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고구마의 세상돋보기 go9ma 2013.07.02 06:30

 

최근 진중권 교수의 모욕죄에 대한 위헌 청구소송이 합헌결정으로 나왔다.

 

사건의 발단은, 진중권 교수가 온라인 상에서 변희재 대표를 '듣보잡'이라고 하였고, 이에 변희재 대표가 진중권 교수 등을 모욕죄로 고소한 것이 시작이다.

 

문제는 '듣보잡'이란 표현이 과연 명확하게 상대를 비하하는 것인가 점이다.

 

'듣보잡'이란,

 

듣도 보도 못한 잡놈(훌)이란 뜻으로 다음 까페 '훌리건 천국'에서 쓰이고 있는 용어다.

 

라고 네이버 오픈국어에서는 정의하고 있으나,

사실 정식 국어사전에도 없는 인터넷 신생어이다.

 

그런데 문제는, 대부분의 네티즌들이 이런 어원을 정확히 알고 이 단어를 사용하는 것이 아니라는 것에 있다.

 

예를 들어 이 단어의 사용 범위는 이렇다.

어떤 대학을 지칭할 때도 사용되는데 이름이 알려져 있지 않은 대학을 '듣보잡'이라고 표현하기도 한다. 즉, 이런 경우 단어를 사용한 사람은 '듣도 보도 못한 잡스러운 대학' 이란 의미로 사용한 것이다. 또 어떤 사람은 '듣도 보도 못한 잡다한 대학' 이란 의미로 사용했을 수도 있다.

 

'듣보잡'이란 단어는 사람 뿐만 아니라 어떤 사물이나 지역, 기관을 지칭할 때도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즉, '듣보잡'의 '잡'은 '잡스러운 놈'이 아니라 '잡다한 무엇(인간)'이란 의미로 많이 사용된다.

 

그렇다면 여기서 '잡스러운, 잡다한'의 기본형인 '잡되다'의 정확한 의미는 뭘까?

이 단어는 크게 3가지 의미를 담고 있다.

 

1. 여러가지가 뒤섞여 순수하지 아니하다.

2. 됨됨이가 조촐하지 못하고 잡상스럽고 막되다.

3. 중요하지 않고 보잘것없다.

 

보통 '듣보잡'의 의미는 3번이 일반적으로 사용되는 의미 아닐까 싶다.

 

즉, 일반인들이 사용하는 '듣보잡'이라는 표현은,

'듣지도, 보지도 못한 것(또는 사람)이니 중요하지 않고 보잘것없다' 라는 뜻이다.

 

그렇다면 이런 표현을 썼다고 해서 과연 모욕죄에 해당하는가라는 문제가 남는다.

 

특정인을 알고 있었는지, 아니면 모르고 있었는지, 또 유명하더라도 중요하지 않고 보잘것없는 사람으로 판단하는 건 개인의 기준에 달린 문제다. 즉, 누군가를 '듣보잡'으로 표현했다고 해서 그것이 맞다, 아니다는 개인마다 판단 기준이 다르며, '듣보잡'이란 표현 자체가 무조건 상대를 비하하는 목적으로 씌였다고도 볼 수 없는 것이다.

 

과연 '듣보잡'이 모욕죄가 될 수 있는가?

 

최근 김태흠 새누리당 의원이 문재인 의원에게 '얄팍한 배수진'이라고 했는데 그렇다면 이런 표현 역시 모욕죄가 되어야한다. 

그뿐인가. 그동안 노무현 대통령을 비하한 정치인들의 발언들 중 모욕죄에 해당하는 건 수도 없이 많다.

 

또 '종북'이라는 단어를 사용한 것 또한 모두 '모욕죄'가 될 수 있다. 

우파 성향의 정치인들 중에 무조건 야권 성향을 보이거나 지지 또는 여권을 반대하면 무조건 '종북좌파'로 몰아가는 발언을 하는데 이 역시 모욕죄에 해당한다.

종북좌파가 아니더라도 야당을 지지하거나 당원이 될 수 있기 때문이다. 야당을 지지하거나 당원이라고 해서 '종북'까지 지지하는 것은 아니다. 엄연히 이 또한 발언자의 가치 판단이며, 마찬가지 논리로 모욕죄가 성립된다.

 

'듣보잡'이 모욕죄가 성립된다면, 상대를 기분 나쁘게 한 수 많은 정치발언 또한 모두 모욕죄가 되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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