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sted by 고구마의 세상돋보기 go9ma 2011.03.06 06:30

보통 드라마에서 출생의 비밀은 '카타르시스'와 같은 존재라서 '절정' 부분인 후반부에 결론을 배치합니다만 이번 MBC주말극 '반짝반짝 빛나는'은 꽤 이른 7회에 여주인공 황금란이 자신의 출생의 비밀을 알고 친부모를 찾아 사실을 알리는 장면이 방송을 탔습니다. 앞으로 한정원이 자신의 친부모를 인식하게 되는 과정, 또 황금란을 길러주고 함께 살았던 가족들이 이 모든 사실을 받아들이게 되는 과정이 흥미있게 방송될 것으로 예상입니다.

사실 저도 오래 전에 산부인과의 아이바뀜 사고 뉴스를 접하면서 그것을 소재로 드라마적인 이야기를 구상했었는데요, 그 동안 그와 관련된 드라마도 있었지요? 바로 한류의 시작이 된 '가을동화'가 그것입니다. 산부인과에서 아이가 바뀌고, 그 때문에 운명이 바뀐 주인공들의 이야기였습니다.

그리고 같은 소재를 이번에는 MBC 주말극이 풀어갑니다.
많은 분들이 '출생비밀의 막장' 소재라고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엄연히 산부인과의 아이 바뀜 사고는 현재 진행형인 우리들의 불행이고요, 이보다 더 드라마틱한 현실도 없기 때문입니다. 막장이 아니라 어떤 이들에겐 현실인 거죠.

그런데 이렇게 재미있게 진행되는 '반짝반짝 빛나는' 에서 몇 가지 옥의 티가 눈에 띄네요.
 
우선 제목입니다.
'반짝반짝 빛나는'은 일본 유명 작가 소설 제목이죠. 물론 드라마제작팀이 그것을 모르고 제목을 붙였을 수도 있습니다만, 간단하게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알 수 있는 사실이기 때문에 제목이 겹치된 것은 매우 아쉽습니다.
제목도 하나의 창작입니다. 그리고 매우 중요한 요소지요. '반짝반짝 빛나는'는 드라마의 이야기와 정확히 일치되는 느낌도 적고요, 또 특히 일본 소설과 동명이라서 자기 이야기만의 특성을 나타낼 수 있지 않기 때문에 그런 점이 매우 아쉽습니다. 창작 이야기라면 당연히 제목도 '창작'이어야하겠지요.

물론 제목을 만들어내는 것 또한 매우 어렵습니다. 제목 정하는 것이 거의 드라마 전체를 기획하는 것만큼이나 고민이 되고 만들기 어려운 부분입니다. 하지만 그만큼 드라마에 있어서 매우 중요한 부분이고, 작가는 그 창작 작업을 완수해야합니다. 그래야 하나의 창작품이 완성되는 것입니다.
하지만 그 작업에 게을리하고, 다른 작품의 제목과 같게 한다던지, 또는 도용을 한다던지 (제목도 베끼면 표절임), 또는 허락을 받고 사용했다고 하더라도 드라마의 내용과 일맥상통하지 않는 제목은 분명 문제가 있다 하겠습니다.

벌써 7회지만 저는 아직도 제목이 낯섭니다. 그리고 드라마 대사에서도 나왔지만 과연 제목이 드라마의 주제를 정확히 잘 표현하고 살려주는지도 의문입니다. (역시 가장 안전한 건 5음절 법칙을 따르는 것일까요?)

그 다음은 이야기의 진행 과정에서 '현실성'입니다.
실제 현실에서 벌어진 사건이라도 해도 그것이 비현실적이면 드라마에 사용할 수 없습니다. 그러나 상상으로 만들어낸 상황이라도 현실적이면 OK죠. 그런데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작위적인 설정과 상황이 자주 눈에 띕니다. 이것은 매우 좋지 않습니다. 현실성이 떨어지면 시청자들의 몰입도와 재미가 반감되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이 그렇게 욕을 해도 임성한 작가의 작품을 찾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 아닐런지요? 아무리 임성한 작가의 작품이 막장이고, 황당한 대사가 넘쳐난다고 해도 최소한 그녀의 드라마에선 설정의 현실성 만큼은 반드시 지켜갑니다. 그것이 작품의 현실성을 묶어주고 재미에 불을 지피지요. 사실 임성한 작가의 작품은 많은 부분에서 문제가 있지만 바로 이 '현실성' 때문에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런데 '반짝반짝 빛나는'에서는 작위적인 설정들이 극의 몰입을 방해합니다. 필연이 되어야하는데 '운'으로 결정되는 운명이기에 현실성이 떨어지는 것입니다.

그 한 예가 바로 황금란과 한지웅과의 만남입니다.
황금란은 '우연히' 한지웅의 차 앞으로 뛰어 들고, 이 만남은 가평에서도 반복됩니다. 물론 실제 현실에서 운명적으로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있다고 칩시다. 하지만 시청자들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것은 억지스러운 가정일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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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같으면 이렇게 설정을 했을 겁니다.
자신의 출생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한 황금란은 가평의 산부인과를 찾아갑니다. 하지만 황금란은 한지웅을 만나지 못합니다.
산부인과는 의료정보 공개에 강하게 반발을 하고, 이에 황금란은 전문탐정 혹은 흥신소에 의뢰하여 산부인과의 정보를 빼내게 됩니다.

