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 돋보기/방송 돋보기

'그들이 사는 세상'이 재미 없는 이유

by go9ma 2008. 11. 2.
반응형

노희경, 표민수와의 만남이지만 저조한 한자리 시청률. 2회는 1회보다 시청률이 더 하락했다. 즉, 시청자들에겐 재미없는 작품이었다는 뜻이다. '그사세'는 왜 재미가 없을까?
물론 노희경이라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따로 있는 것이지만 드라마 작가란 역시 '대중작가'다. 노희경과 다른 인기 작가들과의 차이를 분석해보자.

드라마가 재미있으려면 드라마 처음부터 끝까지 시청자의 시선을 끌고 가는 '무엇'이 있어야한다. 흔히 그것은 '복수' 나 '비밀'로 대변되는데 우리는 보통 '출생의 비밀'을 자주 접하게 된다. 하지만 그런 것이 아닌 드라마도 많다. 시청률에서 성공한 '온에어'와 비교해보자.

(물론 '그사세'는 SBS의 '온에어'와 방송국이라는 배경만 같을 뿐, 완전 다른 드라마지만 말이다) 

'온에어'를 보면 작품 시작부터 끝까지 어느 한 드라마의 제작 과정이 담겨있다. 이 드라마 제작 과정에 PD와 작가, 배우의 이야기가 나오는 것이다. 거기에 각 회마다 캐릭터별로 갈등요소가 버무려지니 아주 맛난 드라마가 탄생하게 되었다.

하지만 '그사세'는 그런 것이 없다. 즉, 목적이 없는 드라마다. 이러니 시청자들은 밍밍할 수 밖에 없다. '온에어'는 조미료가 적당히 가미된, 아주 맛난 자극적인 음식이라면 '그사세'는 조미료가 없는, 좀 심심한 건강식 정도다.
그래도 재미있는 드라마가 되려면 매운맛, 짠맛, 톡 쏘는 맛, 상큼한맛이 곁들여져야 하는데 '그사세'는 그런 것이 없다. 그저 밍밍하고 달작지근한 맛 뿐이다.

캐릭터들 또한 너무 개성이 없다. 뭔가 공통점을 서로 공유하는 그런 같은 종류(?)의 통조림을 대하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왜 그럴까? 아마도 '그사세'의 캐릭터들은 모두 노희경이라는 작가의 시선에서 그려졌기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눈에 세상은 그렇게 보이는 거다.

대사는 멋지지만 그 대사를 치는 배우들의 발음은 알아듣기 어렵다. 단지 젊은 배우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배우들의 대사 중에 알아듣기 어려운 단어들이 있다. 이것은 과연 나만 그런 것인가? 아니면 상상할 수 없는 엉뚱한 대사들이 튀어나오기 때문인가? 아니면 연출의 문제인가? 알 수가 없다.

하지만 제일 중요한 것. 도대체 이 드라마는 무엇을 이야기하는 것일까?

지오(현빈)는 결혼한 첫사랑을 잊지 못한다. 하지만 그런 첫사랑에게 다시 상처받는다. 준영(송혜교)은 그런 지오와 잠시 사귀었지만 지금은 다른 애인과 살고(?) 있다. 하지만 그 애인과도 헤어지게 된다. 그리고 과거 사귀었던 지오와 준영은 같은 직장에서 일하고 있다.

결국 드라마는 이 두 주인공의 내면과 감성을 파고든다. 이들이 느끼는 사랑, 그리고 그들의 사랑 찾기. 지오는 어쩌면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런 순정파 남자다. 준영도 그렇다. 우리 주변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는 그런 쿨~한 인생을 살아가는 당돌한 여자일지 모른다. 그런데 그들의 감성과 인생은 시청자들의 공감을 얻어내지 못한다.

개인적인 생각엔 그렇다.
그것은 단지 극히 개인적인 사연일 뿐이다. 어쩌면 누구나 비슷한 경험이 있어서인지도 모르고, 어쩌면 누구나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문제는 대중의 관심을 어떻게 불러오느냐다. '온에어' 역시 각각의 캐릭터 간 연애사가 주요 포인트였지만 '그사세'와는 많은 부분 다르다.

노희경의 작품에서는 인간의 내면세계와 감성에 대한 관찰과 통찰이 뛰어난 것인지 모른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을 과연 대중이 원하고 재미있어하느냐는 것이다. 즉, 똑같은 것을 어떻게 표현하느냐의 문제가 있는 것이다.

시청자들은 지오의 첫사랑에 공감하지 못한다. 그런 직업에, 그런 외모에 왜 그런 첫사랑에게 서른이 넘도록 매달리나? 첫사랑의 미련에 대한 것은 공감하면서도 현실적인 부분에선 공감하지 못한다.
준영 역시 마찬가지다. 그녀의 성격 또 사귀었던 지오와 함께 같은 직장에서 친구처럼 지낸다는 설정 자체가 어쩐지 가식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이 드라마는 진짜 '그들만이 사는 세상'일 뿐이다.

시청자들이 원하는 세상. 그것은 '우리가 살아보고 싶은 세상' 이다.



추가 : 2회 때 보면 스턴트맨이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 장면이 있다. 스턴트맨은 주저하고 스탭들이 재촉하면서 결국 다리 위에서 뛰어내리는데, 어라? 실제 방송된 드라마 장면에서 스턴트맨의 점프는 합성으로 처리된다. 즉, 실제 드라마 제작에선 실제로 다리 위에서 배우가 뛰어내리지 않았다는 뜻이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실제 스턴트맨이 뛰어내리는 것처럼 연기한다. 리얼리티도 아닌 이것은 무엇을 뜻하는 걸까? 참으로 알 수 없는 드라마다.

진정 '그들이 사는 세상'인가?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