠.
또 하나. 지금까지 시트콤은 매 순간순간의 상황에만 치중했지만 '응답하라 1994'는 마치 드라마처럼 모든 에피소드가 개연성을 가지고 움직이도록 만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렇게 해서 마지막에 '반전'의 묘미도 선사하지요.
결국 일반 드라마처럼 극적인 감동이나 긴장감이 없는데도 자꾸 보게 만드는 재미가 그런 이유 아닌가 싶습니다.
- 나정의 신랑은 분명 이 중에 있습니다. (^_^)/
1990년대의 향수
재미있게도 이 드라마의 배경은 1990년대입니다.
불과 10 여년 전까지만 해도 '70~80세대' 가 유행을 했었죠.
그런데 딱 10년 후, 90년대가 조명받기 시작합니다.
도대체 90년대는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요?
1994년은 지금으로부터 19년 전. 약 20 여년 전인데요.
지금의 20대 후반은 그 때가 초등학생이었고,
지금의 30대는 그 때가 중고등학생 때였고,
지금의 40대는 대학생이거나 군대 혹은 사회 초년생이었습니다.
지금의 50대는 가장 바쁜 30대를 지나오고 있었죠.
그러니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90년대 향수에 젖을 수 밖에 없습니다.
아, 맞아. 1994년엔 그랬지. 살인적인 더위가 있었고, 월드컵이 있었던... 삐삐와 시티폰이 유행하던 그런 시절이었습니다.
하지만 20년이 지난 지금, 우리는 모두 손 안의 PC라 불리우는 스마트폰을 들고 다닙니다.
그렇게 오래 전은 아닌 거 같은데, 이 드라마를 보면 굉장히 오래전의 이야기처럼 느껴지죠.
결국 그 시절에 중요했던 유행 코드를 엮어, 재미난 캐릭터들과 함께 이야기를 풀어가니 시청률은 잘 나올 수 밖에 없는 거 아닌가 싶습니다. 기획도 아주 훌륭하고, 이야기를 풀어가는 대본은 더더욱 훌륭합니다.
최근 '망작'이라 불리우는 '미래의 선택' 같은 드라마하고는 너무나 비교가 되지요.
'미래의 선택'에서 '미래'는 미래에서 현재로 왔지만, '응답하라 1994'는 현재에서 과거로 갑니다. 아마도 시청자들은 좀 더 현실적으로 과거 회상을 선택한 듯 싶네요.
응사, 넌 정체가 뭐니?
이 드라마의 연출자, 신원호 PD는 '해피선데이' 연출로도 유명하지만 '올드미스 다이어리' 라는 시트콤 연출도 했었습니다. 즉, '응답하라 시리즈'가 괜히 나온 것이 아니죠.
여기서 체크 하나.
그렇죠. 시트콤은요, 드라마 장르로 들어가지 않습니다. 시트콤은 예능 장르예요. 방송국에서도 드라마국이 아닌, 예능국에서 만들죠.
그런데 다들 이상하실 겁니다.
드라마처럼 대본이 완벽하게 존재하는데 왜 예능국에서 시트콤을 만들까?
시트콤은 드라마에 더 가까운 것 아닌가?
사실 여러분들이 잘 모르는 것이 있습니다.
물론 요즘은 '리얼 버라이어티'라고 해서 '무한도전'이나 '진짜 사나이', '1박2일', '우리 결혼했어요' 같은 예능이 유행하지만 이런 리얼 버라이어티 프로그램도 사실 대본이 다 존재한답니다.
'우결' 같은 경우는 거의 상황 설정으로 돌아가는 시트콤에 가까운 거라고 보시면 되고요, 무한도전도 요즘 '관상편'처럼 상황극일 땐 대본의 비중이 큽니다. 여기에 출연 연예인들이 애드립으로 양념을 치는 것이죠. '진짜 사나이'는 어디서부터 어디까지가 대본인지 모르겠고요, '1박2일'도 사실상 대본 속에서 캐릭터 설정 같은 게 다 이루어지고, 출연자들은 양념만 치는 거랍니다. 단지 연기자들의 애드립 비중이 얼마나 크냐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죠.
그러니 리얼 버라이어티를 제작한 사람이 드라마(시트콤)를 만든다고 해서 그게 이상한 일은 아니랍니다. 리얼 버라이어티 예능과 시트콤은 한 이불 가족 같은 거죠.
사실 '응답하라 1994'는 드라마의 탈을 쓴 시트콤이라고 봅니다.
촬영만 드라마처럼 할 뿐이지, 이야기 구조는 완전 시트콤입니다. 코믹한 반전이 이 드라마의 매력이지요.
어찌보면 굉장한 일입니다. 전혀 새로운 장르를 하나 탄생시킨 것이기 때문이죠.
드라마도 아닌 것이, 시트콤도 아닌.... 그 중간의 '무엇'이 탄생한 것입니다.
두 가지를 적절히 섞어 놓은 것이 바로 '응답하라 시리즈'의 장르인 것이죠.
그러면 어떻습니까?
제작진의 예상은 정확히 맞아 떨어졌고, 그 새로운 시도는 '성공'으로 인정받는다는 것입니다.
제작진이 정말 대단할 뿐입니다.
- 의문 하나, 77년생이 75년생들과 함께 학교 다니는 것이 가능한가요?
- 한가지 예언을 하자면, 다음 '응답하라' 시리즈는 1999가 되지 않을까요? 밀레니엄이 넘어간다는 큰 변화가 있었으니까요. ^^ 종말론도 있었고요. IMF가 있었던 1997은 처음에 했으니깐 3탄은 '응답하라 1999' 를 예상해봅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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