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판 '노다메 칸타빌레' 를 표방하며 방송된 MBC 새 수목극 '베토벤 바이러스'.
다른 작품에서 모티브를 얻는 경우, 원작의 재미를 넘기란 쉽지 않다.
각색도 재능이 있어야 한다. 클래식이란 소재는 같지만 '노다메 칸타빌레'와 구분되는 이야기로, 그보다 더 재미있는 창작품을 제작하는 것 역시 '창조' 작업이 되지 않으면 재미없는 작품이 되어버린다.
아마도 MBC는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하여 '노다메 칸타빌레'가 일으킨 클래식 열풍을 다시 재연하려고 기대하나 보다. 하지만 나는 '꿈을 깨라'고 말하고 싶다.
1) 드라마는 갈등의 개연성이다!
두루미(이지아)가 왜 오케스트라를 책임져야하나? 단지 그녀의 기획이었기 때문에? 아니면 꼭 오케스트라 연주자가 되고 싶어서? 드라마 속에서는 지원비 3억에 대한 압박감 때문에 아마추어 연주자들을 모은다. 하지만 쉽게 이해되지 않는다.
공연 자금의 횡령사건을 시장이 모른다는 것도 이해가 되지 않으며, 어차피 그녀의 잘못이 아니다. 더군다나 아마추어 연주자들로 시장을 속이려한다는 것은 더욱 현실적이지 않다. 또 사건의 진행 또한 자연스럽지 않다. 너무나 작위적인 설정이 넘쳐난다.
2) 캐릭터의 중요성
주인공 두루미부터 미완성된 캐릭터다. 이것은 '노다메 칸타빌레'의 노다메(우에노 주리)와 비교하면 확연하게 차이가 드러난다. 너무나 현실적이면서 사랑스러운 캐릭터. 만화 원작이지만 드라마는 주인공 노다메를 거의 완전하게 드라마에서 살아 움직이게 했다. 하지만 두루미는 아니다. 작위성이 느껴지는 캐릭터 설정에, 그런 캐릭터가 움직이며 사건과 상황을 너무나 작위적(비현실적으로)으로 이끌다보니 극 전체가 억지스럽게 끼워맞추어진 작위 덩어리가 되어 버렸다.
그 캐릭터가 현실감 있게 실제 살아있는 것처럼 느껴지기 위해서는 설득력 있는 설명이 필요하다. 그런 과정을 통해 시청자에게 캐릭터를 인식 시키고, 그런 캐릭터가 움직이며 극을 이끌게 해야하는데 이 드라마에서는 그런 과정이 뭉텅뭉텅 이루어지는 느낌이 든다.
두루미나 강마에, 강건우는 주인공임에도 설득력 있는 캐릭터 설명 없이 대충대충 넘어간 느낌이 든다. 주인공이 이런데 조연은 오죽하랴. 다른 조연들의 인연과 사건, 캐릭터 설명 역시 작위적으로 이루어지거나 모자란 경우가 많다. 짜임새가 없다고 해야하나? 그런 조연들 조차 재미있게 등장하여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으니 재미와 감동이 떨어질 수 밖에 없다.
3) 작위적인 너무나 작위적인...
아마 누군가 '노다메 칸타빌레'의 성공을 보고, 이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기획한 뒤에 그 기획에 맞추어서 대본이 만들어지고, 제작에 들어갔나보다.
하지만 '작가의 영감'에서 만들어진 작품이 아니라, 이렇게 단지 기획(아이디어) 하나 믿고 억지스럽게 살을 덧붙이다보면 아주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이며 재미 없는 드라마가 탄생하게 된다.
나는 요즘 우리나라 드라마들을 '영혼이 없는 인형' 이라고 말한다.
훌륭한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작가의 철학과 창조적 영감 그리고 현실감이 느껴지는 재미있는 이야기를 작품에 녹여낼 수 있는 훌륭한 작가가 필요하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들은 그렇지 않다.
괜찮은 아이디어를 찾기 위해 원작 소설 등은 물론 만화, 영화까지 판권을 사들이고 있으며, 자료 조사라는 명목으로 다른 창작품의 내용을 그대로 베끼기까지 한다.
그리고 적당히 조합하는 것이다. 결국 작가의 철학이나 영감이 없으니 드라마는 모양만 예쁘고 그럴 듯한 '영혼 없는 인형'이 되어 버린다.
노다메 칸타빌레의 캐릭터들은 아주 개성있으면서 현실감이 느껴진다. 드라마에서는 만화적인 기법이 사용되지만 그럼에도 그 드라마 속 캐릭터들은 너무나 사랑스럽게 느껴진다.
하지만 '베토벤 바이러스'는 아니다. 뭔가 부족하고 어수선한 느낌... 억지로 뭔가 끼워 맞춰 놓은 느낌... 작품에서는 작가의 철학 같은 건 느껴지지 않는다.
제작비? 유명배우? HD 화면?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그런 것이 아니다.
보면서 푹~ 빠질 수 있는 드라마.
그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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