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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돋보기/방송 돋보기

무한도전 연말정산 - 뒤끝 있는 시청소감!

by go9ma 2011.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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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방송은 아주 '무한도전'다운 내용이었습니다.

'연말정산 뒤끝 공제'

2010년 무한도전을 되돌아보고, 자기 반성과 평가의 시간을 가지며, 대신 뒤끝은 남기지 않겠다는 아주 좋은 취지입니다.
사실 비슷한 포멧을 유지하는 다른 리얼버라이어티에서는 불가능한, 정말 무한도전만이 가능한 이야기 아니겠습니까?
또 자기 자신을 평가한다는 자세부터도 굉장히 발전적인 것이라 하겠습니다. 솔직히 그런 자세를 보였다는 점만으로도 '무한도전'은 박수 받을만 합니다.


그런데 이번 방송을 보면서 저는 좀 뒤끝이 남더군요.
묵은 감정을 해소하는 자리였지만 실제로 제작진과 출연자간의 간극은 좁히지 못한 듯 합니다.
보는 사람에 따라 입장차이라고요? 하지만 제가 보기엔 분명 잘못한 사람이 있어보입니다.


우선 '오마이텐트'특집에서 '알래스카'팀과 '번지점프'팀간의 방송분량에 대한 질책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알래스카팀도 보여준 것은 '알래스카'라는 특수한 환경에서 벌어지는 상황뿐이었습니다. 낯선 시내라던지, 낚시도 그랬고요. 또 방송내용이 안 나오자 유재석, 노홍철, 정형돈씨는 급기야 얼음 눈밭 위에서 내복차림으로 구르기까지 했습니다. 그나마 그들이 눈물을 흘리며 고생할 수 있었던 것도 그런 환경의 변화가 받춰졌기 때문이라는 것이지요.
(알래스카팀도 눈물나게 웃겨보려는 멤버들의 노력이 가상했을 뿐, 솔직히 얼음 위에서 맨발로 고통을 느끼며 구르고 하는 모습은 유치하다못해 불쌍해보이기까지 했습니다. 정말 그곳에서 눈물 흘릴만 하더군요. 얼마나 망막했겠습니까? 방송 시간은 번지점프팀보다 많았지만 사실 방송 내용도 번지점프팀과 비교하자면 그닥 훌륭하지도 않았습니다)

하지만 번지점프는 그곳에서 뭐가 가능하겠습니까?
물론 정말 예능의 천재라면 그런 곳에서라도 다양한 설정을 통하여 이것저것 뽑아낼 수 있겠지요. 그러나 이것은 방송제작을 정말 잘 모르고 하는 이야기입니다.

예능프로 제작에서 작가와 연출이 왜 필요합니까? 그들은 그저 뭐할지나 정하고, 섭외나 하고, 편집이나 하면 되는 자리일까요?

사실 출연자들이 스스로 대사를 자유자재로 던지고, 순발력 있게 그 상황에서 재미있게 막 터뜨리는 것은 한계가 있습니다. 또 잘하는 사람도 어떤 때엔 잘 안 될 수도 있지요. 여러분들이 직접 무한도전의 멤버가 되었다고 생각하고 방 안에서 방송하듯이 한 번 해보세요. 말을 몇 마디나 할 수 있을까요?

그래서 방송작가가 필요합니다. 방송작가는 미리 각 상황에 대한 진행 멘트와 대본, 상황 설정, 캐릭터 설정을 아주 자세하게 준비해야합니다. 심지어 애드리브까지 작가들이 대본으로 준비하기도 하지요. 그래야 최소한의 방송 분량이 확보되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그 다음으로 출연자들의 개인기에 따른 진짜 애드리브와 순발력 있는 상황 대처는 일종의 양념이나 서비스 같은 것입니다.

그런데 무한도전은 언젠가부터 너무 편해졌습니다. 상황 설정만 '툭' 던져주고 멤버들끼리 알아서 웃겨보라고 합니다. (- -)

물론 무한도전 초창기 무모한 도전 때는 정말 그런 자세한 대사가 필요 없었지요. 도전과 각 상황마다 애드리브만으로도 무한도전이 완성되던 때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번지점프 미션 같은 경우는 철저하게 대본이 필요했습니다.
자, 여러분들이 박명수씨가 되었다고 생각해보세요. 그렇게 번지점프대 위에 앉았습니다. 과연 뭘 해서 웃길 수 있을까요?
이미 상황은 다 나왔죠? 제작진이 준비한 게임이 전부였습니다. 그리고 그나마 그 게임에서도 자칫 출연자들이 줄에 발이 걸렸으면 아래로 떨어져 큰 사고가 날 뻔도 했습니다.
그야말로 천운이 도와 아무런 사고가 없었지요.

