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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션은 범죄다! - 바람의 화원

by go9ma 2008. 10. 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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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또~! 사극 '바람의 화원'의 역사왜곡 문제로 시끄럽다. 그리고 많은 분들이 이렇게 질문할 것이다.

 '당연히 신윤복이 여자라는 건 픽션 아니야? 그걸 드라마대로 믿는 사람들이 문제 아닌가?'

하지만 그렇지 않다. 그렇게 생각하는 당신은 드라마를 시청하며 열심히 그 역사 배경의 진실까지 챙겨서 찾아보는 부지런하고 똑똑한 사람이겠지만 대다수의 시청자들은 그런 것에는 관심도 없을 뿐더러 그럴 시간 조차 없다. 대부분의 시청자들은 그저 보고 즐길 뿐이다.


- 드라마는 다 '뻥' 아니야?

물론 현대극은 그렇다. 모티브를 현실에서 얻더라도 드라마는 어디까지나 겉모습은 픽션의 모습을 하고 있다. 왜냐하면 그 안에 픽션의 내용이 가미되기 때문이다. 팩트에도 픽션이 조금이라도 가미되면 픽션이 되는 것이다.

베토벤 바이러스의 강마에가 사실은 여자였다는 반전이 터진다면? 또는 동성애자라는 설정이라면? 그것은 어떤 파장이 일어날까? 그것은 어디까지나 드라마 속의 문제일 뿐이지, 강마에는 실존인물도 아닌 가상의 인물이다. 때문에 어떤 설정이 이루어지든 역사왜곡 같은 문제는 터지지 않는다.

드라마 '왕꽃선녀님'도 마찬가지다.
이 드라마는 사실 실제 있었던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어 만들어진 드라마다. 하지만 드라마는 그런 사실관계에 대해 따로 홍보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작가의 픽션이 가미된 픽션 드라마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사극은 다르다. 사극과 현대극의 다른 점 - 바로 실존인물이 등장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실존인물을 그대로 사용하게 되면? 이건 일반적인 드라마하고는 다른 성질을 가지게 된다. 실존인물과 실제 역사 사건을 다루기 때문에 작품에 '다큐성'이 생기게 된다. 때문에 사극은 일반 드라마가 아닌, '다큐적인 드라마'라고 해야 옳다.

그래서 '바람의 화원'도 예상된 부작용이 터진 것이다.
드라마 때문에 신윤복의 성별을 확인하는 전화가 관련 미술관에 쇄도하고, 많은 사람들이 신윤복이 여자인줄 안다. 이것이 바로 팩션 드라마의 부작용이다.
이로 인하여 명예가 실추된 당사자나 그 후손들의 명예는 누가 책임질 것인가?

신윤복은 결코 가볍지 않은 인물이다. 우리나라 조선후기 미술을 대표하는 대화가다. 이것은 단지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세계적으로도 가치를 인정받아야할 그런 작가라는 얘기다.

그런데 만약 이 드라마가 외국으로 수출된다면? 그러면 신윤복이 남장여자였다는 것이 사실로 굳어지게 된다. 하지만 사실은 그렇지 않다. 신윤복이 여자일 확률은 거의 없다. 신뢰할만한 증거가 없기 때문이다.

'바람의 화원'은 드라마 시작 전에 '이 작품의 내용은 역사 사실과 다를 수 있다'고 경고하는 문구가 나온다. 하지만 이것은 법적인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하나의 술수에 불과하다. 방송사나 드라마 제작사는 대중의 관심, 즉 시청률을 끌어올리기 위해 신윤복이 여자라는 설정에 논란이 일도록 일부러 그것에 대한 경고문구를 명확하게 하지 않은 것이다. 물론 역사 전문가들의 사전 경고가 있었음은 분명하다. 하지만 왜 그렇게 하지 않았을까? 당연히 시청자들을 혼란 속에 빠뜨리기 위한 전략이다.

