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지상파 방송계에서 드라마가 차지하는 비중은 꽤 높다. 드라마를 워낙 좋아하는 국민들이기에, 높은 시청률을 기대할 수 있고, 그런 시청률은 광고수익으로 연결되어 방송사 경영에 상당한 영향력을 미치기 때문이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이런 믿음이 깨지기 시작했다.
'무한도전', '1박2일', '패밀리가 떴다' 같은 예능 오락 프로그램 등이 40%의 시청률을 넘나들며 방송국 시청률의 효자 노릇을 하기 시작하더니 요즘엔 '100분 토론'이나 '불만제로', '북극의 눈물' 같은 다큐멘터리도 10%가 넘어가는 시청률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그럼에도 그런 프로그램들이 드라마를 모두 대신할 수는 없다. 한국에서 드라마는 일정 역할을 해주어야 지상파 방송국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현실은 그런 기대에 부흥하지 못하고 있고, 현재 지상파 방송국들은 모두 경영난에 봉착해 있다. 무엇이 문제일까?
한 예로 MBC 저녁 일일드라마 '사랑해, 울지마'를 보자.
결혼을 앞둔 주인공에게 갑자기 나타난 6살짜리 아들. 전 여자친구가 몰래 낳아 키우다가 주인공에게 맡겨버린 것이다. 신파적 소재처럼 보이긴 하나 아이디어 자체만 보자면 꽤 재미있는 이야기 거리다.
하지만 이런 좋은 소재를 가지고 재미있는 전체 극의 구성에는 성공하지 못했다. 겉도는 이야기 전개, 이해되지 못하고 새롭지 않은 캐릭터들, 어디선가 빌려온 듯한 가지들의 엉킴... 한마디로 표현하자면 작가의 철학이 느껴지지 않고, 마치 영혼이 없는 드라마 같다.
드라마라는 장르는 소설과는 다르게 그 제작 과정에 여러 사람이 참여한다. 드라마의 첫 기획을 집필 작가가 직접할 수도 있고, 연출할 PD가 할 수도 있으며 혹은 전혀 다른 제 3자가 하는 경우도 있다. 문제는 이런 기획안을 대본으로 가공하는 과정에 발생한다. 김수현 작가도 얘기했지만 완성도 높은 작품이 탄생하기 위해서는 작가 1인의 안에서 드라마 세계가 펼쳐져야한다. 하지만 만약 이것에 실패하게 되면 시청자는 드라마에 몰입하지 못하게 된다. 가상 세계 창조에 실패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드라마 기획자나 대본 집필 작가를 무엇보다 먼저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다.
재미있는 드라마를 제작하기 위해서는 이야기 구성부터 대본 집필에 이르기까지, 작가 1인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 아이디어가 넘치는 훌륭한 작가의 세계관이 작가의 철학을 담아 구현되어야 드라마라는 영혼이 생기고, 시청자들은 그런 세계에 빠질 수 있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들은 바로 이런 기본 공식을 망각한 채 제작되고 있는 듯 하다.
최근 지상파 방송국들의 경영난 원인을 살펴보면 분명 원인이 있다.
일부 한류 드라마의 성공은 일부 외주제작사와 드라마 제작비용만 키우는 부작용을 낳았다. 거대한 자본의 투입과 무리한 제작 관행 결과는 경영난으로 나타난 것이다.
방송국은 능력있는 신인 드라마 작가나 배우, 연출가 등용에 신경 쓰고 투자했어야했다. 하지만 한류의 단맛만 보며 그런 노력을 게을리한 결과가 지금 이렇게 부작용으로 나타나고 있다.
결국 지상파 방송국이 남긴 탐욕의 결과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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