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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예 돋보기/방송 돋보기

요즘 드라마 시청이 힘들다

by go9ma 2008. 9.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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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방영한 SBS의 '타짜' 2회는 러닝타임만 밤 10시부터 11시 반까지 무려 90 여분에 육박했다.  1시간 반 정도니깐 거의 영화 한 편과 맞먹는 분량이다. 드라마 한 회를 보았을 뿐인데 마치 영화 한 편을 본 것처럼 힘든 것이다. 예전 드라마들이 한 회에 45분이었던 것을 감안한다면 지금은 그 2배가 된 셈이다.

요즘 드라마를 왜 이렇게 길게 만드는 것일까?
그것은 타 채널의 경쟁 드라마 때문이다. 만약 드라마가 먼저 끝나 시청자들이 다른 채널의 드라마 끝 부분을 시청하게 될 경우 그 드라마에 대한 기대심리 때문에 그 다음 회에 시청자들을 빼앗길 수 있다는 논리다. (실제로 과거 이런 작전(?)을 써서 시청률 확보에 성공한 사례가 있다) 그래서 서로 5분씩 늘리다보니 결국 90 여분이라는 서로 살인적인(?) 러닝타임이 나왔다.

이것은 드라마를 시청하는 시청자들 뿐만 아니라 제작자들도 힘들긴 마찬가지다. 특히 대본을 집필하는 작가에겐 굉장한 필력을 요구하는 작업이다. 대단하다는 대작가들도 이런 긴 러닝타임 작업에 힘들어하는데(말이 그렇지, 거의 죽을 것처럼 힘들다고 한다) 경력이 부족한 작가들이야 오죽할까? '타짜'의 작가가 중간에 교체된 것도 어쩌면 무리는 아닌 듯 싶다.

그리고 물론 이런 편법(?)은 일종의 반칙이다.
어쩌면 제작자의 '자신없음'인지도 모른다. 자기 자신의 작품 완성도와 재미에 자신이 없으니깐 이런 편법을 동원하는 것이다. 혹시나 타 채널의 드라마에 밀릴까봐 전전긍긍하는 꼴이다. 하지만 결과는 전혀 다르다.

작품의 완성도가 높고, 재미가 있어서 시청자들의 눈을 사로잡을 수 있다면 러닝시간 같은 것은 사실 문제가 안된다. 타 채널의 드라마보다 짧아도 재미만 있다면 시청자들은 언제든지 방영 시간을 기다려 방송을 시청해줄 것이다.

하지만 요즘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 특히 '타짜'가 그렇다.
드라마에서 제일 중요한 것은 대본 작업이다. 그리고 캐릭터에 맞는 완벽한 캐스팅과 그것을 바탕으로 한 연출이 완벽하게 궁합이 맞았을 때 우리는 훌륭한 작품과 만나게 된다.

그런데 타짜는 방영 직전까지 중간에 작가가 교체되는 등 탈이 많다.
제일 중요한 것이 대본인데 상황이 이러니 좋은 작품이 나오겠는가. 무조건 그것을 메워 보고자 러닝타임을 무조건 길게 하지만 어디 그런다고 기본 시청률이 오를리는  없다. 오히려 너무 긴 러닝타임 때문에 다른 채널로 돌아가는 부작용만 나온다. 이러니 러닝타임을 길게 늘리는 편법이 무슨 소용이겠는가.

이것은 현실의 상황을 무시한, 책상 위에서 나온 술책에 불과하다.
무엇보다 먼저 챙겨야하는 것이 대본이다. 훌륭한 작가가 있어야 훌륭한 대본이 나오고, 그런 대본을 바탕으로 훌륭한 배우와 훌륭한 연출가가 만나 훌륭한 작품을 탄생시킨다.

이런 러닝타임 늘리기는 오히려 작품의 해외 수출에도 걸림돌이 된다고 한다. 부디 상식이 통하는 정상적인 경쟁을 통해 국가 미디어 산업의 국제 경쟁력도 함께 다져갔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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