드라마를 처음 시작부터 제대로 챙겨보지 못하는 시청자도 많다. 또 혹여 처음부터 챙겨보더라도 그 문구가 '신윤복은 사실 남자다'라는 뜻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 몇이나 될까? 때문에 방송 시작 때의 방송사 안내문구는 정말 어처구니 없는 장난에 불과한 것이다.

어떤 분들은 방송사나 제작자가 충분히 그런 것에 경고하고 있다고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절대 그렇지 않다. 또한 혹여 확실하게 자세히 그 문제에 대해 경고하고 있다고 해도 공중파 방송의 특성 상 그 안내 문구를 못보는 시청자들 또한 많다. 때문에 이런 소재의 드라마는 처음부터 나올 수 없는 것이다. 중간부터 보는 시청자들은 충분히 오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것은 현실에서 그대로 나타나고 있다.

과거사와 과거 실존인물에 가공을 가하면 역사왜곡이 된다. 물론 그것은 범죄다. 또 현대극도 마찬가지다. 현존하는 인물에 대해 사실이 아닌 것으로 가공하면 명예훼손이 된다. 역시 범죄다.
실제로 지난 일부 시대극 드라마 방송 땐 관련 인물들이 방송사와 작가를 상대로 소송을 하는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그렇다면 팩션은 어떻게 표현되어야할까? 팩션 드라마, 특히 그렇다면 사극은 팩션 표현이 불가능한 것인가?
아니다. 이미 다 공식화되어 있는 과정이 있다. 그런데 그 과정을 방송사들이 무시하고 무리수를 두기 때문에 이런 혼란이 생기는 것이다.

지난 드라마 '영웅시대'를 떠올려보자.
드라마는 故정주영 회장과 故이병철 회장의 일대기를 재현했다. 물론 시청자들 모두 실존인물에 대한 이야기임을 안다. 하지만 작가는 드라마에 실존인물들의 실명을 쓰지 않았다.
물론 표면적으로 드러나지 않은 이유가 따로 있을지 모르지만 원칙은 이렇게 실존인물의 이름을 쓰지 않는 것이 상식이다. 왜냐하면 드라마의 재미를 위해 팩트의 사실에 픽션의 이야기를 가미해야 하기 때문에 드라마의 표면적인 모양은 픽션의 모양을 하는 것이다. 그래야 특정인에 대한 명예도 지켜지고, 시청자들도 그것을 사실로 받아들이지 않는다. (혹은 않도록 유도한다)

또 이인화 소설 '영원한 제국'을 떠올려보자.
이 소설은 마치 사건이 실제인 것처럼 그럴 듯 하게 나아가지만 맨 마지막에 가서는 그 모든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력이었음을 밝히게 된다. 하지만 역사에서는 기록되어있지 않지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당시 역사의 상황이기도 하다. 그렇다고 그것이 사실인것처럼 끝내야하는가? 아니다. 추측은 추측인 것이다. 상상은 상상일 뿐, 사실이 아니다. 그래서 작가는 작품의 끝에 사실이 아님을 밝힌 것이다.

물론 '바람의 화원'도 소설이다.
본인은 원작 소설을 못보았는데 과연 소설에서는 이런 픽션 부분에 대해 어떻게 묘사하고, 독자들에게 정보를 전달하고 있는지 궁금하다. 만약 원작 소설 역시 이런 픽션 부분에 대해 독자에게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고 있지 않다면 원작소설 역시 잘못된 범죄인 것은 드라마와 같다.

그리고 공중파 방송용 드라마는 소설과 또 다르다.
소설이야 다른 에필로그나 프롤로그 페이지에서 사실관계를 독자에게 설명하면 그만이다. 그러면 오해하는 사람 또한 적기 때문에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다. 단지 잘못이 있다면 책을 끝까지 읽지 않은 독자 책임이랄까?
그런데 드라마는 그렇지 않다. 공중파 드라마는 그 파급력이 소설하고는 비교가 안된다. 때문에 공중파 드라마는 소설보다 훨씬 높은 책임감을 가지게 된다.

