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연예 돋보기/방송 돋보기

'에이스토리' - 과거 '만화공장'을 닮아간다

by go9ma 2008. 11. 28.
반응형
종합병원, 허준, 상도, 올인으로 유명한 최완규 작가가 미국과 같은 집단 집필 체제를 선언하며 설립한 작가 전문 회사가 '에이스토리'다.
그의 꿈은 꽤 설득력 있었다. 우리도 미국처럼 여러 작가들의 집단 집필 체제가 필요하다는 것이었다. 마치 제리브룩하이머처럼 말이다.

하지만 이에 강하게 반대하던 사람이 있었으니, 바로 한국 드라마계의 '여왕' 김수현 작가다. 그녀는 에이스토리 출범에 대해 꽤 부정적 입장을 표명했었다. 솔직히 이 때만 하더라도 난 김수현 작가의 생각이 틀렸다고 생각했다. 이미 미국 드라마의 성공을 보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최완규 작가의 실패로 돌아갔다. 왜 그랬을까?

이미 드라마 작가란에 '에이스토리' 이름이 들어가면 알만한 사람들은 상당 수 부정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에이스토리'가 들어간 작품치고 대히트를 기록한 훌륭한 작품이 없기 때문이다.

에이스토리는 창업 초반, 최완규 작가가 직접 집필한 '주몽'만이 조금 빛을 보았을 뿐, 대부분의 작품들은 뭔가 2% 부족하거나 작가의 명성과는 걸맞지 않은 '실망'이라는 평가가 뒤를 이었다.
사실, 드라마 제작 초반 작가 이름란에 '최완규'라는 이름만 올릴 뿐, 실제 대본 집필은 이름 없는 신인 작가들이 하다보니 극의 완성도가 떨어지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 그가 욕을 먹는 이유도 자신의 이름을 팔아 제작 투자를 받고, 정작 대본 집필은 엉뚱한 작가에게 맡기기 때문이다. 물론 최완규 자신이 크리에이터로 기획을 하고, 대본 감수를 한다지만 신인 작가들의 능력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다보니 결과물의 완성도는 어느 선을 넘지 못하고 있다.

'이산'도 극 후반부에 완성도가 떨어지며 심지어 역사왜곡 논란까지 불러왔으며, '식객'도 원작이나 영화의 흥행 열풍엔 한참 모자랐다. 그리고 '로비스트' 역시 제작비에 비하면 기대에 미치지 못했으며 현재 '종합병원2''바람의 나라'도 시청률에서 10%대를 유지하고 있다. 거의 이정도면 그냥 '대본공장'이라는 표현이 맞겠다.

그리고 현재 방송사의 경영난에 '에이스토리'도 일조하고 있다. 현재 방송사의 경영난은 드라마에 너무 무리한 투자를 한 결과이며, 그런 대작들이 광고 수익 등의 면에서 재미를 못보자 그대로 경영난으로 이어진 것이다. 결국 방송국의 시청률 킬러라고 할 수 있는 드라마들의 시청률이 잘 나와줘야하는데 상당 수의 대작들이 대본에 '에이스토리'를 끼게 되고, 에이스토리에선 양질의 대본을 생산해내지 못하자 시청률 저조로 이어진 것이다. 즉, 방송국과 제작사 모두 믿는 도끼에 발등 찍힌 격이 된 것이다.


'에이스토리'는 왜 이런 결과에 봉착하게 된 것일까?
(물론 개인적인 추측임을 밝혀둔다)

최완규 작가는 분명 미국식 작가시스템 도입을 주장했다. 그런데 여기서 최완규 작가는 뭔가 계산을 잘못한 듯 하다.
우선 그의 능력이 제리브룩하이머와 같지 않다. 그리고 드라마 제작 시스템도 미국의 것과는 차이가 있다. 미국은 기획자가 포멧을 잡고 개별 스토리의 완성도를 위해 하나의 드라마에 20명이든, 100명이든 최대한 능력이 되는대로 많은 작가를 투입하거나 참여하게 만든다. 이것은 작품의 완성도 때문이다. 수십 명의 작가가 모여 회의하고 서로 평가하면서 제일 재미있는 이야기를 찾아 가는 것이 바로 미국식이다.

하지만 최완규 작가는 이런 시스템의 일부만 가져왔다. 바로 자신이 중심이 되어 드라마의 크리에이터가 되고, 대본 집필은 자신이 선발한 신인 작가들에게 맡긴 것이다. 그런데 여기서 작품의 완성도를 위해서는 역시 수십, 수백명의 작가를 붙여야하지만 에이스토리는 그렇지 않았다. 나머지 대본 제작 시스템은 우리나라 방식인 몇 명의 공동 집필 방식을 택한 것이다. 메인작가 1~2명에, 보조작가 몇 명을 붙이는 식이다.

또 신인작가의 선발에도 문제가 있다.
아무리 최완규 작가라고 하더라도 자신과 '같은 능력'의 작가를 선발하진 못했나보다. 아무래도 작가를 선발할 땐 경력이나 작법력을 보기 마련이다. 그런데 미국과는 여기에서도 차이가 난다.
미국 드라마 작가 중에는 '작법'이라는 것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들이 꽤 된다. 즉, 능력 있는 사람의 검증 시스템 자체가 우리와 다르며, 그런 사람들이 한 팀에 놓이기 때문에 항상 재미있는 이야기가 나올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나라에서는 불가능하다. 투입될 수 있는 작가  수가 소수로 정해져 있기 때문에 신인작가 선발 시 장점이 제일 많은 사람을 뽑기 때문에 미국과 같은 드라마의 완성도는 보장되지 않는 것이다.

결국 '에이스토리'는 이현세의 '만화 공장'을 그대로 닮아버렸다.
만화가 이현세도 과거 그의 까치 캐릭터를 이용, 그의 문하생(직원)들을 시켜 수 많은 작품을 찍어냈던 것이다. 그리고 사람들은 그의 화실을 '만화 공장'이라 불렀다.
'에이스토리'도 마찬가지다. 최완규 작가는 자신의 이름을 팔아 드라마 제작 투자를 유치하고, 실제 집필은 다른 작가가 하면서 1년에 여러 편에 자신의 이름을 올린다. 이것이 과거 만화 공장과 다를 것이 있나? 에이스토리가 '대본 공장'이란 비난을 받아도 변명이 있을 수 없다.

방송국과 제작사도 마찬가지다. 시청률 주의를 강조하다보니 상업 드라마에 이름이 높은 최완규작가의 회사에 기댄 것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모두 '실패'였다. 자기 꾀에 자기가 넘어간 꼴이 되었다.

이미 결과가 그것을 증명하고 있다. '에이스토리'의 미국식 도전은 실패했다.
'에이스토리'에 과거의 최완규 작가는 없다. 이미 시청률은 다른 작품들로 나뉘어져 버렸다. 1년에 3편의 드라마를 올리면 10%대, 2편을 올리면 20%대로 나누어 간다. 그의 능력이 그렇게 나뉘어지기 때문일까? 이런 식이면 최완규 작가 혼자 1편의 드라마 제작에 올인 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방송국이나 제작사에겐 말이다. 하지만 지금의 상황은 그렇지 못하다. 마치 에이스토리만이 돈을 버는 모습이다.

과연 에이스토리는 한국 드라마를 올바른 길로 인도하고 있는가?
이젠 방송사와 제작사가 판단해야할 때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