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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돋보기/영화 돋보기

전우치 - '머털도사'를 넘지 못한 실패작

by go9ma 2010. 7.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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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전우치'.

우선 전우치 캐릭터와 영화 스토리의 모티브는 무엇일까?
'전우치'는 순수창작 스토리가 아니다. 바로 우리 전통고전 중 하나인 '전우치전'이 이 영화의 원작 되시겠다. (홍길동전, 별주부전 같은 이야기)

바로 전우치가 신으로 변장하여 구름을 타고 내려와 왕을 농락하는 장면이라던지, 선비 복장을 하고 있는 것, 도술을 부려 병 속에 들어가는 것, 탐관오리를 혼내주고, 세상을 어지럽게 말썽을 피우고, 과부를 납치하는 것, 그림을 현실로 만드는 등의 일들이 모두 '전우치전'에서 가져온 이야기들이다.

하지만 스승과 함께 절벽으로 된 산 꼭대기에서 허름한 집을 짓고 사는 전우치의 모습이 어쩐지 익숙하다. 그렇다. 바로 70~80세대에게 익숙한 우리의 '머털도사' 님이다.

전우치가 부적으로 도술을 부리는 것은 머털도사가 머리카락으로 도술을 부리는 설정과 같고, 전우치가 부적 없이 도술을 부리게 되는 것은 머털도사가 머리카락 없이 도술을 부리는 것과 같다. (머털이가 지락도사에게 머리털을 모두 잃게 된다는 설정도 전우치가 화담에게 부적을 잃는 설정과 같다) 어디 그 뿐인가. 결정적으로 스승의 죽음을 복수한다는 설정 자체가 같기 때문에 '전우치'의 원작 중 하나가 '머털도사'라고 해도 분명 과언이 아니다. (실제 원작 사용권을 계약했는진 모르겠지만)

그랬다.
영화 중반까지는 이렇게 '전우치전'과 '머털도사', 그 외에 다양한 다른 작품들의 설정을 짬뽕 시킨 결과 꽤 재미있는 이야기가 만들어졌다.

하지만 순수 창작이 아닌 작품은 티가 나기 마련이다.

이야기는 중반을 넘어서면서부터 산으로 가기 시작한다.
뭐 현대에 다시 깨어난 것 까지는 좋다. 그런데 전우치가 현대 우리 사회에서 노는 모습은 관객이나 시청자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 방향을 잃었다고 할까? 또 임수정에 대한 정체도 설득력과 개연성이 많이 떨어진다.

뭔가 산만한 분위기... 청계천에서 죽었다가 살아나는 전우치도 감동적이거나 설득력 있지 않고 영화 후반부의 이야기 설정들은 너무 작위적인 것들이 드러난다. 바로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이다.

그렇다.
영화엔 철학이 없다. 작가가 이 이야기를 하려는 철학이 작품에 담겨야하며, 현실성과 설득력이 있어야하는데 전우치의 후반부는 바로 이런 것이 없다. 바로 순수 창작이 아닌 결과다.

원작이 따로 있는 작품이라도 각색 작업이 하나의 창작 작업이 되어 잘 다듬어진다면 훌륭한 창작 작품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전우치는 그렇지 못했다. 우리 고전 '전우치전'과 '머털도사' 등을 짬뽕시키고, 캐릭터들이 현대에서 환생한다는 설정만 가지고 이야기를 풀어내려다보니 마치 덜 익어 끝까지 먹지 못하는 설익은 감자꼴이 되어 버린 것이다.

차라리 원작 '전우치전'과 '머털도사'이야기에 충실했으면 어땠을까 싶다. 원작 '전우치전'에서는 잠깐 정신을 차렸던 전우치가 조정에서 관리로 도둑과 탐관오리를 잡아들이다가 모함을 받게 되자 도망나와 다시 세상을 어지럽히게 되고, 또 다른 도사였던 서화담과의 대결에서 패한 후 서화담의 제자가 되어 산 속으로 들어간다는 스토리다. 화담이 악인으로 나오는 영화 '전우치'와는 좀 다른 결말이다.

결국 영화는 재미있어지려다가 후반부는 뻔한 결말을 맞이하게 된다.
 
재미있는 부분은 모두 원작에서 왔다. 고전 '전우치전'과 '머털도사' 모두 원작으로는 아주 좋은 작품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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