그런데 그런 드라마에서 신윤복이 여자랜다. 많은 사람들이 그것이 픽션이라는 것을 알지만 또 반대로 많은 사람들은 정말로 신윤복이 여자인지 혼란에 빠진다. 이것이 지금 우리나라 드라마의 현주소다.

그렇다면 왜 방송국은 신윤복의 이름을 바꾸지 않고 신윤복 그대로 사용했을까?
원칙적으로는 모티브만 사실에서 가져오고, 픽션의 이야기에선 실존인물의 이름을 사용하지 않는 것이 원칙이다. 하지만 요즘은 소설이나 드라마나 그렇게 하지 않고 있다. 왜 그럴까?

당연히 시청률과 대중의 관심 때문이다.
일반인들이 모르는 가상 인물을 등장시키는 것과, 모든 국민이 다 알고 관심 가질만한 인물을 등장 시키는 것. 차원이 다르다. 그리고 이것은 곧 판매 부수고, 시청률이 된다. 만약 '신윤복'이 아니라 '신만수'라고 드라마를 방송해보라. 과연 관심가질만한 사람들이 얼마나 될 것인가. 모든 것은 다 전략적인 것이다.

물론 이런 것은 소설이라고 해서 크게 다르지 않고, 또 우리나라 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의 작품에서도 비슷한 예를 찾을 수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이런 관행을 정당화 시킬 수 있을까? 아니다. 일부 국가에서는 이런 역사왜곡의 부작용으로 인하여 아예 법으로 엄격하게 그 기준을 만들어 놓은 나라들도 있다.


- 표현의 자유를 침해하지 말라고?

많은 분들이 표현의 자유에 대하여 말을 한다. 참, 나 어처구니가 없다.
과연 이 말 뜻을 제대로 알고 떠벌리는 건가?
'표현의 자유'라면 역사왜곡이라는 범죄를 저질러도 되나? '표현의 자유'라면 죄 없는 사람 명예훼손을 하고, 칼로 찌르고, 불 질러도 되나? 말이 안된다. '표현의 자유'라는 말이 무조건 면죄부가 될 수 없다.

즉, 창작은 자유되, 역사왜곡 같은 범죄는 저질러선 안된다는 뜻이다.

우리는 자유국가에 살고 있다. 그렇다고 다른 사람 폭행이나 절도, 강간을 마음대로 하고 다니나? 아니다. 그건 범죄이기 때문에 하면 안된다. 마찬가지다. 역사왜곡 역시 범죄이기 때문에 하면 나쁜짓이다. 그런데 드라마나 소설이라고 해서 그런 범죄가 정당화 되어야할까?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인정될 수 없다.

즉, 드라마든, 소설이든 창작하는 과정에서 실존인물을 사용할 경우, 픽션을 가미하는 것에 제한이 따른다. 왜냐하면 위에서 지겹게 이야기 했듯이 '역사왜곡'문제가 동반되기 때문이다. 어쩔 수 없다. 사극은 일반 현대극과는 다르다. 아니, 현대극 역시 실존 인물을 등장시키고 그 인물의 사실 부분을 조명한다면 다큐적인 사실관계를 철저히 따라야한다.

때문에 그것이 싫다면, 작가의 상상력을 펴고 싶다면 실존 인물을 등장시키지 않으면 된다. 해답은 오히려 간단하다. 그런데 방송사나 출판사는 그렇게 하지 않는다. 왜냐. 그래야 장사가 잘 되니깐. (- -)

이번 '바람의 화원'은 더욱 그렇다. 작가의 실제 그림이 등장하고, 그 그림들과 당시 시대의 사건들과 실존 역사 속 인물들이 엉켜있다. 그런데 어디까지가 픽션인지 드라마는 설명해주지 않는다. 그리고 시청자들은 혼란에 빠진다. 등장인물은 실존인물인데 사건들은 모두 픽션이니 복잡해질 수 밖에 없다.