황금란은 전화상으로 산부인과 관계자로부터 그날 태어난 여아는 자기말고 한 명 뿐이라는 사실을 듣게 되는데 이걸 알려줄 병원은 없겠죠. 아무리 의료정보가 아니라고 하더라도 만약 아이가 바뀐 사실이 드러나면 병원 자체가 사라질 수 있는 문제이기 때문에 그 어떤 사실도 알려주려 하지 않을 겁니다. 즉, 병원이 의료정보를 알려주지 않는 건 의료법 때문이 아니라 민형사상으로 자신들이 책임져야할 부분이 어마어마 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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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현실 사건에선 법원의 강제 명령에 의하여 그 사실이 바뀐 다른 부모에게 통보되는데요, 이런 경우 황금란이 할 수 있는 방법은 두 가지입니다. 하나는 법적 소송인데 소송이 길어지면 황금란에게 매우 불리해집니다. 또 금란에겐 그럴 시간이 없지요. 그래서 금란이 이것을 인지해가는 과정의 이야기가 필요합니다.
그래서 그 다음 금란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산부인과 병원을 설득하던지, 아니면 몰래 정보를 빼내는 방법 뿐입니다. 그런데 산부인과 병원의 경우 금란이 소송을 하지 않겠다고 관련 정보를 요구한다고 해도 병원측에서 보자면 그 반대쪽 부모의 소송 문제도 해결해야하는 부분입니다.

그래서 금란은 소송을 하지 않겠다는 약속(친부모를 설득해서라도)을 병원측에 하고 관련 정보를 요청해야하지만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그럼 결국 금란이 택할 수 있는 방법은 전문 탐정 등을 고용하여 관련 정보를 빼내오는 것입니다. 물론 그 방법의 위법성에 대해선 금란은 모릅니다. 그리고 일은 모두 흥신소 직원이나 탐정 등이 알아서 하는 것이죠.
이에 탐정이나 흥신소 직원은 병원 관계자를 매수하거나 밤에 몰래 병원에 침입하여 관련 정보를 빼내오는 방법이 있겠습니다.

그런데 드라마에서는 이 모든 상황을 맞추기 위해 우연의 작위적 설정을 하게 됩니다. 금란이 한정원의 생년월일이 자신과 같다는 사실을 인지하게 되고, 한지웅과 우연히 계속 마주치게 되고, 산부인과 역시 그날 신생아실의 여아는 둘 뿐이었다는 사실까지 말입니다. 결국 그 때문에 황금란은 한지웅과 유전자검사를 해보겠다는 마음이 생기게 되는데 이것이 꽤 작위적이란 얘기죠.

만약 황금란이 탐정 등을 통해 한정원과 한지웅의 존재를 인지하게 되었다면 그 다음은 한지웅과의 유전자 검사가 남습니다. 그런데 둘의 만남이 우연으로 발생한 상황에서 그런 기회가 오는 것과 주인공이 사실관계를 인지하고 작전을 세워 한지웅에게 접근하는 것은 분명 현실성이 다르겠지요.
중요한 것은 '우연'의 남발입니다. 우연의 남발이 극을 작위적으로 만들지, 시청자들 역시 예상 가능한 경로로 이야기가 흐르는 것을 작위적이라고 하지 않습니다.

또 하나 아쉬운 것은 '대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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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희 : 어떻게 생겼는지 기억이 안 나....

Gretech Corporation | GomPlayer 2, 1, 30, 5051 (KOR) | 2011:03:06 01:15:27

지웅 : 이뻐... 이쁘게 생겼어.


아주 가슴이 절절해지는 장면입니다. 금란의 친부모인 지웅과 나희가 그 사실을 인지하고 이야기를 나누는 장면이죠.
그런데 지웅의 대사가 아쉽습니다. 여기서 시청자들의 가슴을 울릴 수 있는 그런 대사 하나를 쏴주어야한다는 것이죠.
예를 들어 이렇게 말입니다.

지웅 : 이뻐... 이쁘게 생겼어. 마치 당신 처녀 때처럼...

황금란이 친 딸이니 지웅이 나희의 처녀시절을 떠올리는 건 어쩌면 너무나 당연한 것이죠. 그런 핏줄의 끌림에 시청자들은 더욱 애가 타겠고요.

또는 '이뻐... 이쁘게 생겼어. (훌쩍이며) 다시 생각하니깐 진짜 우리 딸 같더라고...' 뭐 이런 식의 대사도 나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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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그런데 이런... 예고편을 보니 또 '우연'의 만남 장면이 나오는군요.   (- -) 물론 일요일 저녁 방송을 보고 직접 확인해봐야하겠습니다만...

우연도 어쩌다가 한두번 일어나는 것이 '현실'의 우연입니다. 그런데 드라마를 통틀어 10번, 2~30번씩 우연을 남발한다면 당연히 극의 현실성은 떨어질 것입니다. 드라마의 현실성이 떨어지면 재미 또한 반감되지요.

'우연'에 의한 사건을 최대한 참아보는 것은 어떨까요?
그럼 훨씬 더 재미있는 이야기가 되지 않을까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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