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고구마의 세상돋보기 go9ma 2008.11.12 18:37

오늘 밤 MBC 수목 미니시리즈 '베토벤 바이러스'가 종영을 앞두고 있다.
많은 마니아 시청자들을 거느렸지만 처음부터 말도 많았던 작품. 이 드라마의 최종 분석에 들어가 보자.

- '베토벤 바이러스'의 원작은?

본인 역시 이 드라마 초창기에 일본 드라마 '노다메 칸타빌레' 지적했었다. 2006년 말 일본에서 처음 전파를 탄 이 드라마는 2007년 전 세계적으로 클래식 열풍을 몰고 왔던 드라마다.
물론 단순히 클래식이 소재여서만은 아니었다. 지휘자인 스승과 제자 이야기가 중심이 된다는 것 자체만으로도 '노다메 칸타빌레'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또한 극 초반 코믹스러운 분위기는 베바가 노다메의 영향을 받아 기획 되었음을 더욱 의심케 했다.

어떤 소재나 구성의 아이디어는 다른 창작품에서 가져오면 안된다. 그것 자체가 표절이기 때문이다. 순수 창작품이란 그 외적인 것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고유의 창작품이 탄생했을 때 순수하고 훌륭한 창작품이라고 한다.
하지만 베바노다메의 리메이크 판권을 구입한 것도 아니다. 단지 필요한 아이디어만 살짜 가져왔을 뿐이다. 바로 여기에서 작가적 양심과 순수 창작성에 대한 것을 지적받게 되는 것이다.
분명 원작의 허락을 받는 것과 그냥 도용하는 것엔 큰 차이가 있다.

개인적으로 강마에 캐릭터 역시 노다메의 치아키나 슈트레제만의 일부 모습을 섞어 만들어낸 것이 아닌가 하는 추측을 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마흔 살의 까칠한 지휘자는 드라마에서 충분히 독보적으로 그려졌다. 그러나 일부 시청자들은 미국 드라마 '하우스'의 주인공 닥터 하우스를 떠올리기도 했다. (물론 본인 역시 충분히 유사성은 있다고 보여진다)



하지만 강마에 캐릭터의 표본은 바로 실제 인물 '루드비히 반 베토벤'이었다.
제작진은 베토벤의 실제 인생 일대기에서 강마에 캐릭터를 가져왔다고 했다. 만약 그랬다면 정말 그것은 훌륭한 것이다. 역사 속 실제 인물에서 힌트를 얻어 캐릭터를 창조했다면 아무런 문제가 없지만 만약 위에서 이야기한 것처럼 노다메나 하우스 등의 다른 창작 작품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면 그것은 표절이 된다. 훔쳐온 것이 되기 때문이다.

이 드라마에서 그래도 가장 크게 인정을 받은 것은 후반부에서 마흔 살 강마에와 15살이나 어린 두루미, 건우와의 삼각관계다. 이들의 묘한 감정 싸움과 심리의 표출은 칭찬받기에 충분했으며 후반부까지 작품의 의미와 퀄리티를 유지하는데에 아주 큰 영향을 미쳤다. 그저 '악단에서 연애하는 드라마'로 치부하기엔 굉장히 훌륭한 부분이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 문제는 이 역시 순수 창작성을 의심받고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바로 영화 '카핑 베토벤' 때문이다.


실제로 베토벤은 총각으로 사망했으며, 그에겐 여럿의 연인이 있었다. 또한 그가 사망한 후에 공개된 편지의 주인공인 '불멸의 연인'에 대하여는 이후 그를 추종하는 학자들 사이에서도 아직까지 그 주인공이 누구인지 의견이 분분하다.

그래서 그것에 모티브를 얻어 탄생한 영화가 '카핑 베토벤'이다. 그리고 물론 '베토벤 바이러스'의 제작진 역시 강마에와 두루미의 러브스토리는 그런 베토벤의 삶에서 힌트를 얻은 것이라고 했다.