물론 좋은 아이디어가 생각나 재미있게 진행하면 다행이지만 아무리 능력 좋은 개그맨이라도 아이디어가 쉽게 떠오르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그래서 작가와 연출가 같은 제작진이 있는 거 아니겠습니까? 미리 머리를 맞대고 뭘할지를 계획했어야한다는 겁니다.
즉, 던져줘야할 기본 틀이 더 많았어야했지요.


그런데 방송에선 서로에게 책임을 미루는 모습을 보입니다.
박명수씨는 제작진 탓을, 제작진은 박명수씨가 못 웃겼다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박명수씨 손을 들어주고 싶습니다.

박명수씨가 못 웃긴 것이 아닙니다. '뜨거운 형제들'에서 아바타 미팅 보세요. 박명수씨 얼마나 잘합니까? 제작진이 해야할 일은 그렇게 판을 잘 깔아주어야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번지점프가 그랬습니까?

제 얘기가 맞는지 틀렸는지는 상황을 바꾸어서 해보면 될일입니다.

이번엔 알래스카팀이었던 유재석씨와 정형돈씨, 노홍철씨를 똑같은 곳에, 똑같은 환경에, 똑같은 날씨에 올려보내 보면 알 수 있습니다.

그런데 사실 이번엔 이들이 더 잘 웃길 수도 있습니다. 왜냐하면 이미 방송을 보면서 유재석씨나 노홍철씨, 정형돈씨는 그 위에서 어떻게 웃기면 될런지 생각을 다 해봤기 때문입니다. 즉, 이들에겐 생각할 '시간'이라는 것이 존재하게 된 것이지요. 그리고 그런 생각의 시간을 통해 이미 아이디어의 계획이 짜여져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그럼에도 한 번 이들만 올려보내봤으면 좋겠습니다. 과연 이들이 위에 올라가서 방송 시간을 얼마나 더 벌 수 있을까요? 또는 위에서 뭘 한다고 한들 과연 그것이 정말 재미있을런지도 문제인 것입니다. 무조건 뭘 하기만 한다고 된 것은 아니니까요.

이번 연말정산에서는 (물론 웃기려고 그랬겠지만) 유독 박명수씨에게 비난의 화살을 많이 보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박명수씨야 말로 2010년 가장 많이 발전한 MC죠. 정말 혼자서는 말 한마디 못하던 사람이 '언더커버 보스'와 '거성쇼', '뜨거운 형제들'까지... 단독 또는 메인MC로 맹활약을 한 인물입니다. 


그리고 2부에서는 '레슬링'편에서의 위험성 같은 것은 언급되지 않아 씁쓸하더군요. 결국 그것은 PD의 책임이기 때문에 그런 책임은 피하기 위해 '도전'을 강조한 발언만을 강조한 것은 아닌지 안타깝습니다.

'무한도전'은 예능이지, 도박이 아닙니다.
멤버들이 도대체 무엇을 위해 목숨까지 걸고 예능 프로그램을 해야합니까?

시청자들이 원하는 것은 매주 다양한 도전과 웃음, 재미, 감동입니다. 하지만 제작진은 그것을 위해 오로지 출연자들의 희생만 강요하고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식이면 이건 방송이 아닙니다.
또 제작진의 존재 이유도 없지요.
방송이 재미 없는 건 출연자보다 밑 바탕을 깔아준 제작진 책임이 더 크다는 것을 깨달아야합니다.

하지만 언젠가 부터 반복되는 패턴들... 달력촬영, 각종 패러디... 식상하고, 재미 없지요? 시청률도 딱 '무도빠'들의 시청률이 나옵니다.

무한도전의 주 시청층이 젊은 층에 묶여있다는 것은 매우 주목할만 합니다. 이러면 이건 가족 예능프로는 아니거든요. 그저 장르 예능? 장르 쇼?가 되는 겁니다. 일부 젊은 층을 타깃으로 하는 '무도빠'만을 위한 '묻지마 예능'이 되는 겁니다.

그래도 재미있는 건 과거처럼 온 가족이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프로그램입니다. 하지만 언젠가부터 어르신분들은 요즘 방송이 재미없다며 떠나갔지요. 우리 어머니도, 어머니 친구분들도 요즘 코미디(예능)는 재미가 없다며 보질 않으십니다. 웃음 코드도 젊은 층과 다르지만 솔직히 제가 봐도 이건 아니다 싶은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분명 온 가족이 함께 즐거울 수 있는 웃음과 재미는 분명 존재합니다. 그런 것을 만들어야하겠지요.

솔직히 점점 고정 멤버를 통한 '무도빠'만을 위한 방송은 경계해야한다고 봅니다. 이런 식이면 멤버들이 코만 파도 고정 팬들은 재미있다고 난리치지지요?

온가족이 재미있게 하는 것이 쉽지 않다고요?
당연히 쉽지 않습니다. 뭐가 쉽겠습니까? 누구나 다 쉽게, 재미있게 만들 수 있다면 무한도전이 지금까지 살아남아 있을 수 있었을까요?

예능인들의 끼를 100% 꺼내지 못하는 것...
그건 분명 제작진 책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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