어느 네티즌은 '다빈치 코드'를 예로 든다. 때문에 팩션은 문제가 없다고 한다.
물론 선진국이라고 해서 무조건 모든 것이 옳은 것은 아니다. 잘못된 것은 잘못된 것이다. '다빈치코드' 역시 팩션 부분에 대해 전세계적으로 확인 작업에 들어갔었다. 이것은 어쩌면 그만큼 소설이 치밀하게 쓰여지고, 또 그만큼 많은 사람들이 읽었기 때문인지도 모른다.
그리고 따지고 보면 '다빈치코드'에서는 우리나라 '바람의 화원'과 같은 역사왜곡은 하지 않는다. 단지 '다빈치코드'는 존재하는 역사에 대하여 작가의 상상력을 발휘하여 있지 않은 성배 이야기를 도출한 것이다. 그런데 '바람의 화원'은 다르다. 마치 그 때 그랬던 것처럼 실존인물이나 사실관계에 가공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자, 그럼 '바람의 화원'을 '다빈치코드'식의 소설로 바꾸어보면 이럴 것이다.
현대의 주인공은 우연히 신윤복의 그림에서 이상한 점을 발견하고, 그런 것들을 추적하던 중에 맨 마지막에 가서는 신윤복이 여자였을지도 모른다는 뭐 그런 결론에 도달한다면 아마 '다빈치 코드'와 같은 비슷한 반응이 나왔을 것이다.

그런데 지금 '바람의 화원'은 상황이 다르다. 아예 역사를 왜곡하고 있는 것이다.

이제는 너무나 광범위하고 당연하게 재연되기 때문에 작가와 제작자들 조차 그것이 범죄인지도 모르고 있다. 다들 무엇이 창작이고, 어디까지가 픽션의 한계인지 개념이 잡혀있지 않다. 암울한 현실이다.


- 결론

결국 이 결론을 위해 이 긴 이야기를 했다.

실존인물과 실제 역사를 조명하는 사극은 사실관계의 다큐성을 최대한 보장해야한다. 이런 작품에 작가의 상상력이 무제한일 수는 없다. 절대 역사왜곡이 일어나서는 안되는 것이다.

또 역사 사실에 가공을 할 경우엔, 소설이나 일반 드라마처럼 픽션이 절대적인 부분을 차지할 경우엔 반드시 시청자에게 그 사실을 정확하게 통보해야한다. 그리고 시청자나 독자가 혼란을 겪지 않도록 정보 또한 명확하게 설명해주어야 한다. 그렇지 않고 시청자나 독자가 역사왜곡이라고 느끼게 되면 그것은 작가의 책임이다.

그것이 싫다면, 완전한 픽션으로 포장하면 된다. 어차피 모티브란 실제 사건이나 실존 인물에서 많이들 얻어 창작 작품이 탄생하게 된다. 단, 이 때에도 작품 광고나 내용 진행에 실존인물이나 실제 사건인 것처럼 광고해서는 안된다. 시청자나 독자가 혼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일부 사극들은 픽션임에도 단지 모티브만을 얻은 역사 속 인물이나 사건이 마치 실존했던 것처럼 과장 광고 했던 적도 많았다)


다시 한 번 강조하지만 '팩션'이란 장르는 없다.
단지 실존인물이 등장하는 사극은 역사 사실을 전달하기 위한 작가의 중간 연결적인 상상력만이 존재할 뿐이다.

'팩션'을 하고 싶으면 그 사실관계와 픽션 부분에 대해 반드시 독자나 시청자에게 정확하게 설명되어져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역사왜곡'이라는 범죄를 저지르게 된다.

그것도 싫으면 완전한 픽션으로 포장해라.
괜히 독자나 시청자들 혼란스럽게 하지 말고.

이젠 더이상 '역사왜곡'은 못봐주겠다.
우리 민족, 우리 역사, 우리 조상들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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