그런데 문제는, 그 내용이다.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베토벤과 안나는 같은 일 관계로 만나게 되고, 안나에겐 젊은 애인이 있다는 설정은 어디까지나 픽션이다. 그런데 '베토벤 바이러스' 역시 이 영화와 설정이 유사하다. 단순히 우연일까?
물론 우연일 수도 있고, 제작진이 이 영화에서 영향을 받았을 수도 있다. (물론 영화에서 힌트를 얻었다면 표절이 된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이미 비슷한 설정의 영화가 있다는 것이고, 그 이후 만들어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해당 설정에 대하여 순수성은 인정받기 어렵다는 것이다. 즉, 이유야 어찌되었든 '베토벤 바이러스'는 영화 '카핑 베토벤'의 내용을 침해한 것이 된다.

- 정리하자면,

'베토벤 바이러스'는 초반 '노다메 칸타빌레'를 떠올리기에 충분했다. 스승과 제자의 지휘자 이야기라는 설정부터 코믹한 분위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이랬던 드라마 분위기는 어느 순간 정극으로 바뀌게 된다. 그리고 갈등의 중심 역시 강마에와 두루미, 건우의 삼각관계로 발전한다. 그런데 이런 인물들의 설정은 영화 '카핑 베토벤'에서 이미 보여졌던 것이다.

그나마 이 드라마만의 이야기라면 일반인들의 오케스트라 창설이라는 설정이다(물론 이 또한 노다메에서 힌트를 얻은 듯 하다). 하지만 초반 단원들을 모집하고 시향이 해체되는 등의 이야기는 어설펐으며, 작가적 철학이 결여되어 있었다. 비현실적인 작위적 이야기로 인하여 드라마에 대한 현실감이나 재미가 반감되었던 것이다. 또한 강마에역의 '김명민'씨를 제외한 나머지 배우들은 미스 캐스팅이라는 오명까지 지적받고 있다.

도대체 이 드라마의 '독창성(Originality)'은 무엇인가?
칭찬 받을만한 부분들 - 지휘하는 스승과 제자의 대립이나 까칠한 40대의 강마에 캐릭터, 그리고 그런 그와 젊은 남녀의 삼각관계 - 는 이미 다른 영화나 드라마에 존재한다. 그리고 나머지 부분들은 그 완성도면에서 말이 많다.
 
이 드라마의  시청률을 보면 초반에서 중반까지는 지속적으로 오르다가 이후 후반부까지는 20% 전후에서 왔다갔다 하고 있다. 강마에라는 캐릭터의 대중적인 성공과 클래식이라는 소재의 흥행에도 불구하고 시청률이 지속적으로 오르지 않은 이유는 무엇일까? 결국 그런 작품이 가지는 독창성의 한계에 부딪힌 것은 아닐까?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는 클래식을 대중적 관심사로 끌어올리고, 마에리즘이라는 사회적 현상을 일으키긴 했으나 작품 자체의 작품성을 인정받기엔 매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독창성(Originality)은 아무나 만들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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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300 2008.12.26 20:54 신고  Addr  Edit/Del  Reply

    한편으로는 독창성 문제를 다르게도 생각해보게 됩니다..과연 이 세상에 새로운 독창성이라는게 존재하는가..모든 연애드라마는 기본구조가 2-3개 정도의 뼈대로 구성된다고 합니다..로미오와 줄리엣은 말할 필요도 없지요..거의모든 드라마가 그 구조를 차용하고 있으니..

    님이 지적한 부분도 많은 부분이 맞습니다. 그런데 어떤 작품에 힌트를 얻어서 새로운 작품을 만드는게 표절이라고 단정짓는다면..미국에서도 일년에도 수백개의 표절작품이 나옵니다.

    • 고구마의 세상돋보기 go9ma 2009.01.05 00:44 신고  Addr  Edit/Del

      네. 물론입니다. 미국뿐만 아니라 전세계적으로 엄청난 양의 작품들이 표절 아닌 표절을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남들이 도둑질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정당화될 수는 없는 겁니다. 현재 전세계적으로 팩션이라던지, 표절 문제가 점점 심각한 문제로 떠오르고 있습니다.

      또 의도적으로 표절을 하는 것과 우연히 겹치는 것은 엄연히 다른 것입니다. 그리고 이런 것들은 충분히 구분이 됩니다.

      똑같은 연애드라마라도 시청률이 다른 이유는 바로 이런 작가적 능력에 따른 독창성의 차이라고 보시면 됩니다. 어디서 본 듯 하고, 부자연스러운 드라마는 재미가 없습니다. 하지만 신선하고, 작가의 철학이 담긴 완성도 높은 드라마는 재미도 있고, 시청률도 높게 나오며, 전문가들로부터도 좋은 평가를 받습니다.

      즉, 결국 결론 내리자면, 정말 창작품 다운 작품은 그리 많지 않다는 겁니다. 대부분은 다른 원작에서 영향을 받거나 다른 작품의 소스를 가져와 다시 가공한 것들 입니다. 당연히 이런 식으로 제작하는 것이 훨씬 쉽기 때문에 이런 일들이 많이 벌어지는 것입니다. 하지만 재미는 없지요.

      독창성은 분명 있습니다.
      공주만 나오던 연애드라마에 '내이름은 김삼순'에서는 뚱뚱하고 못생기고 성격 이상한 삼순이를 주인공으로 내세우는 독창성을 보여 성공했습니다. '대장금'은 왕실과 주요 역사인물 몇몇에 치중되어 있던 사극에 새로운 캐릭터를 만들어내어 역시 성공했습니다. 대장금 캐릭터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독창적인 캐릭터인 것입니다.
      김수현선생님의 '엄마가 뿔났다'는 어떻습니까? 뻔한 가족극 같지만 이 작품에 투영된 작품세계와 작품이 던지는 주제, 캐릭터들은 김수현의 그 전 작품에서 조차 발견할 수 없었던 부분이 있었고, 그것이 드라마의 성공을 이끌었던 겁니다.
      임성한작가는 어떻고요? 우리가 엽기 작가라고 칭하지만 그녀가 욕을 먹는 이유 중에 하나는 다른 작가들이 보여주지 않았던 독창적인 소재를 잘 활용할 줄 알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재미가 있고, 시청률이 잘 나오는 것이지요. 그런데 다른 사람들은 엽기면 성공하는 줄 알고 이상한 작품들만 따라 만듭니다. 이게 바로 우리 방송계와 영화계의 현실입니다.

      결국 성공하고, 재미있는, 인정받는 드라마에는 작가의 '독창적인' 요소가 주요하게 작용을 하는 것입니다.

      헐리우드도 보면 한 해에 엄청난 양의 영화가 개봉됩니다. 하지만 그중에 우리나라에 소개될 정도로 성공하는 영화는 극히 소수에 불과합니다. 나머지 영화들이 왜 망하겠습니까? 보면 다 이유가 있습니다.

      우리나라 드라마도 마찬가지입니다. 왜 시청률이 항상 높게 나오지 않겠습니까? 보면 독창적인 부분이 부족합니다. 항상 무슨 공식화된 구조만을 따라하지요. 결국 시청자들은 지겹고, 시청률은 떨어지는 것입니다.

      작법이 작가지망생들을 망친다고 하잖습니까.
      유명작가들도 보세요. 자신들의 특징적인 이야기 구조에서 빠져나오질 못합니다.

      그래서 '창작'이 위대한 겁니다.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이 우주에서 순수 '창작'을 할 수 있는 인간의 수는 정해져 있답니다. ^^

      창작을 하는 작가가 '신'과 가장 가까운 존재라고 하잖습니까? ^^ 결코 허튼 소리가 아닙니다.

  2. 만화베바 2015.07.31 12:42 신고  Addr  Edit/Del  Reply

    엄청난 뒷북이긴 한데요. 표절이 아니라 공식적으로 허락을 받고 만화 베토벤 바이러스를 드라마화 한 것 입니다...;;

    • 고구마의 세상돋보기 go9ma 2015.08.07 05:58 신고  Addr  Edit/Del

      어떤 만화를 드라마화한 것인가요?
      링크 부탁드립니다.

      검색해보니 일본 만화가가 그린 '베토벤 바이러스'가 나오는데,
      이 작품은 한국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만화로 옮긴 겁니다.

      어디에도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원작이 된 만화 '베토벤 바이러스'는 안보이네요.

      링크 꼭 부탁드리구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